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귀한 가을날'
생명을 키워온 시간이 겹으로 쌓여 결실로 마무리를 해야할 때에 가장 필요한 것이 햇볕이다. 고실고실한 가실의 바탕에는 그 볕이 있어서 가능하다.

익어 고개 떨군 나락도, 익어가는 감도, 붉은 대추도 볕에 익어야 달고, 고구마도, 수수에 콩에게도 볕이 필요하지만, 이 햇볕을 더욱 더 필요로하는 것은 무와 배추다. 김장에 필요한 채소를 키워낼 볕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몸은 춥고 마음은 허한 한겨울을 나는데 김장김치만한 것이 또 있을까. 마을 할머니들 갈라진 마음으로 가꾼 채마밭에 배추가 저절로 자빠진다.

무엇이 어긋나 하늘이 심통을 부리는 것일까. 올 가을은 햇볕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구름 속에 숨어버린 해를 탓할 수도 있지만 이미 복잡해져버린 마음을 달래줄 무엇하나 제대로 떠올리지 못하는 심사가 더 야속하다.

가을날 고실고실한 그 볕이 그립고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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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란 무엇인가 태학산문선 102
심노숭 지음, 김영진 옮김 / 태학사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감정표현에 충실한 글맛을 누린다

심노숭沈魯崇(1762~1837)은 정조와 순조 연간의 학자이자 문인이다자신이 지나온 삶의 자취가 춘몽처럼 스러질까 봐 76년의 인생 역정을 집요하리만큼 꼼꼼하게 기록한 사람이다그는 지나온 역사와 당대의 정치와 인물들에 대해서도 방대한 양의 기록들을 남겨놓았다.

 

심노숭이 활동했던 조선 후기는 경제활동의 변화를 바탕으로 한 신흥 세력의 등장과 성리학의 폐해 북학파를 선두로 한 실학의 대두 등과 같은 국내의 변화물결과 청나라의 대두로 인해 중국과의 국제교류에서도 새로운 사상과 문학서학西學의 유입 등으로 인하여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되는 시기였다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게 정조의 문체반정이 대두 될 만큼 문단에서도 변화가 진행되었다.

 

심노숭은 이 시기 대표적 문체반정의 대상이 되었던 김려·이옥·강이천 같은 문인들과 성균관에서 가까이 교유하고 있었으며그 문학 성향에서도 일정하게 이들과 공통되는 면모들이 보이고 있다현재 남아 있는 저서나 편저로는 문집 효전산고야사총서 대동패림등이 남아 있다.

 

이 책 '눈물은 무엇인가'는 그의 기록들 중 '효전산고'에서 간추려 뽑아 번역하여 도망문인물전과 일화,산해필희문예론으로 분류하여 엮은 책이다.

 

부인을 잃고 지었던 여러 편들의 글 속에 구구절절 등장하는 애틋한 마음을 담은 도망문悼亡文을 비롯하여 그의 작품들에는 자신이 일상을 살아가며 보고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보인다그 다양한 감정의 표현은 기쁨과 웃음노함과 꾸짖음이 모두 들어있을 뿐만 아니라그 저변에는 발랄함과 강개함유연함이 깔려 그만의 개성적인 문체를 만들어 내었다.

 

심노숭이 부인을 잃고 그를 슬퍼하는 마음을 눈물에 비추어 쓴 글 淚原눈물이란 무엇인가를 보면 박지원의 '눈물은 배우는 게 아니다'라는 글이 저절로 떠오른다두 글 모두 눈물을 주제로 한 글로 눈물에 담긴 슬픔을 담아내는 것은 같으나 글이 주는 느낌은 많은 차이가 있다심노숭의 눈물은 슬픔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절절한 마음의 상태를 담았다면 박지원의 눈물은 그 슬픔을 어느 정도 이겨내고 난 이후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에 이른 담담함을 느끼게 한다눈물에 관한 이 두 글은 함께 읽어도 좋을 명문장이다.

 

'눈물은 무엇인가'에 등장하는 심노숭 산문에서 주목되는 점 중에 하나는 대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감상성感傷性의 농후함이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다른 문인들의 작품에는 유례가 없을 정도라는 점이다문체반정의 대상이 되었던 패사소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자신의 문학의 토대로 삼았던 것은 아닌가 싶다딱딱하고 규격에 갇힌 글보다는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노출시키는 글이 가지는 장점을 통해 글의 새로운 힘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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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가는 길'
-유몽인 지음, 신익철 옮김, 태학사

유몽인柳夢寅(1559~1623)은 임진왜란과 광해군 때 주로 활동했던 사람으로 '어우야담於于野談'의 저자로 익숙하다. 

인조반정 이후 관직에서 물러나 있었지만 반정이 일어난 지 넉 달만에 광해군을 복위시키려는 모의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저서로는 야담을 집대성한 '어우야담'과 시문집 '어우집'이 있다.

"말이란 성정에서 나와 사악함과 올바름이 분별되는 것이다. 어찌 차마 네모난 마음을 지니고서 말을 둥굴게 하여 스스로 속일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문장을 지을 때면 붓을 마음껏 휘둘러 두러워하거나 꺼리낌이 없었다."

정치적 균형과 자유로운 문학을 추구한 인물로 평가받는 유몽인의 말이다. 그의 삶을 짐작할만한 말로 여겨진다.

'나 홀로 가는 길'은 유몽인의 '어우집-부어우야담'의 글에서 뽑아 산문, 야담과 일화, 문예론으로 분류하고 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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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기精陶器 한 점
흙을 얻어 고루고 이겨낸 질흙으로 모양을 빚었다. 입은 옷이 물이되어 다시 제 몸을 덮는 뜨거운 불을 견디고서야 스스로 설 수 있다.

마음 가는대로 빚었다지만 그 마음에 다 담을 수 없는 정갈함이 깃들었다. 흙ᆞ물ᆞ불ᆞ마음이 만나 형상을 갖춘다.

옛말에 이르기를
"완인상덕玩人喪德 : 사람을 가지고 놀면 덕을 잃고, 
완물상지玩物喪志 : 물건을 가지고 놀면 뜻을 잃는다." 고 했다.

전남 담양 대덕 무월리 허허공방 송일근 선생님의 작품이다.
빚은 이의 소중한 마음에 보는 이의 부끄러운 마음을 더한다.
마음을 소중히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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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배꼽'
알알이 영글어 간다. 광택이 나는 짙은 청색이 주는 느낌이 참으로 곱다. 가을 하늘을 담으면 이런색으로 물들 것이라고 온 몸으로 외치는 듯싶다.


요상한 이름을 달고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가까이 다가가면 어김없이 줄기에 난 가시로 상처를 내기 일쑤다. 성난 며느리의 손톱일까?


며느리배꼽은 햇볕이 잘 드는 길가나 집 주변의 들에서 자라는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잎은 삼각형이고 끝이 뾰족하다. 줄기에는 작은 가시들이 아래로 나 있어 다른 식물을 감고 올라갈 수 있다.


꽃은 7~9월에 연한 녹색을 띤 흰색 꽃이 피며, 잎이 접시처럼 밑부분을 받치고 있다. 달걀 모양의 둥글고 윤기가 나는 검은색 열매를 10월경에 맺는다.


며느리밑씻게, 며느리밥풀에 이어 며느리배꼽까지 며느리의 수난시대였다. 식물이름에 투영되어 내려오듯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그 묘한 관계는 여전히 풀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며느리배꼽이라는 이름은 턱잎 안에 열매가 들어 있는 모양이 배꼽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북한에서는 '사광이풀'이라고도 부른다. '여인의 한'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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