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망, 보름날이 하루 지난 16일의 달을 말한다. 기망의 달이 보름달 보다 밝다고 했던가. 

유월 보름을 유두流頭라 했다. 물로 몸과 마음을 통해 정화하는 날인 유두流頭날이 하루가 지났다. 물을 통한 정화가 늘 필요한 여름날 보름달을 마음에 들여 놓은 것도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 유두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유월 유두流頭날의 하루 지난 기망 달이 유독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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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 그해, 내게 머문 순간들의 크로키, 개정판
한강 지음 / 열림원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랑, 시간을 기억하는 방식

작가 한강의 이름은 가끔씩 들었다작품을 읽은 이들의 책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서다. ‘맨부커상’ 수상을 계기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나 역시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채식주의자', '내 여자의 열매', '여수의 사랑', '바람이 분다가라', '소년이 온다', ''은 그렇게 수집한 작품들이다.

 

작가 한강의 작품들을 읽어가는 동안 알 수 없는 갈증이 일었다인간의 본성에 접근해가는 방식이나 주목하는 내용과 그것을 풀어가는 작가만의 방식에서 따라가기 버거운 감정의 흐름에 잠시 책을 놓곤 했다작품이 작가의 감정과 의지를 소설적 장치에 의해 풀어내는 것과 만나는 어색함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더 근원적인 무엇을 보고 싶었다그렇게 해서 찾은 것이 작가가 펴낸 사랑과사랑을 둘러싼 것들이라는2003년에 발간된 산문집이다.

산문집 사랑과사랑을 둘러싼 것들은 1998년 미국 이이오와 대학에서 주최한 국제창작 프로그램(IWP)에 참가하여 세계 열여덟 나라에서 온 시인과 소설가들을 만나는 동안 그곳에서 겪었던 사람과 자신의 기억을 담았다.

 

열일곱 가지의 이야기에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감정과 의지가 있다그 감정과 의지를 읽어내는 작가의 감정과 의지가 만나는 지점은 어디일까작가 한강이 그 시간을 기억하는 키워드는 사랑이다. “사랑을 둘러싼 이별배신질투 같은 것들이 괴로운 것이지 사랑 그 자체는 그렇지 않다고.”하는 사랑에 관한 관점에서 어디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모든 기억들이 단편으로 부서지고형태를 잃어간다조용히시간의 풍화 속에 흩어진다나는 흥얼거린다나는 기억하는 사람모두가 잊은 것들을 기억하는 사람내가 기억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을 때까지다만 그때까지.”

 

시간을 기억한다그 시간 속에는 사람이 있다그 사람은 사랑이다사랑 그 자체가 고통이라면 모든 기억이 다 고통일 수밖에 없다하지만버거운 삶을 살아가더라도 사랑은 그렇지 않음을 믿기에 그 사랑에 희망을 거는 것이다그 출발은 어디에 있을까시간과 공간을 함께했던 그것을 기억하는 일바로 여기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하여시공간을 함께했던 사랑과 그 사랑을 둘러싼 모든 것 속에서 사랑의 본질을 찾는 일은 자신의 삶을 사랑으로 가꿔가는 중요한 출발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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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고자 한다. 애써 키를 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여전히 모르지만 자꾸만 키를 키우는 이유가 있다. 그곳에 닿고자 함이다.

끝내 닿지 못하리라는 것쯤은 이제는 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지만 그 책에서 딱히 무얼 얻고자 하는 것이 없음에도 자꾸만 책을 곁에 두고 펼치는 이유와도 다르지 않다.

그 끝을 알 수 없기는 하늘 끝을 짐작하는 것이나 알 수 없는 내일을 기약하는 것이나 매 한가지일텐데 늘 오늘을 내일로 미룬다. 마치 내일을 앞당겨 오늘 살 수 있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마음의 키를 하늘 끝까지 키울 것이며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자꾸만 책을 읽을 것이다. 

내가 내 삶을 살아가며 내 감정과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다는 듯이ᆢ. 약득若得이면 만족滿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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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성근 나무사이를 뚫고 햇살이 스며든다. 

엉킨 내 마음 속으로도 비집고 들어왔다. 

덕분에 오늘 하루도 뽀송뽀송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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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기다렸다. 담장 넘어 꽃피었다 그 꽃 떨어져 담장 아래 다시 피는 때가 오기를ᆢ. 그냥 주황색이라고 부르기엔 미안한 노란빛이 많이 들어간 붉은색의 꽃이 그렇게 피었다.


빨판을 이용하여 어디든 붙어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혹시나 오실지 모를 그리운 님 기다리는 마음이 담장을 넘어 빼꼼히 고개 내밀고자 하는 이유다.


'능소화'는 중국 원산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심어 기르는 덩굴나무이다. 꽃은 7~8월에 피며 새로 난 가지 끝에 달리고 노란빛이 도는 붉은색이다.


'능소화'
-이원규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 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만큼은 돼야지


*꽃잎만 툭 떨구고서도 못다한 그리움이 있어 땅에서 다시금 핀다. 그렇게 핀 그꽃이 더 곱다.


금등화·자위·대화능소·능소화나무라고도 한다. 여성의 그리움을 형상화한 '여성', '명예'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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