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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추한 내 방 ㅣ 태학산문선 109
허균 지음, 김풍기 옮김 / 태학사 / 2003년 10월
평점 :
허균,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하여
소설 홍길동의 저자로 잘 알려진 허균(許筠, 1569~1618)은 자유분방한 삶, 파격적인 정치가, 사회모순을 비판한 문신 겸 소설가, 시대의 이단아 등으로 불리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뿐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허균에 대한 이러한 다양한 시각은 그만큼 허균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못한 결과라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허균(許筠, 1569~1618)은 자는 단보(端甫), 호는 교산(蛟山), 학산(鶴山) 등을 주로 사용한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문학가다. 문과에 급제했으며 여러 벼슬을 거치는 동안 부침이 많았다. 1617년에는 인목대비 폐모론을 주장하며 대북파의 일원으로 왕의 신임을 받았으나, 광해군 때인 1618년에는 반란을 계획한 것으로 지목되어 처형당했다. 다양한 시문을 남겼으며 ‘홍길동전’과 ‘호민론’, ‘탕무혁명론’, ‘유재론’등의 개혁사상가의 면모를 보이는 글과 우리나라 식품사와 관련된 최초의 저술로 꼽히는 ‘도문대작’등 수많은 글을 남겼다.
이 책 ‘누추한 내방'은 허균의 글들 중에서 척독을 따로 분류하고 자신의 일상과 벗들과의 교류 등을 주제로 한 산문, 읽기와 쓰기에 관련된 독서론 그리고 호민론과 같은 혁명적 사상가의 의식이 뚜렷하게 보이는 논설과 기타 다양한 글을 가로 뽑아 엮은 책이다.
허균이라고 하면 그동안 단순하게 소설 홍길동의 저자나 여류 문인 허난설헌의 동생, 파란만장한 삶을 산 불우한 선비라는 식으로 이해하는 범위를 벗어나 허균이 직접 쓴 산문을 통해 그의 일상과 더불어 뚜렷한 미래지향적 가치관을 가진 개혁사상가의 삶을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허균의 글은 언제나 변화무쌍하면서도 신선하여 좋다. 피를 토하는 혁명가의 모습이 들어있는가 하면 어느새 다정다감한 남편의 웃음이 흐르기도 하며, 샌님의 말투가 배어있는가 하면 벗을 불러 술을 마시는 풍류재자의 몸짓이 보이기도 한다."
허균의 글을 번역한 김풍기의 허균의 글에 대한 느낌을 전하는 글이다. 허균의 글을 통해 허균이 가진 감정과 의지가 발현되고 때론 좌절되는 순간마다 어떤 생각을 하였는가를 보는 맛이 참으로 좋다. 이와 더불어 허균의 심정을 짐작하거나 이후 행적과 연결시키면서 자신의 독특한 시각으로 허균을 이야기하는 번역자 김풍기의 해설 또한 허균의 글만큼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글이다. 두 글을 나란히 놓고 읽어가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한 개인을 바라볼 때 다른 이들의 시각이 아닌 본인의 글 속에 담긴 감정과 의지를 바탕으로 알아가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허균의 삶을 그의 글을 통해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허균이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살아갈 세상을 꿈꾸며 바라보았을 하늘과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400여 년이 지난 오늘의 하늘이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