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소식에 기대어'
연일 수근거리는 장마와 더불어 서리도 없는 이상한 가을 끝자락이 버겁다. 엘리뇨의 짓궂은 장난이라고도 하지만 쉴 틈이 없이 내리는 비에다 봄에 피어야할 꽃들이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니 정상이 아니니 몸도 마음도 탈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겠다.

이 좁은 땅에서 누군가의 마음은 비로 무겁고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은 눈으로 설렌다.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이 짧은 시간에 이를 건너는 마음들은 좁기도 하고 넓기도 하다. 

잿빛하늘 저 너머를 바라보는 누리장나무 열매의 시선은 그래서 더 아득하다. 쉼없이 달려와 마지막 숨 몰아쉬며 주어진 사명을 다하려는 때이지만 그 시선의 아득함은 다가올 날에 대한 마음의 무게가 버거워서 일 것이다. 나의 내일에 대한 마음의 버거움 그것처럼.

이제, 지루한 비와 더딘 가을이 주는 계절을 건너는 버거움도 눈과 함께 끝날 날이 멀지 않았다. 세상을 제 속살로 덮어 하얗게 빛나게 하는 눈이 오는 날, 그대의 마음앓이도 끝날 것이다. 그러니 그대 힘 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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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틈'
가을과 겨울 사이, 마음이 격는 혼란스런 틈의 대명사다. 반기면서도 기피하며 미리 준비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매번 같은 경험을 반복한다는 속성을 지닌다. 그 증상은 마음앓이가 으뜸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이 사이에 유독 심한 마음앓이를 하게되는 이유는 뭘까? 

몸과 마음이 이 틈을 감당하는 무게와 속도가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몸과 마음은 자기에 맞는 무게와 속도로 이 틈을 준비 하지만 매번 준비한 것보다 조금씩 범위를 넘어서는 차이로 내게 당도한다. 이 차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춤거리게 만들며 속수무책으로 점령당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담장의 틈을 넘어온 담쟁이덩굴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대로 붉게 물들어 곧 떨어질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순리대로 감당하면서 다가올 내일을 기다린다.

지난 시간 수고로움으로 정성껏 살아온 그대, 이미 점령당한 상태라면 벗어나려고 애쓰지 말자. 그냥 잠시 그 무게와 속도에 순응하자. 맑고 밝은 따스한 햇살 함께 누리는 날 곧 오리라는걸 우리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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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남도소리상설무대
제8회 가야금병창단 '현의노래' 정기공연


"With Arirang"


2015.12.2 pm 7:00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


*프로그램
-신민요 '눈사람', '범벅타령'
-민요 '상주모심기', '상주아리랑'
-팔도 아리랑
-적벽가 중 '삼고초려'
-창작곡 '꽃' , 작곡 김선
-25현가야금병창 협주곡 '그대가 내 님인가' 작사ᆞ곡 황호준
-25현가야금병창 협주곡 '아리랑 연가' : 작사 하선영, 작곡 황호준


*짱짱하고 여유롭다. 작은 무대의 큰 울림이다. 연주고 소리고 모두에 힘이 실렸다. 오랜만에 가슴 울리는 감동의 무대다.


오늘 무대의 중심은 '아리랑'이다. 상주아리랑을 시작으로 구아리랑, 본조아리랑, 정선아리링, 강원도아리랑, 해주아리랑, 밀양아리랑에 진도아리랑까지 팔도아리랑이 한자리에서 펼쳐진다. 아리랑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귀한 무대다. 아리랑에 담은 우리 민족의 마음을 정성으로 연주하고 부른 무대가 감동이다.


또한, 적벽가 중 '삼고초려'를 부르는 소리는 묵직한 남성적 웅장함을 오롯이 담아 그 연주에 얹은 소리가 울림이 오랫동안 남아 있다.


가야금병창단 '현의노래'를 대표하는 창작곡의 무대 역시 대단하다. 김춘수의 시 꽃을 노래하는 Sunyoung Ha 대표의 힘있는 소리가 엮어가는 무대는 가야금병창단 '현의노래'의 현재와 미래를 역량과 가능성을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초겨울 비오는 수요일에 펼쳐진 열정과 감동의 무대로 지역을 넘어 더 넓은 무대로 성장해나갈 가야금병창단 '현의노래'에 마음담아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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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그림 같다 - 미술에 홀린, 손철주 미셀러니
손철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그림과 인생이 다르지 않다

가끔 지난 시간 나의 책읽기 흐름을 생각해 본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어디로부터 시작된 흐름으로 나에게 온 것일까 하는 의문과 함께 그간 읽었던 책의 공통성을 찾아가보는 것이다. 나의 책읽기는 몇 가지 흐름을 가지고 있다. 역사와 미술도 그중 한 분야이다. 이 두 가지 흐름을 관통하는 것은 역사와 사람이다. 사람들의 살아온 삶의 흔적이 역사이며 그 역사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맥락이다. 하여, 사람의 흔적이 구체적으로 남아 있는 문화유적과 옛그림으로 모아졌다.

 

이런 관심사의 출발은 한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한사람은 조선후기를 살았던 청장관 이덕무다. 규장각 검서관으로 활동했던 이덕무를 중심으로 소위 백탑파로 불리웠던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 백동수 등으로 확대되었으며 이들의 사람 사귐과 그들이 남긴 글로 모아졌다. 다른 한 흐름으로 옛그림에 대한 관심은 오주석의 우리 옛그림 읽어주는 책을 통해서 조선 시대 활동했던 화가들의 그림으로 확산된 것이다.

 

인생이 그림 같다의 자자 손철주도 우리 옛그림 읽어주는 책의 저자로 그의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손철주는 이미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꽃피는 삶에 홀리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 그림이다등으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인생이 그림 같다는 손철주의 글맛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글들의 모음이다. 그림을 읽어가는 방법과 그것이 한 사람의 일상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등 구체적인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여기에는 한국화는 물론이고, 중국화, 일본의 우키요에, 서양화, 팝 아트, 체 게바라 사진, 괴짜 사진가 헬무트 뉴튼 등 특정한 그림을 촘촘하게 읽어준다. 뿐만 아니라 고려 다완이나 토우, 옹기 등 옛 사물에 담긴 추억을 이야기한다.

 

손철주는 그림을 감상하는데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림감상을 할 것인지에 대한 솔직하고 직접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많이 볼수록 그림읽기가 잘 되고, 자신만의 느낌과 감각으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것과 같은 의미다. 또한 예술 작품에 대한 미술평론가들의 천편일률적인 해설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자신만의 시각으로 흥미롭게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그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하기도 한다.

 

손철주의 글이 가지는 특별한 맛이 있다. 그의 글은 억지스럽지 않고, 설교적이지 않고, 가볍지 않은 지성이 독자적인 감각을 얻은 문체에 실려 쉬이 재미나게 읽힌다라는 평을 받고 있다. 더욱 한글의 독특한 말을 찾아내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어 글 맛을 더해간다. 독특한 시선으로 그림을 바라보고 그 시선을 자신만의 언어로 쉽게 풀어가는 그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우리 옛그림과 예술작품을 접하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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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다행이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내 마음과 같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내 마음과 같아서 내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넘쳐난다면


나와 다른 사람들이 내 마음 알지 못해서 참 다행이다
내 마음을 알아서 내가 하는 생각을 사람들이 모두 안다면


난 아마 자유롭지 않을거야 어디를 가든 어떤 생각을 하든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은 존재할 수 없을 거야
음 우우 우우우우 내 마음과 같지 않아서 내 마음을 알지 못해서 참 다행이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내 마음과 같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내 마음과 같아서 내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넘쳐난다면


난 아마 자유롭지 않을거야 어디를 가든 어떤 생각을 하든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은 존재할 수 없을 거야
음 우우 우우우우 내 마음과 같지 않아서 내 마음을 알지 못해서 참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는 작사ᆞ작곡 수안, 편곡 곽우영, 수안 스님의 노래다.


"막새바람"
2015.11.29. pm 5
가을에 부는 신선한 바람, 통기타 선율에 얹은 수안 스님의 공연이다. 아직 남은 가을의 끝자락에서 감성소통홀 '천칭자리'에서 수안 스님 노래와 함께했다.


소박하고 자유로우며 따사롭다. 조그마한 공간에 기타에 얹은 목소리가 진잔하게 퍼져간다. 가슴으로 전해지는 울림이 요란하지 않게 스미는 시간이다. 틀에 얽메이지 않은 감성소통의 바로 그 자리다. 잔잔하고 따스한 울림이 오랫동안 머물러 있다. 
12월 25일 예정된 공연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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