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하다'자연스럽다는 것 속에는 사람의 손길이 닿았지만 억지를 부려 욕심내지 않은 상태를 포함한다. 또한 시간을 거스르는 것이 아닌 앞서거니 뒷서거니 그 시간과 동행하는 것이니라. 그 가운에 정갈함이 머문다.나무둥치 위에 가즈러히 흰고무신 한컬레 놓였다. 뒷축을 실로 꼬맨자리가 어설퍼 보이지만 단정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닫힌 문을 열어볼 마음을 내 보지도 못하고 머리 위 글귀를 따라 읽는다.살어리살어리랏다청산에살어리랏다멀위랑다래랑먹고청산에살어리랏다토방에 놓인 고무신이 정갈한 주인의 마음자리를 닮았으리라. 굳이 청산별곡을 읊조리지 않아도 이미 마음은 청산 그 한가운데 머문다.가만히 흰고무신을 들었다. 두 손으로 가슴에 대어보고 그 자리에 놓아본다. 주인의 정갈한 마음자리가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민주엽나무'태어나고 자란 고향마을에 나무 한그루 있다. 어린시절 놀이터였으며 마을을 들고나는 군내버스를 기다리는 정자나무이기도 했다. 이 나무의 2세대가 건너마을에가 터를 잡았다. 대도시로 유학을 나온 후론 고향집에 갈 때마다 나무 그늘에 들어 쉬었다 오곤 했던 나무다.
어느해 여름 태풍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후 찾은 고향마을은 텅비어버린 느낌이었다. 그후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마을 앞 방앗간이 헐린 자리에 같은 종류의 어린 묘목이 자라고 있었다. 건너마을로 갔던 2세대의 후손이라고 하니 3세대 나무인 셈이다. 지금은 제법 틀을 잡아가며 키와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다시 마을을 찾을 때마다 눈맞춤 한다.
이 모든 1, 2, 3세대의 나무를 심고 가꾸신 분이 돌아가신 아버님이다. 이제 아버님은 뵙지 못하게 되었지만 이 나무와 눈맞춤할 때마다 아버님을 떠올린다. 이 마을을 지키며 함께 오랫동안 눈맞춤할 수 있길 소망한다.
마을에 이 나무의 이름을 아는이가 없어 물어봐도 알지 못하다. 어렵사리 이름을 알았다. 나무 이름을 적고 사연을 담아 이름표를 세워두고자 한다.
'민주엽나무'는 한국 특산종으로 전국에 분포하며 낙엽지는 큰키나무다. 산골짜기나 냇가에서 자란다. 높이는 20m 정도이다. 굵은 가지가 사방으로 뻗으며 자라고 작은 가지에 가시가 없다.
꽃은 5~6월에 노란색을 띤 황녹색 작은 꽃들이 빽빽하게 달린다. 열매는 길이 20~30cm 정도 납작하고 뒤틀린 꼬투리다. 주엽나무랑 같은데 전체에 가시가 없는게 특징이다.
'고산자 김정호'-우일문, 인문서원김정호(金正浩, 1804~1866 추정), 호 고산자(古山子), 조선시대 가장 많은 지도를 제작하였고, 가장 많은 지리지를 편찬한 지리학자이다.생몰년도가 미상이다. 대단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마음이 반영된 탓일까? 역설적으로 이 모호함이 다양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김정호는 옥사했는가? 이 물음에서 시작하는 이 작품도 그런 상상력의 산물이리라.
안개와 함께하는 아침들녘,이 평화로움이 전해져 그대의 가슴에 오랫동안 머물길 소망한다.
반갑다. 달아ᆢ.구름 사이에 묻혀 네 보기 어렵다 했더니 그 틈에 보고픈 마음까지 보테어 몸집을 부풀렸구나.짪아지는 가을 밤, 달이 있어 더디가도 좋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