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를 부린 것은 아니리라. 애써 먼길 나섰고 수고로움으로 오른 가파른 산길에 잠시 쉬어가라고 제 몸을 수그리고 품을 넓혀 자리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 마음 알아주는 이 있어 차마 걸터앉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쓰다듬어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위안 받기에 충분하다.

앞을 알 수 없는 여행길에 이런 마음의 쉼자리 하나 내어줘도 좋을 길동무가 그대라는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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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품'

농부의 아침을 따라가기에는 서툰 몸짓으로 늘 한발짝씩 늦는다. 웃자란 콩순을 따는 할머니의 손길이 서둘러 아침을 밝히는 햇살만큼 분주하다. 넓은 그늘을 마련하고 그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느티나무의 품만큼은 콩밭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마음도 넉넉하기 그지없다.

어느 여름날, 하루의 시작이 이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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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오줌'
짙은 녹색으로 물든 계곡과 그 언저리에 연분홍 꽃대를 곧추 세우고 스스로를 뽑낸다. 오직 나만 보라는 듯하지만 주변과 어우러짐으로 더 빛난다.


꽃방망이를 연상케하는 봉우리를 가만히 만져보고픈 마음을 애써 누른다. 노루를 가까이 접하지 못했기에 냄새를 구분하는 코 보다는 색과 모양을 보는 눈이 먼저다.


'노루오줌'은 전국의 산지의 골짜기나 습지에서 자라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은 7~8월에 홍자색으로 핀다. 줄기 끝에 모여 많이 달려 피는데 짧은 털이 있다. 그늘에서는 흰색으로 변한다. ‘숙은노루오줌’과 비슷하지만 꽃차례가 곧추서고 갈색 털이 있으며 꽃은 홍자색이다.


'노루오줌'은 큰노루오줌이라고도 하며, 뿌리에서 노루오줌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모양과는 달리 요상한 이름을 얻어서인지 '쑥스러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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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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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로 시대의 사명에 맞서다

소설이 가상의 세계라고는 하지만 작가가 살아가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아니 외면해서는 안되는 사명 같은 것이 이미 내재해 있다일제식민지한국전쟁분단과 4·3 제주항쟁, 5·18 광주항쟁과 같은 해방이후 벌어진 다양한 사건 앞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롭지 못한다특히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감정과 의지를 표현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작가인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을 온몸으로 건너고자 하는 의지의 산물로 보인다. ‘내 여자의 열매’,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가라’, ‘희랍어 시간등 그간 작품에서 보여준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담담하면서도 끈질기게 표현해온 그 연장선상에 이 소년이 온다가 있어 보인다.

 

고등학교 일학년 첫 중간고사를 하루 치르고 휴교령이 내려져 더 이상 학교를 가지 못하면서 광주에 머물며 보고 들었던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살아 있다도청상무대도청앞 분수대와 금남로광주MBC, 전남대병원... 그날을 기억하게 하는 장소들이다여전히 뚜렷하게 기억하는 그날 그곳의 장면 하나하나가 되살아나는 섬세하고 치밀한 문장으로 그날을 다시 기억하게 한다.

 

소년이 온다는 당시 도청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상황을 중심으로 동호라는 중학생을 비롯하여 고등학생대학생 그리고 이웃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생생하게 살려낸다그를 통해 그 시절을 잊고 무심하게 5·18 이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동시대인으로써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그것은 5·18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모두에게 해당한 질문이다.

 

동호와 함께 시위대의 행진 도중 정대는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져 죽게 되고중학교를 마치기 전에 공장에 들어와 자신의 꿈을 미루고 동생을 뒷바라지하던 정대의 누나 정미 역시 그 봄에 행방불명된다그 후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들이 5·18이 남긴 상처를 어떻게 안고 살아가는지를 그려간다.

 

왜 그는 죽었고아직 나는 살아 있는지.” 살아남아 죽음을 맞이했던 이들의 마음까지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죽고 죽였던 모든 이들이 다 사람이었고 지금도 날마다 그 사람들을 만나며 사는데 어떻게 그렇게 잔인할 수 있었는지그를 통해 사람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작가 한강은 거기에 멈추지 않고 이제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기를 바랍니다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빚이 비치는 쪽으로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5·18 이후 직간접적으로 그 상처를 안고 살았던 모든 이들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밝은 쪽으로빚이 비치는 쪽으로꽃이 핀 쪽으로” 함께 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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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생명'
(watercolor, 38×58cm, 2002), 한부철 作

꽃은 생명의 절정이다. 화양연화의 순간을 넘어 다시 생명으로 순환하기 위해 반드시 져야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그 생명의 순환이 이뤄지늗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순간이 머물러 있다.

마치 생명의 근원에 닿고자하는 간절함이 극에 달한 순간 모든 것이 멈춰서는 그 찰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부철
ᆞ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 졸업. 동 대학원 졸업
ᆞ20회 광주광역시 미술대전 대상, 2005년
올해의 미술가 대상
ᆞ한국수채화협회, 한국미술협회, 광주전남수채화협회 회원, 광주광역시추천작가
ᆞart_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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