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나물'
줄기 하나가 올라와 잎을 돌려낸다. 하얀 꽃봉우리가 꽃대 위에 모여 달린다. 원통모양의 뭉치에서 하나씩 피는 꽃들이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


긴 시간이 필요했다. 싹이 나 존재를 확인하고 꽃대를 보고는 곧 꽃을 볼 수 있겠다 여겼는데 정작 꽃을 보기까지 근 한달 이상을 기다린 듯하다. 그래서 다시 확인한다. 순간에 피는 꽃은 없다는 것을.


'우산나물'은 숲 속의 그늘진 곳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하나의 줄기가 곧추서며 털이 없다. 방패 모양의 2~3개의 잎이 7-9갈래로 완전히 갈라지며, 이 갈래가 두 번 다시 갈라진다. 잎의 갈래조각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꽃은 7~8월에 피며, 줄기 끝에서 분홍빛이 도는 흰색 머리모양꽃이 모여 달린다. 머리모양꽃은 모두 관 모양의 양성꽃으로 된다. 모인꽃싸개는 통 모양이다.


새순이 올라와 잎이 나올 때 채 벌어지기 전의 모습이 마치 우산을 펼친 듯하여 우산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다.


우산을 펼쳐 그 아래 모여들어 쉴 공간을 만들어 주는 듯하다. '편히 쉬세요'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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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잠깐 멈춘다. 

그 멈춤으로 인해 비로소 닫혔던 마음이 숨을 쉰다. 

숨은 하늘과 땅이 닿아 만든 틈으로부터 나온다. 

그 통로는 내가 서 있는 지금 이 자리다.

그 틈에서 그대의 향기를 나르는 바람이 불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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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어둠을 건너 온 햇살로 인해 이 아침,
소리없이 향기로 스미는 갓 우려낸 차의 마알간 기운이다.

뒤안을 넘어온 새보다 부지런한 할머니들의 분주함으로 이제 비 그쳤음을 안다.

몸도 마음도 마알간 하루를 연다. 그대의 하루도 이와다르지 않기를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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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난초'
직접 부르지 못하고 매개자로 누군가가 필요할 때가 있다. 올해 유독 눈에 밟히던 노각나무꽃이 그 매개자로 나섰나 보다. 노각나무의 떨어진 꽃만 보다가 나무에 핀 꽃을 눈맞춤하고 어찌나 반가운지 그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사람들 왕래가 빈번한 도로가에서 다시 만났다. 그 꽃을 보려는 순간 눈을 사로 잡았던 앙증맞은 꽃이 이 병아리난초다. 네가 불러서 겨우 볼 수 있었다.


한번 눈맞춤하고나니 자주보게 된다. 계곡 바위틈에서도 등산로 숲속에서도 사람들 물놀이하는 길가에서도 보인다. 이 조그맣고 이쁜것이 살아남는 방법으로 자신의 몸을 더 작게작게 움츠려 피는데 있는 것은 아닐까.


'병아리난초'는 우리나라 산지의 암벽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공기중 습도가 높으며 이끼가 많고 반그늘인 바위에서 자란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밑부분보다 약간 위에 1장 달린다.


꽃은 홍자색으로 피는데 꽃대에서 한쪽으로 치우쳐서 달린다. 입술모양꽃부리는 중앙 밑부분이 3개로 갈라진다. 흰색꽃이 피는 것도. 있다.


병아리가 어미닭을 쫒아가듯 종종거리는모습이 연상되는 병아리난초의 꽃말은 '귀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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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의 열매
한강 지음 / 창비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집착존재의 근거이자 파단의 이유

채식주의자를 통해 작가 한강을 만나는 키워드로 스스로를 가둔으로 이해했다작가가 추구하는 인간의 정체성의 확보에 이 벽을 넘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그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이런 궁금증을 해결해 가는 방법으로 작품의 연결고리를 찾아가 본다. '채식주의자'로 대표되는 소설의 '몽고반점', '나무불꽃이 세 가지 중편 소설의 출발이 '내 여자의 열매'라고 한다이런 이유로 인해 두 번 째로 작가 한강을 만나는 작품으로 단편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를 손에 들었다.

 

내 여자의 열매에는 '어느 날 그는', '아기 부처', '해질녘에 개들은 어떤 기분일까......', '붉은 꽃 속에서', '아홉 개의 이야기', '흰 꽃', '철길을 흐르는 강등 총 8편의 단편 작품이 실려 있다.

 

이들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일상을 꾸려 가는데 대한 고단함과 이를 뚫고 미래를 희망으로 끌어안고 나갈 힘이 없는 모습들이다사람들과의 어긋난 관계에서 스스로를 다독이지 못하고 그 상황에 끌려 다니는 실상을 면밀하게 드러내고 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채식주의자를 탄생하게 만든 작품이 내 여자의 열매이 작품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한 여자가 세상 끝으로 떠나고자 하다가사랑도 세상 끝까지 가는 한 방법이라고 믿으며 결국은 결혼하여 정착해 일상적인 삶을 산다어느날 몸에 반점이 생기고 그 반점이 점차 온 몸으로 번지는 동안 그녀와 남편 사이에는 점차 사랑이 없어지고 말이 없어진다의사소통이 힘들어지고 먼 곳으로 달아나는 꿈이 좌절되자 그녀는 베란다에 나가 점차 식물이 된다그리고 그녀는 베란다 천장을 뚫고 옥상 위까지 뻗어 오르는 꿈을 꾼다.”는 내용이다.

 

자신을 지탱해온 육체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는 근원은 어디에서 출발하는 것일까성장 과정에서 겪은 일이나 현실의 삶을 부정하며 다른 세상을 향한 나아가는 것도 좌절된 허망함이 존재한다그 안에 집요한 집착이 있다고시원의 퀵서비스맨의 파탄난 사랑몸에 있는 흉터가 자신을 지배하는 남자의 방황떠난 아내를 찾아다니다 남겨진 아이와 동반자살을 꿈꾸는 남자 와 같은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내면에 감춰진 그 무엇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버거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가는 작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할까모든 사람들은 크고 작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며 그 관계로부터 영향을 주고받는다관계의 주인이면서 대상이 된다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상화된 자신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하여 문제의 해결은 당연하게도 스스로의 책임으로 귀결된다이렇게 본다면 이들 작품 속에서 작가 한강이 그려내는 인간형은 사회적 관계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의 항변으로 읽힌다그들로 표상되는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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