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들고나는 통로다. 모양들도 제 각각인 나무들이 제 자리에서 하늘과 땅을 이어주고 지붕을 떠받쳐주어 마련된 공간을 회벽칠로 마무리 했다.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어 그 온기로 가득차기도 하고, 때론 텅 비어 다른 이야기를 준비하기도 한다.

비 그치고 새들이 늦장을 부리는 아침, 스며드는 햇살로 이곳에서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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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추리'
차마 밝은 노랑으로까지는 가지 못하는 것이 다할 수 없는 망설임으로 읽힌다. 순한 성품을 가진 모든 생명의 본질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다 똑바로 하늘을 보기도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어쩌다일 뿐이다.


'원추리'는 산이나 들, 풀밭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잎은 밑에서 두 줄로 마주 나는데 끝이 뒤로 젖혀지며 흰빛이 도는 녹색을 띤다.


꽃은 7~8월에 잎 사이에서 나온 긴 꽃줄기 끝에서 가지가 갈라져 백합 비슷하게 생긴 여러개의 등황색 꽃이 모여 핀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드는데, 계속 다른 꽃이 달린다.


원추리는 지난해 나온 잎이 마른 채로 새순이 나올 때까지 남아 있어 마치 어린 자식을 보호하는 어미와 같다 하여 '모예초', 임신한 부인이 몸에 지니고 있으면 아들을 낳는다 하여 '의남초', 사슴이 먹는 해독초라 하여 '녹총', 근심을 잊게 한다 하여 '망우초'라고도 한다.


꽃이 피어 단 하루밖에 가지 않는다는 원추리의 '기다리는 마음', '하루만의 아름다움'이라는 꽃말을 이해할 수 있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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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한강, 문학과지성사


"물에 빠진 사람이 가라앉지 않기 위해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썼고, 거품을 뿜으며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 때마다 보았다. 일렁이는 하늘, 우짖는 새, 멀리 기차 바퀴 소리, 정수리 위로 춤추는 젖은 수초들을.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그들의 어머니인 이 세상에서 갚기 힘든 빚이 있다."
-1995년 7월 초판 작가 후기 중에서


"문체가 사람이라는 말을 따르자면, 그 사이 내 문체는 변했고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이 쓴 문장들을 고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손을 댔다."

"아무도 모르게 그 속에 숨겨둔 사적인 경험들이 고스란히 다시 떠올랐다. 한 사람-이 소설들을 쓰던 나-에게 이상한 방식으로 뒤늦게 인사를 건네는 기분이었다. 낯설고도 친숙한 그 사람, 가까스로 그렇게 태어나고 있던 그 사람과, 불가능한 굳은 악수를 나누고 싶었다."
-2012년 1월 신판 작가 후기 중에서


*초판과 신판의 작가 후기 중 의미 있어 보이는 몇문장을 옮겼다. 물론 내 기준이다. 단편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에 이어 '여수의 사랑'을 연달아 손에 든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했다. 초창기 작가 한강의 단편들을 통해 그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이무엇일까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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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세긴 시간'

인간이 체감하는 시간으로는 알지 못할 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바위가 생기고 그 바위가 갈라져 틈이 난 사이로 물이 흘러가며 작고 가벼운 바위들이 더 작게 쪼게고 나르기를 반복하는 동안 물길이 생겼다. 그 물길에서 버틴 결과가 고스란히 몸에 남았다.


물의 속도와 무게, 시간의 힘이 만든 몸에 누군가 흔적을 더했다. 지켜온 그 자리에 얼마나 오랫동안 더 머무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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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물의 고요'

하루가 어둠속으로 빨려들듯 비를 한바탕 쏟아내는 사이 반도 동쪽 끝 바다에선 지진이 일어났단다. 전후를 따지면 무엇이 먼저인지 불분명하다. 자연 현상으론 태풍이든 지진이든 지나고 나면 고인 물처럼 고요하기 그지없다.


한바탕 지진이 지나고 난 마음자리는 여전히 파동 속에 있다. 멈출줄 모르는 비처럼 긴ᆢ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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