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달개비'
반쯤 열린 꽃잎이 더 펼치지 못하고 잡초로 여겨진 것이 아쉬운듯 하늘을 향한다. 햇살을 머금고 물가에서 반짝이는 자신을 수줍게 내보이고 있다.


어릴시절 논둑을 그렇게 다녔으면서도 기억에 없다. 같은 시기 같은 환경에서 자라며 비슷한 때에 꽃을 피우는 '벗풀'은 기억하면서도 '물달개비'는 잊고 지낸 식물이다.


'물달개비'는 냇가와 연못가 및 논에서 자라는 수생식물로 한해살이풀이다. 논에 자라면서 잡초로 취급받아 뽑혀서 현재는 개체가 많이 줄어들었다지만 논둑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꽃은 8~9에 보라색으로 피며 꽃대는 잎보다 짧으며 꽃의 수가 적다. 잎이 우거진 곳에서는 꽃이 잘 보이지 않는다. 비슷한 모양의 물옥잠은 꽃대가 길어 잎 보다 높은 위치에서 피어서 구분할 수 있다.


잎 모양이 닭의장풀과 비슷하고 물에서 자라기 때문에 물달개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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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김정호
우일문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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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자신을 지워 조선의 길을 열다

뚜렷한 업적을 남겼으나 그 업적을 남긴 사람을 기록하지 않았다심지어 생몰년대도 모른다면 필히 무슨 곡절이 있었을 것임은 누구나 쉽게 유추할 수 있다왜 그럴까여기에는 다분히 당시의 정치적 갈등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이렇듯 기록이 없기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주목하는 사람이 있다그런 사람 중 단연코 고산자 김정호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호는 누구인가그는 조선시대 가장 많은 지도를 제작하였고가장 많은 지리지를 편찬한 지리학자이다그에 대한 기록은 최한기의 청구도제’,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등에 단편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대동여지도라는 시대를 뛰어넘는 뚜렷한 역사적인 업적을 남기고도 생몰 연대본관,신분고향주요 주거지가계 등에 대해 어느 것도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이 없다이런 아이러니가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할 조건으로 작용한다우일문의 소설 '고산자 김정호'가 출발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김정호는 옥사했는가?” 역시 그런 상상력의 산물이리라.

 

작가는 일제 강점기 국어 교과서격인 조선어독본을 통해 대동여지도에 대한 기록울 접하고 그에 대한 의문을 갖는 것이 이 작품의 출발점이라고 했다이처럼 김정호를 다룬 다른 작품으로 박범신의 고산자’(2009, 문학동네)가 있다.

 

우일문의 고산자 김정호는 여지학에 뜻을 둔 소년 시절부터머리와 수염이 허옇게 센 장년이 되어 마침내 필생의 역작 대동여지도를 판각하게 되기까지 담담하게 그려간다.” 반면에 박범신의 고산자는 한 사람의 삶을 외롭고(), 높으며(), 옛산을 담고자 하는 마음()으로백성을 위한 지도를 만들고자 했던 김정호의 영웅적 면모에 집중했다무엇이 옳고 그른가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을 보는 시각의 차이가 그 사람의 일생을 바라보며 어디에 방점을 찍을 것인가로 달리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작가의 말처럼 고산자 김정호는 김정호라는 주인공의 영웅적 측면에 주목하기 보다는 김정호라는 사람이 여지학에 몰두하고 끝내는 대동여지도를 만들 수 있도록 그 일상을 함께했을 사람들도 함께 바라본다그러기에 영웅 김정호도 없고 갈등구조도 약하며 클라이맥스도 없다.그저 담담하게 김정호를 들여다보려고 했다.”고 한다어쩌면 이렇게 담담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오롯이 한 인간이 걸어온 길을 섬세하게 그려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박범신의 고산자를 원작으로 하는 강우석의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만들어졌다오늘날 김정호에 주목하여 김정호의 무엇을 바라보고자 함일까우리시대 김정호라는 한 지리학자의 삶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오롯이 한 인간의 삶을 들여다 본 이후에야 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로 그 당시 조선의 길을 열었다면 헬조선으로 불리는 우리시대에 필요한 지도에는 무엇이 담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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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시간을 벗어난다. 
먼 곳에서 닭우는 소리로 깨어난 하루는 안개의 시간이다. 소리없이 번지는 아침햇살에 안개의 짧은 생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내 의식의 무명癡도 이렇게 깨어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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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봉선'
둘둘 말린 꼬리에 꿀을 담고 한껏 입을 벌려 물로 가는 꿈을 꾸는지도 모르겠다. 꿈을 찾아 뭍으로 올라와 물로 돌아가지 못한 물고기의 물에 대한 그리움이 깊은 것일까? 내 눈에 보이기에는 영낙없이 물고기를 닮은 모습이다.


숲길에 여전히 제 철인양 무리지에 피어있다. 전해지는 소식으론 노랑색의 모습도 많던데 내가 있는 곳에선 좀처럼 볼 수가 없다. 다른 많은 식물과 그랬듯 언젠가 마주칠 날이 있겠지. 꽃 하나 조심스럽게 따서 꼬리를 자르고 입으로 가져간다. 단맛이 입안에 번진다.


'물봉선'은 산골짜기의 물가나 습지에서 무리지어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게 서고, 많은 가지가 갈라지며, 잎은 어긋난다.


꽃은 8∼9월에 붉은빛이 강한 자주색으로 피고 가지 윗부분에 달린다. 꿀주머니는 넓으며 끝이 안쪽으로 말린다. 짙은 자주색의 꽃이 피는 것을 가야물봉선,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물봉선이라고 한다. 600m 이상의 높은 곳에서 자라며 노랑색의 꽃이 피는 노랑물봉선도 있다.


봉선화 하면 우리 자생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만 귀화식물이다. 그에비해 물봉선은 봉선화와는 같은 집안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 나는 전형적인 자생식물이다.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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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대동여지도'


박범신의 2009 년 소설 '고산자'와 2016년 강우석의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만나다.


박범신의 '고산자'는 '통찰력이 뛰어난 인문학자였고, 조국을 깊이 사랑했던 산인(山人)이었으며, 집념이 강한 예술가였다'라고 평가한 김정호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홍경례의 난 등 사회적으로 어지러웠던 조선말기 아버지의 실종을 밝혀 달라고 산벗나무 꽃피던 어느 봄날 관아의 높다란 대문 앞에서 무릎 꿇고 매달리던 한 소년이 고향을 등지고 전국을 떠돌며 삶을 이어가 결국에 자신의 소망을 이뤘지만 그게 다 부질없음을 알고 사랑하는 피붙인 딸과 조용히 사라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어버지의 죽음, 부패한 권력, 외세의 침입, 천주교라는 낯선 사상의 도입, 실사구시 학문의 대두, 벗의 사귐과 그들의 죽음을 선고하는 만장 등 이는 고산자 김정호가 살았던 시대, 그가 직면한 현실을 나타내는 단어들이다. 저자는 이러한 매개를 이용하여 발 딛고 살아가는 산천의 주인이 백성임을 알고 백성들의 삶의 시작과 끝이 되는 산천을 온전히 담아내 백성들 품으로 돌려주고자 했던 김정호의 마음을 읽어간다. 한 사람의 삶을 외롭고(孤), 높으며(高), 옛산을 담고자 하는 마음(古)으로 풀어내고 있다.


깅우석의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김정호가 대동여지도의 초판을 완성한 이휴의 이야기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지도가 곧 권력이자 목숨이었던 시대"를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조선후기 대원군을 중심으로 한 안동김씨와의 정치권력과의 갈등 속의 김정호가 그려지고 있다.


이 나라 곳곳의 아름다운 모습이 영상으로 펼쳐지고 그 풍경 속을 외롭게 걷는고산자 김정호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은 영화의 특성상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김정호는 생몰연대를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상상하기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다. 그 가능성으로부터 김정호를 보고자하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달리 그려질 것이다. 강우석의 '고산자 대동여지도'에는 박범신의 그 김정호와는 당연하듯 사뭇 다른 사람이다.


강우석 감독은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통해 김정호의 무엇을 보고자 했을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도 그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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