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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 동백 숲길 맑은 그늘 물 끝난 곳 구름 이네
정민 지음, 김춘호 사진 / 글항아리 / 2015년 3월
평점 :
숨어 빛나는 곳, 백운동 별서정원
선비정신이 오롯이 깃들어 있는 곳 중 하나가 서원이다. 서원의 현재적 가치는 그리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이런 이유로 인해 전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서원은 퇴락의 길에서 겨우 숨을 쉬는 꼴로 건물이나 지키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공간도 후대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활용되는가에 따라 옛정신과 현대의 사람이 만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기도 한다. 그 한 예로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속한 ‘월봉서원’에 있다. 월봉서원은 고봉 기대승의 선비정신을 모신 곳으로 뜻있는 사람들과 후손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힘입어 이 시대에 어울리는 정신의 함양과 문화 활동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드러나지 않았다고 잊혀진 것은 아니다. 관심을 갖고 지켜오고 또 곁에서 말없이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언젠가는 세상에 빛을 발하는 날이 올 것이다. 월봉서원이 그렇듯 또 한곳이 옛사람의 정신과 현대인의 만남이 준비되고 있는 곳이 있다.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이 그곳이다.
2014년 봄 강진군에서 ‘백운동 별서정원’을 관광지화하겠다는 계획을 듣고 ‘백운동 별서정원’의 역사와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 가치를 일깨워주고자 관련 역사 기록의 정리를 자청하고 나선 것이 그 출발이다. 따라서 이 책은 강진군 향토문화유산 제22호로 지정된 전통 정원인 ‘백운동 별서정원’의 문화적 잠재 가치를 확인하고 남아 있는 각종 문헌 자료와 시문을 통해 이 권역의 역사와 문화를 일반에 널리 알리고자 집필되었다. 숨어 있는 공간을 어떻게 하면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문화콘텐츠로 개발하고 이를 통해 현대인들이 누릴 수 있는 정신과 문화가 함께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그 의도다.
이를 위해 정민교수는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이 가지는 가치를 밝히고 있다. 우선, 숨어 있는 ‘백운동 별서정원’의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아직 남아 있는 문헌 기록을 통해 백운동 별서 원림의 연원과 유래를 밝히며, 다산 정약용이 남긴 ‘백운첩’을 통해 백운동 12경을 사진과 함께 제시해 별서 원림의 세부 윤곽을 그린다. 그 외, 백운동을 노래한 시문들과 이를 남긴 문인들의 자취를 좇아가며 다산과 백운동에 얽힌 인연에 대한 이야기도 찾아 본다. 다음으로 차문화를 탄생시킨 산실로서 백운동의 위상을 정립하고자 한다.마지막으로 이를 종합하여 한국의 전통 별서 원림과 문화공간으로서 백운동이 점하는 지위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조선시대 전통 원림의 원형이 세월의 흐름에도 녹슬지 않고 그대로 간직돼 제 속살을 드러낸다. 담양의 소쇄원과 명옥헌, 강진의 다산초당 및 해남의 일지암과 견줄 만한 이곳은 조선 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조선시대 시문학의 작은 축을 형성했다 할 만큼 숱한 작품들의 산실 공간이다.”
김창흡과 김창집 형제, 신명규와 임영, 송익휘와 김재찬, 이하곤 등과 더불어 19세기 이후 정약용, 황상,이시헌, 초의와 소치 등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그 존재가 드러나고 있지만 현재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대한 이러한 발굴이 앞으로 어떤 문화적 가치로 자리매김할지 지켜보고 싶다.
동백림과 비자나무 숲을 이룬 길을 따라 ‘백운동白雲洞’이라 새겨진 바위를 지나고 작은 폭포를 이루는 계류를 만나는 곳이 숨어 있는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이 정민 교수의 제안에 따라 전통정원의 공간에 시문학과 차가 어우러지는 문화콘텐츠가 구축된다면 우리시대 또 하나의 살아 숨 쉬는 전통을 만들어가는 귀중한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