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햇살이었다. 한 낮 그 햇볕의 따스함을 그대로 담아 거리에 서는 사람들의 가슴에 온기로 가득하길 소망한다.

백성이 역사의 주인으로 당당했던 그 거리에 다시 그때의 그 백성이 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나 홀로 가는 길'
贈李聖徵令公赴京序

누런 것은 스스로 누렇다 하고, 푸른 것은 스스로 푸르다 하는데, 그 누렇고 푸른 것이 과연 그 본성이겠는가? 갑에게 물으면 갑이 옳고 을은 그르다 하고, 을에게 물으면 을이 옳고 갑은 그르다고 한다. 그 둘 다 옳은 것인가? 아니면 둘 다 그른 것인가? 갑과 을이 둘 다 옳을 수는 없는 것인가?

나는 혼자다. 지금의 선비를 보건데 나처럼 혼자인 자가 있는가. 나 혼자서 세상길을 가나니, 벗 사귀는 도리를 어찌 어느 한 편에 빌붙으랴. 한 편에 붙지 않기에 나머지 넷, 다섯이 모두 나의 벗이 된다. 그런즉 나의 도리가 또한 넓지 않은가. 그 차가움은 얼음을 얼릴 정도지만 내가 떨지 않고, 그 뜨거움은 흙을 태울 정도이나 내가 애태우지 않는다. 가한 것도 불가한 것도 없이 오직 내 마음을 따라 행동할 뿐이다. 마음이 돌아가는 바는 오직 나 한 개인에게 있을 뿐이니, 나의 거취가 느긋하게 여유가 있지 않겠는가.

*유몽인柳夢寅(1559∼1623). 조선 중기의 문신·설화 문학가다. 이글은 북인에 속하는 유몽인인 서인인 이정구와의 우정을 회고하고 진정한 우정의 소중함을 담고 있는 '贈李聖徵令公赴京序'의 일부다.

섭정攝政의 시대, 잃어버린 것이 어디 정치에 그치랴. 세상이 하수상하니 꽃도 제 철을 모르고 핀다. 봄 꽃이 가을에 피어 그 붉음을 더하니 보는 이의 마음에 무서리가 내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넓지 않은 뜰을 거닐다 마주친 무엇하나 손길 머물지 않은 것이 없다. 이웃 어르신들의 배려로 새식구 들어와 가장자리에 자리 잡았다.

어제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의 본래 마음은 어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안다. 계절이 바뀌면 새로운 옷을 입는 것이 당연하다는듯 다른 목소리에 진뜩 힘이 들어 있다. 그것이 본래 제 모습이라고 용을 써도 부자연스러운건 어쩔 수 없다. 그것도 제 살 길 찾는 일이리라.

시간이 필요한 것은 시간에 맡겨두고 제 때 제 일을 할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쥐꼬리망초'
한껏 펼친 꽃잎이 자신보다도 훨씬 큰 무엇이라도 다 받아들일 모양새다. 오목하게 오무려 감싸는 듯하고 잘 찾아 오라는듯 친절하게 안내선도 마련했다. 이 모두를 아우르는 옅은 홍색의 색감이 참으로 좋다.


작다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없지만 때론 강력한 표상이 되기도 한다. 작아서 더 주목받고 이름까지 얻는 식물들의 수줍은 미소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쥐꼬리망초는 산지나 들의 양지나 반그늘의 풀숲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꽃은 7~9월에 연한 자홍색으로 원줄기나 가지 끝에서 핀다. 종자는 9~10월경에 달리고 잔주름이 있다. 간혹 흰색으로 된 흰쥐꼬리망초가 발견된다.


쥐꼬리망초라는 이름은 쥐꼬리는 아주 작다는 뜻으로, 열매가 꼭 쥐꼬리처럼 생겼고 보잘것없는 풀이라고 해서 망초를 붙여 얻게된 이름이다.


키가 무릎까지 자라므로 무릎꼬리풀이라고도 한다. '가련미의 극치'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보려고
다시 일 년
-김병기, 사계절


"짧은 시의 미학 김일로 시집 '송산하' 읽기"

'김일로', 처음 듣는 시인의 이름이다. 시집『송산하』를 펴낸 시인이라고 한다. 짧은 시가 주는 매력이 가히 세상을 뒤집을만큼 혁명적이다. 어떻게 이런 표현이 가능한 것일까. 더우기 한 발 나아가 칠언절구의 한문구절은 또 어떤가. 어렵지 않은 한자를 통해 상상의 내래를 펼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김병기 교수의 해설 또한 원 시의 감성과 뜻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궁합도 이런 궁합이 없다. 김병기 교수가 읽어가는 김일로의 시집 '송산하'다.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

一花難見日常事(일화난견일상사)

꽃 한 송이 보기도
쉽지 않은 게 
우리네 삶이련만


이런 모습으로 132편의 아름다운 마음이 실려 있다.

머리맡에 고이 모셔두고 눈 뜨는 새벽 자리에서 일어나 정좌하고서 한 편의 시와 마주할 것이다. 그 정갈하고 고운 감성을 이어받아 하루를 열어간다면 그 하루가 시로 꽃 피어나지 않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