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추한 내방'
-허균 지음, 김풍기 옮김, 태학사

허균(許筠, 1569~1618) 자유분방한 삶, 파격적인 정치가, 사회모순을 비판한 문신 겸 소설가, 시대의 이단아,ᆢ. 허균을 일컽는 말들이다.

"예로부터 죄인에게 형장刑杖을 가하며 신문하지 않고 사형이 결정된 문서도 받지 않은 채 단지 죄인의 범죄 사실을 진술한 말로만 사형에 처한 죄인은 없었으니 훗날 반드시 이론이 있을 것이다."

광해군 때 역모사건에 연류되어 죽임을 당했던 허균의 죽음을 두고 조선 중기의 문신이었던 기자헌奇自獻(1567~1624)이 한 말이다. 당대부터도 다분히 정치적 사건이었음을 알게 한다.

"허균의 글은 언제나 변화무쌍하면서도 신선하여 좋다. 피를 토하는 혁명가의 모습이 들어있는가 하면 어느새 다정다감한 남편의 웃음이 흐르기도 하며, 샌님의 말투가 배어있는가 하면 벗을 불러 술을 마시는 풍류재자의 몸짓이 보이기도 한다."

허균의 산문을 통해 잘 알려졌지만 그래서 더 모르는 인물 허균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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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이다. 눈맞춤하기엔 과하지만 반가운 햇살이 분부시다. 서로가 서로에게 사이를 인정해주는 틈의 여유로움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알아보는 것이 많아진다. 내 삶이 가을 언저리 어디쯤에 머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날 오후의 하늘이 불쑥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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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여뀌'
꽃인가 싶을 정도로 자잘한 것이 끝에 뭉쳐있다. 자신을 드러내는 확실한 방법은 크기나 모양, 색 등으로 무장하지만 그것으로도 마땅찮으면 뭉쳐서 무리를 이룬다. 여리고 약한 생명들의 사는 방법이다.


쉽게 열리지 않은 꽃은 붉디붉은 속내를 다 보일 수 없어서다. 보여준다고 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있는듯 없는듯 제 자리에서 제 사명을 다하면 그뿐이다. 이미 꽃인걸 알아주는 이 있을까.


'개여뀌'는 밭이나 들의 풀밭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땅에 닿으면 뿌리가 내리며 가지가 뻗어 곧추 자라므로 모여 나는 것처럼 보이고 털이 없으며 적자색을 띤다.


꽃은 6~9월에 피며 적자색 또는 백색이고 가지 끝에 이삭모양으로 모여 달린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며 붉은색이나 흰색인 것도 있다.


잎과 줄기를 짓찧어 냇물에 띄우면 민물고기들이 저절로 물위로 떠오르기 때문에 어독초라고 하며 잎에 매운맛이 있어 신채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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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삼매경 태학산문선 108
조희룡 지음, 한영규 엮음 / 태학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조희룡여항인의 좌장으로 빛났던 사람

이른 봄 눈 속에 핀 매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조선시대 매화그림으로 유명했던 조희룡이다우선조희룡하면 떠오르는 것이 두 가지다하나는 매화서옥도와 홍매대련이라는 작품을 비롯한 매혹적인 매화그림과 추사체의 김정희와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이 그것이다워낙 매화를 좋아해 매화그림을 많이도 그렸지만 뛰어난 작품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다른 하나로는 조희룡하면 당연하게 연관되는 사람으로 추사 김정희를 거론하게 된다활발하게 교류했던 까닭이기도 하고 조희룡이 김정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에서 김정희의 제자였다는 것을 둘러싼 이야기다이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봐야할까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조희룡(17891866)은 19세기 대표적 여항시사인들의 모임인 벽오사의 중심인물로 활동하였다그는 시·글씨·그림에 모두 뛰어난 재주를 보였는데그림은 난초와 매화를 특히 많이 그렸다. 19세기 전반기에 중서층 지식인의 가장 선두를 점하는 위치에 서 있었던 조희룡은 당대의 유력자들과 교유하며 그 문화적 분위기에 공명하는 한편 그 시선이 중서층 지식인을 아우르고종국에는 중서층의 여론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그는 호산외기석우망년록한와헌제화잡존일석산방소고화구암난묵수경재해외적독우해악암고우봉척독 등을 남긴 문인이기도 하다.

 

이 책 '매화 삼매경'은 조희룡의 산문을 모아 엮은 책이다산문을 통해 주목하는 것으로는 조희룡이 활동했던 당시의 수많은 문인들을 대표했던 그의 시대적 역할이 무엇이었는가에 있다여항인들 사이에서 좌장 역할을 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를 주도했던 조희룡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또한, ‘호산외기에 기록된 인물들의 전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좋다호산외기는 저희룡이 기록한 인물전기집으로 김신선조신선 등의 기인과 최북임희지김홍도이재관전기 등의 화가와 유세통장우벽장혼천수경엄계흥조수삼박윤묵이단전 등 42명의 전기가 살려있다.

 

이 책의 아쉬운 점으로는 다양한 산문이나 척독 등에 단순한 제목이 달려있어 내용을 이해하는데 의외라는 느낌을 받는다는 점과 글의 출처만 밝혀 놓았을 뿐이고 더 이상의 설명이 없어 글을 이해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이다제시된 글과 관련된 사람이나 글에 대해 부가적인 설명이 더 자세하게 덧붙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막연하게 매화그림을 잘 그렸던 화가 조희룡에서 당대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문인화가로써의 면목을 마날 수 있어서 좋았다그의 매화 그림 중 '매화서옥도'와 '홍매대련'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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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뜰에 낮선 마음들이 모이고 낯선 언어들로 넘쳐난다. 그 사이를 흐르는 낯선 음악이 낯선 마음들의 틈을 자꾸만 넓혀간다. 그 넓혀진 틈이 있어 그나마 숨쉴 수 있다.

얼마나 다행인가. 낯선 마음들 사이에 틈이 있다는 것이ᆢ. 그 틈이 있어 숨 쉴 수 있는데 사람들은 자꾸만 메꿔가고자 한다. 그러니 버거울 수밖에 없다.

애써 마련한 틈에 숨 불 하나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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