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비
깊고 무겁게도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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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엽국"
비오는 어느 여름날 골목 담장 위 훍속에 두었다. 말라가나 싶었는데 어느 사이 꽃을 피워 골목을 드나드는 앞집 할머니와 그 친구분들이 좋아라고 했다. 꽃을 심고 가꾼 마음 한구석이 따스한 온기로 밝아오는 순간이다.


남아프리카 원산으로 늘푸른 여러해살이풀입니다. 햇볕을 좋아해서 밤에는 꽃잎이 오므라든다.


'송엽국'이라는 이름은 소나무의 잎과 같은 잎이 달리는 국화라는 뜻이다. 잎이 솔잎처럼 생겼으면서 두툼한 다육질이다.


4월부터 가을까지도 꽃을 피운다. 햇볕을 한껏 받은 꽃잎은 매끄럽고 윤이 나 눈이 부실 정도다.


강한 생명력으로 아무곳에서나 잘자라는 송엽국은 의외로 '나태', '태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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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로부터 온 편지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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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새로운 창작일까?

문학이 어려운 내게는 서양고전은 매우 어려운 장르가 분명하다몇 해 전 인터넷 사이트에서 고전읽기 모임에 참여하며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동서양의 고전을 익을 기회가 있었다나름 유서 깊은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이었으니 번역에 있어서도 검증을 거친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작품을 읽을 때마다 책장을 넘기기가 버거울 정도로 이야기의 내용을 따라가기가 어려웠었다문학에 어려움을 갖고 있는 나의 특성일 것이라고 봤지만 토론 과정에서 매번 등장하는 것이 번역의 문제가 제기되었다고전특히 서양고전에 유독 어려움을 겪는 것이 개인의 특성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이후론 번역자가 누구인가를 살피게 된 것이 변화된 상황이었다.

 

최근 소설가 한강의 맨부커국제상 수상 소식을 접하면서 놀란 것이 하나 있다맨부커국제상이 대상 작품을 번역한 번역가에게도 원작자와 똑같은 상을 수여한다는 점이다한강의 작품을 번역했던 데보라 스미스역시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이는 번역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여겨진다.

 

이정서의 카뮈로부터 온 편지는 이처럼 다른 언어권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번역의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는 소설이다이 작품을 발표한 이정서는 2014년 알베르 카뮈 이방인의 오역을 지적한 역자노트를 실은 이방인을 출간함으로써 번역도 문학임을 알리는 의미 있는 번역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2015년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의 시공간적·존칭 개념을 바로잡아 차별화된 번역을 선보이며 화제의 중심에 오른 사람이기도 하다.

 

카뮈로부터 온 편지는 바로 그 문제의 번역 이방인이 새롭게 발간되는 과정을 소설화 해서 발표한 작품이다이 이야기는 주인공 이윤이 죽은 카뮈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무리 번역이라고 해도 원래 작가의 문장은 하나이며그 속에 담고 있는 의미도 하나이니 역자는 그하나뿐인’ 원뜻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것이 당연

 

기존에 번역된 문장과 원문과의 비교작가의 새로운 번역이 필요했던 이유 등을 비교분석하면서 원문에 충실한 번역이 타당한 이유를 밝혀가고 있다때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원 작가의 뜻을 살펴 이를 최대한 살려내고자 하는 어렵고 지난한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가고 있다.

 

번역이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키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원 작가의 작품에 담았던 의도를 벗어난 번역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번역자의 시각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야기 흐름도 내용도 못 따라가게 만드는 번역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계기를 제공하는 의미에서 흥미를 넘어서 주목할 만한 의미가 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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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에 비내음이 무겁다. 뿌옇게 송화가루 날리는 날, 5월 푸르른 하늘을 보여주려나 보다.

다시 5월의 하늘을 본다. 내가 내 의지대로 살아가고 했던 그때의 5월로부터 수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같은 5월을 맞이한다. 5월의 하늘은 푸르름보다 더 짙은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청산되지 못한 시대의 아픔이 그대로 있는 한, 내게 5월의 하늘은 푸르름보다 더 짙은 붉은빛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산너머 비내음 담아오는 잿빛 5월의 하늘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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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沒入'
다른 모든 것에는 벽을 두른다. 강력한 집중을 요구한다. 무언가에 흠뻑 빠져 심취해 있는 무아지경의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이다. 생각과 행동의 일치이기에 다른 무엇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목숨까지 걸었다. 이것을 깨트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완벽한 몰입이다. 꿀벌이 동백의 꿀에 취했다.


몰입의 상황에 들어가면 사람의 몸과 마음이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하고, 하늘을 날아가는 자유로운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생각과 행동의 일치가 가져오는 자기만족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억제나 구속과는 다른 자유로움이 그 본질이다.


사랑이라 이름지은 모든 관계도 이와 같다. 누군가를 가슴에 품는다는 것도 이 몰입과 다르지 않다. 아니 다르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과 대상에 모두에게 당당한 마음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몰입의 시작은 스스로에게 정성을 다하는 수고로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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