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날의 하루가 다 지나도록 떨치지 못한 속내가 남아 서쪽 하늘이 멍들었나 보다. 곧 쏟아낼런지도 모를일이기에 여름밤이 그리 길지 않으리라.

이런 날들이 쌓여 반이 지났고 그 힘으로 새 날을 맞이할 여유를 얻은 것이다. 

눈물샘이 염증으로 막혀 주사기로 뚫는 고통이 지나가니 세상이 밝게 보인다. 한 숨 쉬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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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나무'
마음껏 펼쳤다. 가끔은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감춰두었던 애달픈 속내를 펼쳐 보인다. 이왕 보이려는 것이었으니 눈치 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다. 애써 피운 꽃은 보지않고 잎에 눈길을 주더니 별명까지 지어 부른다. 하여, 속절없는 마음을 밤새 피보다 진한 눈물로 답한다.


자귀나무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서 주로 자란다. 잎지는 넓은잎 작은 큰키나무다. 밑동 위쪽에서 줄기가 갈라져 나와 곧게 또는 옆으로 굽어져 키를 키운다.


꽃은 6~7월에 가지 끝에 핀다. 끝이 우산살처럼 갈라진 꽃대가 나와 끝마다 다수의 꽃이 달린다.


밤에 서로 마주보는 잎사귀가 닫히는 것은 남녀가 사이좋게 안고 잠자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여, 옛사람들은 '야합수(夜合樹)'란 이름을 붙였다.


콩모양으로 달린 열매들이 겨울바람에 부딪치는 소리는 꽤나 시끄럽다. 그래서 흔히 여자들의 수다스러움과 같다 하여, '여설수(女舌樹)'란 이름도 있다고 한다.


'환희', '가슴의 두근거림'이라는 꽃말은 나무를 가까이두고 키웠던 사람들의 사랑을 열망했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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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6-07-0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합수 ... 빛깔이 참 색쓴다고 생각했어요, 딱 맞아 떨어지는 이름의 나무는 참 드물죠 ^^

무진無盡 2016-07-07 19:30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꽃술 보고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니..^^
 
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벽을 허물자는 스스로를 가둔 자신이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살아온 일상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 있을까과거와 미래가 오늘이라는 시점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듯이 어느 날 갑자기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이런 급격한 변화는 스스로는 알 수 없는 치유되지 못한 지난날의 내상이 특정한 계기를 통해 현시점에서 발현되는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그런 시각으로 작가 한강의 연작 소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을 본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부부가 어느 날 갑자기 변한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각이다아내 영혜가 점차 육식을 거부해 가는 과정과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본인과사회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채식주의자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받지도 못하는 꿈에 시달리는 영혜의 선택은 육식을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이런 극단적인 육식거부가 불러오는 자신을 포함한 가족관계의 파괴로까지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간다채식주의자는 연작 소설 세 편의 이야기의 출발점이자 연결고리이가 된다.

 

두 번째 몽고반점은 극단적 육식거부로부터 시작된 영혜가 이혼과 정신병원으로부터 퇴원하고 난 이후 이야기를 형부의 시각에서 그려가고 있다아내로부터 들은 처제의 몸에 남아있다는 몽고반점에 욕정을 느끼고이를 자신의 비디오아트 작품의 관능적 이미지와 결합시켜 작업하는 과정에 그 욕정을 어쩌지 못하고 처제 영혜와 육체적 관계를 맺게 된다이를 아내에게 들켜 본인들과 사회적 관계의 이차 파괴를 그린 작품이다.

 

세 번째나무 불꽃은 영혜의 언니의 시각이다남편을 떠나보낸 후 양육과 생계의 부담동생의 부양을 떠안는다그런 현실이 어린 시절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스스로를 옳아 맺던 경험의 연장선장에 선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이런 자신과 점점 나무가 되려고 하는 동생 영혜의 모습을 속에는 성장하는 동안 자매로 함께 겪었던 과거를 통해 현재의 자신과 동생 영혜의 현주소 발견하는 이야기다.

 

각각 작품의 중심축이 되는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스스로를 가둔 벽에 있어 보인다그 벽이 어떤 과정을 통해 살아오는 동안 심리적 압박을 해왔는지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군인 출신의 아버지를 통해 동생 영혜와 언니가 받았던 같으면서도 다른 정신적 압박처럼 각기 감당해 왔던 몫이 있었다이런 경험들이 오랜 시간동안 잠재해 있으면서 스스로를 벽에 가둔 결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의 열정어린 작품들과수족관에 갇힌 물고기 같은 그의 일상 사이에는 결코 동일인이라고 부를 수 없는 간격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언니가 그의 남편의 비디오 아트를 보며 느낀 감정을 표현한 말이다동일인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이나 차이가 나는 간격의 크기에 따라 스스로를 가둔 벽의 견고성이 차이가 날 것이다나타난 현상으로는 사람마다 다른 모습이지만 그들은 그렇게 스스로를 가둔 벽을 깨뜨리지 못하고 그 속에 묻혀버렸다.

 

무엇이 스스로를 가둔 그 벽을 허물어버릴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을까그 열쇠를 찾아가는 과정이 어쩌면 자신의 삶의 가치를 밝혀가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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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야희우春夜喜雨'
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
當春乃發生당춘내발생
隨風潛入夜수풍잠입야
潤物細無聲윤물세무성
野徑雲俱黑야경운구흑
江船火燭明강선화촉명
曉看紅濕處효간홍습처
花重錦官城화중금관성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니 내리네.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소리 없이 촉촉히 만물을 적시네.
들길은 구름이 낮게 깔려 어둡고
강 위에 뜬 배는 불빛만 비치네.
새벽에 붉게 젖은 곳을 보니
금관성에 꽃들이 활짝 피었네

두보의 시다. '喜雨 희우'
이 이쁜 단어가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두보가 시에 차용하여 그 뜻이 더 살갑게 다가오는 걸까? 

봄도 아니고 더욱 밤도 아니지만 비를 기다리는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잔뜩 흐린 하늘에 지금 비라도 내린다면 그 비가 두보의 그 '喜雨 희우'라 우겨보고 싶은 마음이다. 이 무더운날 지금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다.

물벼락 맞고 선 일월비비추가 잠깐이나마 몹시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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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6-07-04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벼락 맞고 선 일월비비추... 알고 사진을 다시 보니 정말 멋집니다...^^

무진無盡 2016-07-04 23:45   좋아요 0 | URL
비오는 날 계곡에서 문득 눈맞춤했답니다ᆢ^^
 

'존엄尊嚴'
넓고도 넓은 곳 다 두고서 이곳에 자리잡은 까닭이 따로있지 않다. 움 틔우고 숨 쉬다 보니 지금의 자리였을 것이다. 저리 바위 틈에서 위태롭게 사는 것과 내가 버거운 일상을 사는 것이 하나도 다르지 않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이 이와 같다. 하여, 이를 통해 내 살아가는 매 순간이 존엄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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