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이별 문학과지성 시인선 489
류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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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이별할 수 없기에

음력 시월의 달이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다깊고 푸른 가을밤 하늘을 순한 빛으로 밝히는 달이 있어 가을밤을 넘겨야하는 심사를 달래기에 그나마 위안이 된다알게 모르게 달에 의지해 살아가는 뭇 생명들에게 달은 그렇게 지나온 시간에 매어 허망함을 위안 받기에 좋은 대상이 된다.

 

이렇게 가을밤의 달처럼 버거운 현실을 살아가는 동안 의지하고 위안 받을 것으로 시詩 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수많은 시인들과 그들 각각의 언어로 태어나는 시들 속에서 감성과 의지가 공감을 불러온 시인과 시를 만난다는 것은 밤하늘 달을 만나 의안 받는 것보다는 훨씬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어떤 시인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시인과 시를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행복인 일이라는 것이다.

 

페이스북 친구를 시작으로상처적 체질이라는 시집을 낸 시인으로그러다 너무도 익숙한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는 노랫말을 만든 사람으로여기에 역사저널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패널로 다시 두 번째 시집 '어떻게든 이별'이라는 시집으로 시인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여협이라는 단어로 표방되는 일련의 일로 일약 주목 받았던 시인으로 만난다하나씩 두께가 더해질수록 시인과 그 시인의 시가 일상으로 다가오며 매력을 더해가고 있다.

 

어쩌면 시는 이렇게 독자의 일상으로 깊게 스며들며 삶의 위안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시인의 말

 

당신을 만나서 불행했습니다.

남김없이 불행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 불행한 세상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있어서 행복했고

사랑하는 사람

당신이어서 불행하였습니다.

우린 서로 비켜가는 별이어야 했지만

저녁 물빛에 흔들린 시간이 너무 깊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서로를 붙잡을 수밖에 없는 단 한 개의 손이

우리의 것이었습니다.

꽃이 피었고

할 말을 마치기에 그 하루는 나빴습니다.

결별의 말을 남길 수 있어 행복합니다.

당신 만나서 참으로 남김없이 불행하였습니다.

1016년 8

다시 감성마을 慕月堂에서

류근

 

*오랜 기다림 끝에 책을 받아 펼치고 나서 여기로부터 한 장도 넘기지 못하고 밍그적거리다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한 편 한 편 그렇게 접하게 되었다. '어떻게든이 '시인의 말'에 걸려 넘어지지 않아야 하는데 도통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시인은 자신의 감정과 의지로 시를 쓰고독자는 그 시를 또 자신의 감정과 의지대로 읽어 공감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거치게 된다그때서야 비로소 시와 일상의 소중한 만남이 이뤄지는 것이리라.

 

어제 나는 많은 것들과 이별했다 작정하고 이별했다 맘먹고 이별했고 이를 악물고 이별했다”(어떻게든 이별 중에서고 우기면서도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어디로든 아낌없이 소멸해버리고 싶은 건가”(어쩌다 나는 중에서자문도 해보고, “내가 당신의 손을 놓아준 힘만큼 당신도 누군가의 손을 가장 큰 힘으로 잡게 되길 바랍니다 우리의 노래는 이제 끝났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祝時 중에서)로 담담하게 이별을 인정하기도 한다.

 

시인이 어떻게든 이별을 하든 못하던 이미내게선 멀어진 이별이다이별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붙잡혀 있더라도 모월당慕月堂의 그 달과 함께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간만에 내 마음같은 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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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뿌옇기만 하던 하늘에 꽃이 피었다.

이제부터 다시 꾸는 꿈에 달이 커가듯 마음도 따라 부풀어갈 것이다.

잠깐 피는 하늘의 꽃 그대도 누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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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笑聲未聽
鳥啼淚難看
꽃은 웃어도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새는 울어도 눈물을 보기 어렵다

*추구집推句集에 실려 있는 한 구절이다.
환청일까. 꽃의 웃음소리 뿐 아니라 제잘거림도 듣는다. 피기 전부터 피고지는 모든 과정에서 환하고 따스한 온기를 품고 있는 웃음소리가 있다. 단지, 주목하지 않아서 모르고 지나칠 뿐.

어디 꽃 피는 소리 뿐이랴. 새 우는 소리, 해와 달이 뜨고지는 표정, 안개 피어나는 새벽강의 울음에 서리꽃에 서린 향기까지도 생생하다. 하니, 어느 한 철이라고 꽃 웃는 소리가 없을 때가 없다. 

다 내 마음 속에 꽃피는 세상이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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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무'
순백의 꽃잎이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피었다. 그 중심에 다소 과한 듯 노랑꽃술이 뭉쳐있다. 저 안에 맑고 그윽한 향을 품고 있을줄 짐작하고도 남는다. 꽃에서 차향을 탐한다.


남들 다 시들어가는 때, 찬바람이 불면 꽃을 피운다. 때론 그 꽃에 찬서리와 눈 이불을 쓰며 투명하리만치 까만 씨를 영글어 간다. 꽃과 씨를 함께 볼 수 있는 몇안되는 식물이다.


차나무는 늘푸른키작은 나무로 원산지는 중국이고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에 분포하며 열대, 아열대 온대 지방에서 서식한다.


꽃은 10~11월에 흰색 또는 연분홍색으로 피고 잎겨드랑이나 가지의 끝부분에 달린다.


'다반사茶飯事'란 말은 차를 마시는 일은 일상적으로 흔히 있다는 뜻이다. 또 명절을 '차례茶禮'라고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오래전부터 일상생활에서 차를 마셔 왔다.


'다도茶道', 차를 탐하는 이들에게서 엄한 격식에 매어 차맛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은 모습을 보기다 한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진 일상적인 생활문화로 보면 어떨까. '추억'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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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6-11-12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긴 했는데 참 싱그럽습니다. 물과 식물, 깊은 궁합이 사진서도 절절히

무진無盡 2016-11-12 21:56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멀리서 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 시인의 마음에 기대어 안부를 묻는다. 첫서리 내렸다.
안밖으로 어수선한 세상 그대, 옷깃 마음깃 잘 여미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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