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五里霧中'짙은 안개를 뚫고 햇살이 비추는듯 싶더니 한낮 잠시 쨍하고 다시 안개보다 더 짙은 구름이 하늘을 가렸다.말이 말을 만들고 그 말에 치여 사람들 마음이 멍든다. 글과 말로 이뤄지는 정치에 기대를 걸었던 시간, 수없이 반복되는 말잔치에 순박한 내 이웃들은 묵숨만 잃었다. 여전히 말잔치가 난무하다. 그래, 다 맞는 말이다. 하나, 그 말이 사람 목숨 살릴 수 있어야 진짜 말이 된다.온갖 부정과 비리, 무능에 심지어 세월호로 아버지 백남기의 잃어버린 목숨으로도 하지 못했다. 지금도 못하면 그 다음은 나, 너, 우리의 목숨은 이제 지키지 못할 것이다.더이상 무엇이 필요할까?이도저도 꼴보기 싫어 하늘도 구름 속에 숨어버렸다.
나날이 더 짙은 안개로 하루를 연다. 안개 짙어지는건 가을이 여물어가는 것을 알리려는 것보다는 사람들 사이에 온기가 필요한 때를 대비하라는 의미다.계절의 마음씀이 이렇다.
'별나팔꽃'해를 향하여 좁은 속내를 기꺼이 드러낸다. 더이상 감출 것도 없다는 뜻이겠지만 지극한 마음의 반영이리라. 그렇더라도 속내를 드러내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듯이 연보라색의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애기나팔꽃보다야 크지만 보통의 나팔꽃보다는 작다. 또한 나팔꽃의 가녀린 느낌보다는 훨씬 강한 이미지라 굳건하게도 보인다. 작아서 더 단아한 느낌으로 눈맞춤 한다.
'별나팔꽃'은 열대 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로 우리나라 남부지방과 제주도의 길가나 빈터에서 자라는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꽃은 7~9월에 줄기의 잎겨드랑이에서 분홍색 또는 붉은색으로 핀다. 꽃부리는 깔때기 모양으로 가운데 색이 보다 짙다.
약간 비켜가는 달이다.몹쓸 가을비라 타박했더니 맑고 푸른 가을밤을 선물처럼 내어놓아 달이 곱게도 보인다.짧지 않을 가을밤이 조금은 더 길어진다 해도 그 무엇을 탓하진 않으리라.모월당慕月堂 깊숙히 달빛이 들겠다.만월은 버거워 약간 비켜난 달과 눈맞춤을 한다.
'범꼬리'하얀 꽃뭉치가 눈부시게 빛난다. 앙증맞도록 자잘한 꽃이 모여 피어 그 존재를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겹으로 쌓인 꽃잎 속에서 긴 꽃술을 살그머니 내밀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깊어가는 가을의 갈색 풀숲에서 꼬리를 닮은 유독 하얀색의 꽃뭉치가 손짓한다. 계절을 건너 한참이나 늦게 피었지만 그 눈부심은 오롯이 빛난다. 순백의 묘한 색감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첫 눈맞춤이라 한참을 머물렀다.
'범꼬리'는 깊은 산의 풀밭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잎은 어긋나고 위로 갈수록 점점 작아진다. 잎자루는 짧거나 없다.
꽃은 6~7월에 연한 분홍색 또는 백색으로 피는데 꽃줄기 끝에서 원기둥 모양의 꽃이삭이 발달하여 작은 꽃들이 조밀하게 무수히 달려 꼬리모양의 꽃차례를 이룬다.
범꼬리라는 이름은 꽃대가 쭉 올라온 것이 마치 호랑이 꼬리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범꼬리 종류는 상당히 많다. 한라산에는 가늘고 키 작은 가는범꼬리와 눈범꼬리가 자라고 있고, 깊은 숲에는 잎의 뒷면에 흰 털이 많아 은백색이 되는 흰범꼬리가 있다. 또 백두산 등 북부지방에만 자라는 씨범꼬리와 호범꼬리 등도 아주 귀한 범꼬리들이라고 한다.
꽃대를 쑤욱 뻗어올려 바람따라 흔들리는 모양대로 '키다리'라는 꽃말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