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낚시통신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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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의 회귀처는 나의 현실이다

소설 읽는데 유독 어려움을 겪는 나로서 익히 들었던 작가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이제 서야 접한다지극히 개인적이며 편파적이기까지 하는 문학작품 특히 소설에 대한 나의 태도(극소수를 정해두고 그들의 작품만 탐독하는)를 벗어날 기회가 될지는 모르겠다좋은 만남 이어갈 수 있길 바래본다.

 

고전적 감각을 견지하면서 동시에 동시대적 삶과 문화에 대한 예리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 윤대녕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이효석문학상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다주요작품으로는 남쪽 계단을 보라’, ‘많은 별들이 한 곳으로 흘러갔다’, ‘대설주의보를 비롯해 장편소설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추억의 아주 먼 곳’, ‘달의 지평선’, ‘코카콜라 애인’, ‘사슴벌레 여자’, ‘미란’ 등이 있으며산문집으로그녀에게 얘기해 주고 싶은 것들’, ‘누가 걸어간다’, ‘어머니의 수저’, ‘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 ‘사라진 공간들되살아나는 꿈들’ 등이 있다.

 

은어낚시통신은 은어’, ‘은어낚시통신’, ‘불귀’, ‘국화옆에서’, ‘그를 만나는 깊은 봄날 저녁’, ‘눈과 화살’ 등 열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 작가 윤대녕의 첫 소설집이다작품 은어나 은어낚시통신’ 등에서 주목하는 것이 시원으로의 회귀라는 화두다사람의 본래 마음자리에 담긴 것에로의 사고의 방향을 돌려 그 힘을 자신의 안에서 찾고자 한다.

 

세계는 이쪽과 저쪽으로 나누어져 있지자넨 지금 저쪽으로 와버린 거야

-‘은어낚시통신에서

 

이쪽과 저쪽특정한 장소로 나타나는 사실적인 인명이나 지명 등의 나열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이곳과 저곳을 가르는 경계이며 그 경계는 곧 현실이다은어의 회귀로 대표되는 작가의 근원에 대한 회귀의 역시 바다에서 강으로의 변화를 이야기한다그 변화를 바탕으로 주목되는 것은 그 출발점이었던 강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바다와 강이 만나는 어귀다그 어귀가 바로 현실인 셈이다.

 

작품의 구성이나 흐름이 비슷하다작가가 주목하는 주제를 이끌어가기 위한 소재들의 선택이나 사용하는 문장을 채우는 단어도 마찬가지로 보인다작품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한 작가의 정체성을 확인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흥미롭다단편모음집인 이런 소설집이 의미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볼 때도 유용한 시각이라는 생각이다.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은어의 이미지는 근원에 대한 회귀자신이라는 존재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삶의 시작점에서 다시 지나온 흔적을 살핀다이 흔적 살피기는 살아온 삶에 대한 성찰이며 지난 시간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에 주목한다그것이 근원에 대한 회귀가 진실한 삶의 가능성을 발견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현재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다현재 내 삶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다소 무거운 화두를 안고 소설이 남긴 흔적을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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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게 여기다'
관계의 다른 이름이다. 상대를 향한 애틋함에 이름붙인 마음이 그렇다. 벌어진 틈이 그 마음으로 매꿔진 자리에 핀 꽃이다. 이 귀하다는 것은 저절로 일어나거나 홀자서는 존재할 수 없는 특별한 수고로움이 있어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물매화 꽃잎 진 자리다. 시간의 겹으로 채워진 마음 다한 수고로움이 꽃으로 피었다. 하여, 그 마음을 담은 모든 꽃은 귀하다. 그 귀함은 꽃이 진 자리라고해서 변하지 않는다. 꽃을 꽃으로 보는 동안은 늘 마음 속 꽃향기가 함께한다.

귀하게 여기는 마음은 상대를 향한 감정과 의지를 정성껏 벼리고 벼려서 겨우 얻어낸 수고로움의 열매다. 꽃이 꽃잎을 떨구고서도 여전히 귀함을 잃지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감정과 의지를 가다듬고 단련하여 내 뜰에 그대라는 귀한 꽃을 피웠다. 

꽃을 피우는 정성으로 그대를 본다. 그러니 그대, 스스로를 귀하게 여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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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어들다'
스며듬을 허락한 시간의 경과다. 저절로 젖어들고자 함은 이 시간이 쌓아온 수고로움을 바탕으로 받아들임인 것이다. 젖어듬으로 인해 둘은 하나로 이어져 비로소 붉은 꿈을 꾼다.

밤사이 이슬이 내려 쌓이고 쌓여 꽃잎을 적시는 것은 이슬의 수고로움뿐 아니라 꽃잎의 노고 역시 함께한 결과다. 하여 영롱하게 빛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꽃이 아름다운건 이렇게 교감하는 대상이 내게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꽃으로 핀다.

시공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유되는 모든 것은 서로를 향한 열린 가슴이기에 가능했다. 그대와 나, 마음이 젖어들지 않고서 어찌 가능한 일이었겠는가? 서로를 향한 감정과 의지가 향기로 담겨 찬란한 꽃을 피울 수 있음은 바로 그대 덕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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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다'.
켜켜이 쌓여 깊어졌다.
골골이 그늘진 무게는 그대와 나의 겹이다.

다시, 그 붉음에 시간을 더한다.

.
.
.

*표인부 作(바람의 기억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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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다'
처음 마음에 서로를 향한 시간이 쌓였다. 위안이며 평온이고 자족이다. 순간에 머물고 싶은 숨돌릴 여유이기도 하다. 

익숙하다는 것은 서로 공유된 감정과 의지로부터 상대의 상태를 짐작함에 있어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짐작이 습관이 되면 '그래왔듯이 그럴것이다'라는 자기중심적 판단의 함정에 빠진다. 

하여, 상대를 대하는 이 자연스러움에 익숙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면 다시금 상대의 안위를 살피는 염려와 배려가 더 필요한 때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산 너머를 짐작하는 마음에 익숙함이 있다. 그 익숙함이 위안이고 행복이다. 그러기에 이 익숙한 상태를 누리고자 하는 열망도 함께한다. 이것이 늘 산 너머를 바라보는 내 마음자리의 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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