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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다 - 조심하지 않는 바람에 마음이 온통 시로 얼룩졌다
진은영 지음, 손엔 사진 / 예담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좋은 시엔 좋은 독자로
어느 때 시가 필요할까? 문득 이 생각에 주목한다. 특별한 어떤 상황이나 감정 상태 또는 의지에 의해 시를 일게 되는 환경이 혹 시를 일상에서 접하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렇더라도 일상에서 수시로 시를 접하는 사람에게도 시를 읽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시가 가지는 유의미성이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일상의 버거움에 지쳤을 때, 때론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이별했을 때와 같이 대부분 시를 찾는 경우가 기쁨이나 즐거움을 나누고 싶을 때가 아닌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기에 버거울 때가 아닌가 한다. 그때 시를 훌륭한 친구이며 선생님으로 떨리는 어께를 다독여주는 존재로 찾거나 그렇게 등장한다.
진은영 시인의 ‘시시하다’는 “오롯이 나를 위해 쓰다듬고 울어주고 사랑하는 시간 밤바람을 깨워서라도 꼭 읽고 싶은 시”를 선정하여 한국일보에 아침을 여는 시’로 연재한 시들 중에서 92편을 골라 엮은 책이다.
여기에는 “한국 시에서 외국 시까지, 관록 있는 시인에서 젊은 시인까지, 시인이자 철학자의 안목으로 고른 순도 높은 시들과 자신이 특별히 사랑하는 시”가 포함 되었다. 한 편의 시를 골라 올곧게 읽어내고 그 속에서 건진 자신의 감정과 의지를 짧은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과 공감한 결과물이 이 책으로 엮였다는 것이다.
시인이 시를 짓고 그 시가 독자들과 공감할 때 비로소 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시를 쓴 시인은 제 감정과 의지을 충실히 반영하여 시를 짓고 이를 대하는 독자 역시 자신의 감정과 의지에 의해 읽게 된다. 좋은 시는 시를 쓴 시인의 독창적인 시어에 담긴 세상이 독자들의 공감을 바탕으로 널리 공유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결국 좋은 독자란 만나는 시를 자신만의 감정과 의지대로 읽고 그 시를 다시 쓰는 사람이라 해도 크게 벗어난 규정은 아니리라고 본다.
“그럴 때면 이 시의 아름다운 구절이 떠오릅니다. 내가 반 웃고 당신을 반 웃게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요. 내가 반만 웃어야 당신도 반은 웃을 수 있다는 걸 정말 몰랐어요. 당신이 온 생 내내 저 혼자만 웃겠다는 것도 아닌데. 당신은 “좋은 하루 시작해요”라고 다정한 아침 문자를 보내줍니다. 그 하루의 절반은 당신께 드리지요. 온 마을이 밤까지 환해지도록.”(그리운 시냇가 중에서)
‘시시하다’를 엮은 진은영 시인은 그런 의미에서 좋은 독자다. 자신이 선정한 시를 읽고 자신의 감정과 의지대로 읽은 시에서 비롯된 감정을 적절하게 풀어놓고 그것이 또 다른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왔으니 좋은 독자임에 틀림없다. 그 풀이가 한편의 산문시가 된다는 것을 장을 펼칠 때마다 느끼게 된다. 천상 시인이고 좋은 독자임에 틀림없다.
진은영 시인의 감성 충만한 풀이에 손엔의 사진을 약방의 감초처럼 시를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시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시가 전하는 위로를 고스란히 받아 안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내내 생각하게 되고, 한 번 더 읽어보려고 귀퉁이를 접게 만드는 시를 같이 읽고 싶다”는 진은영 시인의 바람이 무엇인지 오롯이 알게 된다. 감성 충만한 시인의 안내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좋은 시와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