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의 열매
-한강, 창비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이 세가지 중편 소설의 출발이 '내 여자의 열매'라고 한다. 하여, 두번째로 작가 한강을 만난다.

'내 여자의 열매'가 포함된 소설집이다. 실린 작품으로는 '어느 날 그는', '아기 부처', '해질녘에 개들은 어떤 기분일까......', '붉은 꽃속에서', '아홉 개의 이야기', '흰 꽃', '철길을 흐르는 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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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 소리로 비 그침을 안다. 

미미하게 산기슭을 내려오는 바람결에 물기를 덜어내며 여름밤이 그렇게 깊어간다.

긴ᆢ밤이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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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하다'
마음 껏 쏟아내며 바람까지 동반하던 비도 어쩌지 못한다. 뿌리 내리고 품을 키워가는 이 연약한 생명 앞에서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미풍의 바람에도 흔들리면서 더 쎈 바람 앞에선 가지런한 모습이다. 이래저래 어지러운 세상 속에 발딛고 살아가는 내 마음자리도 이와 다르지 않길 바래본다.

비 그친 아침이 정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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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비비추'
보라색 빛과 뽀쪽하게 내민 모양이 이채롭다. 열린 틈으로 긴 수술을 내밀고 매개자를 인도한다. 한곳에 모아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널 위해 피웠으니 누려도 좋다는 듯.


안쓰럽고 위태롭다. 가녀린 꽃대에 어떤 힘이 있어 바람이 전하는 무게를 감당하며 꽃까지 피울 수 있을까. 생명의 순리 앞에 겸허해 진다.


'일월비비추'는 산속의 물가나 습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잎은 뿌리에서 모여나고 가장자리는 물결 모양을 이룬다.


꽃은 6~7월에 연한 보라색 꽃이 꽃대 끝에 모여 핀다. 꽃대에 줄지어 피는 비비추와 쉽게 구별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일월비비추'라는 이름은 경상북도 일월산에서 처음 발견된 비비추의 종류라는 뜻이다. 꽃이 흰색으로 피는 것을 '흰일월비비추'라고 한다. '방울비비추', '비녀비비추'라고도 한다.


숲속이나 계곡에서 홀로 또는 무리지어 핀 일월비비추를 보면 '신비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붙인 사람들의 마음이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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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란 본래 겹치고 엇갈리는 것은 당연지사이니 내가 발딛고 서 있는 이 곳이 출발점이며 가야할 길 위에 서 있음을 안다.

지나온 시간보다 다가올 시간에 주목한다. 잘 왔으니 잘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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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6-07-0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가변차선이 불안하게 이어지는군요. 이 녹슨 모습이 더 눈에 철분을 제공하는듯합니다.

무진無盡 2016-07-07 19:31   좋아요 0 | URL
녹슨거 보면 상시사용이 아니라는 말일텐데..그래도 길을 안내하는 제 역할은 있을 것이라 여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