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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여행중독 - 여행의 유통기한을 늘려주는 사소하면서도 소소한 기록
문상건 글.사진 / 더블:엔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여행, 이 맛이어야 한다
여행은 더 이상 일상의 사치가 아니다. 조건이 마련되면 언제든 누구든 쉽게 여행길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관광과 여행은 혼동되어 유통된다. 그렇다면 여행의 본질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수많은 여행기들이 쏟아진다. 너나 할 것 없이 여행길에서 만난 낯선 풍경과 사람의 모습을 담아 전하기에 바쁘다. 그 많은 여행기의 중심에는 이색적인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정작 여행길에 서서 그 모든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한 자신을 빠진 것이 이상하리만치 당당하게 여행에세이로 이름 붙어 유통된다. 물론 목적 자체가 여행기의 물리적 환경을 소개하는 것이라면 다를 것이지만 여기서 주목하는 여행에세이는 여행자의 몫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 이야기를 말한다.
간만에 썩 마음에 드는 여행가와 그의 여행에세이를 만났다. “여행의 유통기한을 늘려주는 사소하면서도 소소한 기록”이라면서 “카오산로드에서 훈자마을까지 6개국 35개 도시를 6개월 동안 인도, 파키스탄,캄보디아, 베트남, 미얀마, 태국을 배낭여행으로 돌며 만난 풍경과 사람들에게서 배운 따뜻한 시선을 담았다”는 여행에세이가 문상건의‘소소하게, 여행중독’이다.
"당신이 꿈을 찾아가겠다고 하면 짊어져야 할 책임감에 대해 말해주기 보다는 칭찬을 먼저 해줄 사람. 당신의 나이가 몇이든 참고 살기에는 앞으로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았다며 협박을 해주는 사람. 새로운 도전에 성공하는 한 펀의 영화 같은 스토리를 함께 상상해줄 수 있는 사람"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이 여행가 문상건의 이야기다."
여행가 문상건은 “금융자격증을 8개 취득하고 국내 대기업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며, 열심히만 하면 탄탄대로가 보장되었던 청년. 일은 편해지고 생활은 윤택해질 수 있었지만, 영혼이 맑아지진 않아 고민하던 청년”에서 여행의 길 위에 서기 위해 자발적인 실업자가 된다. 독특하지만 용기 있는 그의 선택이 가져온 변화를 이 글에 고스란히 담았다.
보통의 여행기가 낯선 곳, 낯선 도시의 낯선 풍경에 주목한다면 문상건의 이 여행에세이는 자신의 내면에 주목하고 있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지 자신을 중심에 두고서 온전히 여행의 길 위에 선다. 그 길 위에서 풍경과 사람들 사이에 머물며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조건과 제약 요소들에 대한 성찰을 한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여행은 사소하게 시작될수록 좋다. 가끔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이 경우는 여행뿐만이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유명하지 않고 여행이 좋아 여행을 일상으로 삼는 초보여행가의 첫 번째 여행에세이지만 이런 사소한 것이 에세이에 담긴 깊은 성찰의 결과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 누군가를 불행하게 하거나 기분 나쁘게 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 단지 존중하고 믿으면 되는 여행”의 길 위에 선 여행가 문상건은 삶이라는 여행길에서 젊지만 따뜻한 가슴을 가진 노련한 여행자를 만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