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뜨거운 여름날 그 햇볕아래 민낯으로 살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한없이 타오른다. 살갓이 벗겨지는 것 쯤이야 개의치 않는다. 마치 연인을 향한 불타는 마음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려는듯ᆢ. 정이 넘쳐 주름진 잎에 고였다.


'백일홍' 도종환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붉은 꽃이 백일 동안 핀다 하여 백일홍이라 하는데 시인이 표현한 것처럼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꽃은 7~9월에 많은 꽃이 가지 끝에 모여 핀다. 빛깔은 홍색이 보통이지만 백색·홍자색인 꽃도 있다.


배롱나무는 중국 남부가 고향이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말 선비들의 문집인 '보한집'이나 '파한집'에 꽃 이름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고려 말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소쇄원, 식영정 등 조선 문인들의 정자가 밀집해 있는 곳의 광주호로 흘러드는 개울을 배롱나무 개울이라는 뜻의 자미탄(紫薇灘)이라 불렀는데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또한 근처 명옥헌 뜰에는 이때 쯤이면 하늘이 온통 붉은빛으로 물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배롱나무로는 천연기념물 제168호로 저정된 부산 양정동의 '부산진 배롱나무'로 수령 800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여름 햇볕에 달궈질대로 달궈진 마음을 주름진 꽃잎에 담아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인듯 '헤어진 벗에게 보내는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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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한강, 난다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내가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


강보, 배내옷, 소금, 눈, 얼음, 달, 쌀, 파도, 백목련, 흰 새, 하얗게 웃다, 백지, 흰 개, 백발, 수의


한 단어씩 적어갈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흔들렸다."


*한강의 소설 '흰' 의 첫부분 '나'의 도입부다. 긴 호흡으로 한강의 소설 일곱권을 내리 읽어오면서 이제 마지막 작품을 손에 들었다. 여전히 무디고 더디며 답답하다. '흰'에서는 다른 만남이 되길 바란다.


차미혜의 본문 사진이 숨쉴 수 있는 그 '틈'을 내어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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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를 부린 것은 아니리라. 애써 먼길 나섰고 수고로움으로 오른 가파른 산길에 잠시 쉬어가라고 제 몸을 수그리고 품을 넓혀 자리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 마음 알아주는 이 있어 차마 걸터앉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쓰다듬어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위안 받기에 충분하다.

앞을 알 수 없는 여행길에 이런 마음의 쉼자리 하나 내어줘도 좋을 길동무가 그대라는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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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품'

농부의 아침을 따라가기에는 서툰 몸짓으로 늘 한발짝씩 늦는다. 웃자란 콩순을 따는 할머니의 손길이 서둘러 아침을 밝히는 햇살만큼 분주하다. 넓은 그늘을 마련하고 그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느티나무의 품만큼은 콩밭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마음도 넉넉하기 그지없다.

어느 여름날, 하루의 시작이 이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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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오줌'
짙은 녹색으로 물든 계곡과 그 언저리에 연분홍 꽃대를 곧추 세우고 스스로를 뽑낸다. 오직 나만 보라는 듯하지만 주변과 어우러짐으로 더 빛난다.


꽃방망이를 연상케하는 봉우리를 가만히 만져보고픈 마음을 애써 누른다. 노루를 가까이 접하지 못했기에 냄새를 구분하는 코 보다는 색과 모양을 보는 눈이 먼저다.


'노루오줌'은 전국의 산지의 골짜기나 습지에서 자라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은 7~8월에 홍자색으로 핀다. 줄기 끝에 모여 많이 달려 피는데 짧은 털이 있다. 그늘에서는 흰색으로 변한다. ‘숙은노루오줌’과 비슷하지만 꽃차례가 곧추서고 갈색 털이 있으며 꽃은 홍자색이다.


'노루오줌'은 큰노루오줌이라고도 하며, 뿌리에서 노루오줌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모양과는 달리 요상한 이름을 얻어서인지 '쑥스러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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