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로부터 자발적인 단절를 선택하고 스스로를 지키고자 애썼던 지난 몇 년이었다. 시간이 쌓이니 내성도 생기고 어설픈 몸짓일지라도 다시 밖으로 향하고 있음을 스스로가 안다. 

쌓인 시간 속에는 옮긴 터전 주변의 우리 들꽃이 있었고 우리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연장이 있었고 입술 터지지 않을 정도로 단련된 피리 리드가 있었다. 또하나 절대적 도피처이자 무엇보다 큰 위안이 되었던 책이 있었다.

날을 세우고 벽으로 둘러싸고 안으로 움츠러든다고 자신을 지킬 수 없음을 안다. 달리 방법이 없어 밖으로 모난 가시를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이제 그 드러낸 가시에 스스로를 찌르지 않을 정도로 무디어졌다.

이 겨울이 지나면 움틀 새싹처럼 서툰 못짓, 어눌한 말일지라도 다시 세상으로 향한다. 그 세상은 그리 넓을 필요는 없다. 감당할 범위에서 깊어지고자 한다. 그렇다고 일상에 특별한 변화를 꾀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들꽃을 찾을 것이고 공연장을 기웃거릴 것이며 피리를 불 것이고 책은 내 손에 있을 것이다.

하여, 아지랑이 피어오를 따뜻한 봄을 반겨 맞이하기 위해 겨울의 차가움을 누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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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특별한 시간이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밝아오는 하루가 찬란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때, 스스로를 돌아보고자 자신을 비추는 거울처럼 다양한 모습이 담겼다. 그 속내가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한 것은 하늘이나 사람이나 다르지 않다.

다시, 그 하늘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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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마가지나무'
남쪽 섬 금오도 바닷가를 따라 난 비렁길을 걷다 걸음을 멈췄다. 봄날씨 같았지만 한겨울이라 가지 끝마다 꽃을 매달고 환하게 웃고 있는 것이 여간 기특한게 아니었다. 할머니의 외씨버선 닮은 꽃봉우리가 열리면서 노란 꽃술이 삐쭉 고개를 내밀고 있다. 과하지 않으면서 은근하게 파고드는 향기는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이 매력적인 향기로 인해 얻은 이름이 길마가지나무라고 한다. 길을 가는 사람의 발길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을 정도로 향기가 좋다는 의미다. 꿈보다 해몽이라지만 그런 해몽이라면 용납이 되고도 남는다.


그렇게 먼길 나서서 마주한 꽃이기에 만나기 쉽지 않을거라는 예상을 뒤집고 주변 숲이나 길가에서 자주 만나게 된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다. 이 길마가지나무와 비슷한 올괴불나무가 있다. 두 나무는 서로 비슷하여 구별이 쉽지 않다. 올괴불나무의 꽃밥이 붉은 것으로 구별하기도 한다.


늦봄 날씨마냥 포근했던 날, 3~4월에 핀다는 꽃을 만났다. 순창 회문산 산중에서 드문드문 피어있어 이름처럼 길을 막아서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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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라도 한바탕 쏟아내야 숨을 쉴 수 있을듯 무거운 하늘이더니 이내 땅에 쌓인 간절함이 하늘에 닿아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빗방울 떨어진다.

"보고 싶겠죠 천일이 훨씬
지난 후에라도 역시 그럴테죠
잊진마요 우리 사랑
아름다운 이름들을"
(이승환의 천일동안 중에서)

그날 이후 세상은 바다 아닌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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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눈이 오신 날, 그냥 보낼 수는 없다. 눈한테 미안하지 않기 위해 언 손 비비며 마음을 담았다. 약간은 피뚤어지고 어색하고 모양에 어설픈 미소가 딱 나 닮은 꼴이다.

겨울맞이하는 마음에 제 할일은 마친듯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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