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사람사는 세상 "봉하마을"입니다'


2017년 새해 첫날,
그리운 사람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생가와 묘역, 부엉이바위, 추모의 집 곳곳에 다소 상기된 얼굴로 더딘 걸음의 사람들이 문득문득 멈춰서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그가 그곳에 있는 것을 확인하는듯 하늘은 바라보곤 한다.


그리움에는 너무 늦은 때는 없다. 간절함이 닿으면 지금 이 순간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들이 새해를 맞는 첫날 마을을 애워싸듯 끊임없이 모여든다. '사람 사는 세상', 다시 살아 새 희망을 꿈꿔갈 위로와 용기를 얻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지는 않다.


그리움의 추모 발길이 용기와 희망의 발걸음으로 바뀌어 돌아가는 이들의 뒷모습에 따스함이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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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그 포근함이 전하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봄내음을 탐하게 되는 것이 눈쌓인 하얀 동짓날 밤을 기대하는 마음과 어긋나서 비가 내리는 것일까. 

무게를 덜어버린 구름이 산을 넘는 폼이 아장아장 걷는 봄병아리 그것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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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310, 28. 563.
2016년 한해 내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숫자다.


90.
읽고 리뷰를 쓴 책의 숫자다. 근 몇년 사이 처음으로 숫자 100를 넘지 못했다. 다시 회복해야할 숫자다. 여전히 관심사만 찾아 읽는 지독한 편식이지만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310.
좋아하는 식물을 만나 알아가며 느낀 감회를 공감하고자 사진을 찍고 식물이야기를 연재한 숫자다. 꽃과 열매를 구분하지 않아 중복된 이야기도 존재하지만 발품팔아 직접 눈맞춤한 식물들이기에 감회가 남다르다. 삶의 터전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서 만난 식물들이기에 더 정감이 간다. 새해에도 들꽃을 비롯한 식물여행은 계속된다.


28.
공연, 영화, 미술관 등을 찾아 호사를 누렸던 횟수다. 광주, 남원, 전주, 여수, 광양 등 전남북에 위치한 공간이 주를 이룬다. 사는 곳 인근의 공연장을 찾았던 이유다. 우리음악인 국악공연과 연주회가 주를 이루지만 이 역시 편식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다.


563.
꽃과 자연 풍경에 기대어 나 스스로를 되돌아봤던 흔적의 모음이 지나간 숫자다. 시작이야 어떻든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나의 내면과 눈맞춤은 계속될 것이다.


*올해 공연에서 마주한 처용의 모습이다. 신라시대의 설화에 나오는 기인를 형상화 했다. 그 처용에 부여한 벽사의 의미에 주목한다.


유사이래 다시없을 복잡한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 맞이할 새해에 나와 내 이웃, 대한민국의 모든 이들의 안녕을 기원한다.


시작과 끝이 따로 있지 않다. 새로 맞이하는 시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뭇사람들과 어께를 기대어 함께 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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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아잠還我箴'

"옛날의 나, 맨 처음엔 본연 그대로 순수했지. 지각이 생기면서 해치는 것들 마구 일어났네. 지식이 해로움이 되고 재능도 해로움이 되었다네. 마음과 일이 관습에 젖어들자 갈수록 벗어날 길이 없었네. 성공한 사람들을 아무 어른, 아무 공公 하면서 극진히 떠받들며, 그들을 이용하여 어리석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네. 본래의 나를 잃어버리자 진실한 나도 숨어버렸네. 일 꾸미기 즐기는 자들, 돌아가지 않는 나를 노렸지. 오래 떠나 돌아갈 마음 생기니 해가 뜨자 잠에서 깨어나는 듯, 몸 한번 휙 돌이키니 이미 집에 돌아왔네. 주변 모습은 달라진 것 없지만 몸의 기운은 맑고 편안하다네. 차꼬 풀고 형틀에서 풀려나 오늘에야 새로 태어난 듯. 눈도 더 밝아진 게 아니고 귀도 더 밝아지지 않았으니, 다만 하늘이 준 눈과 귀의 밝음, 처음과 같아졌을 뿐이네. 수많은 성인은 지나가는 그림자, 나는 나로 돌아가길 원할 뿐. 갓난아이나 어른은 그 마음 본래 하나라네. 분향하고 머리 숙여 천지신명께 맹세하노니 이 한 몸 마치도록 나는 나 자신과 더불어 살아가리."


*이용휴(李用休, 1708~1782)의 환아잠還我箴이다. 
신의측(申矣測)이란 제자가 '참된 나를 찾는 방법'을 묻자 그를 위해 지어준 글이 이 환아잠이다. 환아還我는 나로 돌아가자는 뜻이니 자신의 본래 마음자리에 비추어 지금 스스로를 돌아보자는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이용휴는 '나'에 대해 관심이 참 많았다고 한다.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는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을 믿고 살아가리라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 밑바탕은 바로 이 환아還我에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씨앗이 조건의 호불호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주어진 사명을 다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스스로에게 내재된 힘을 믿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 믿음이 싹을 틔웠고 꽃을 피우고 열매까지 맺게 한 것이다. 이제 다시금 새로운 터전에서 새 삶을 꿈꾸는 씨앗에서 나도 내일의 희망을 본다. 온전히 자신을 믿을 때 무엇이든 가능한 것이리라.


볕이 좋은 겨울날 스스로에게 묻는다. 환아還我, 나를 있게 한 본래 그 자리는 어디이고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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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철마다 잊지않고 찾아온다. 잠시 그 넉넉한 품에 머무는 동안 가슴에 쌓인 버거움을 내려 놓을 수 있다. 시간이 겹으로 쌓인 수피를 어루만지면 그 까칠하고 거침 속에 온기가 전해진다. 그 온기는 고스란히 가슴에 담긴다.


내가 찾는 이 은행나무는 담양군 봉안리 은행나무다. 천연기념물 제482호로 지정되어 관리받고 있다. 이 나무는 마을 외곽 네 방위에 있는 느티나무와 함께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로 일제강점기, 8·15광복, 6·25전쟁 등 국가의 중대사 때마다 울었다고 전한다.


은행나무 중에는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된 용문사 은행나무를 비롯하여 19그루의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은행나무는 은행나무목은 은행나무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이 과는 고생대 이첩기에 나타난 15속(屬)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우는 은행나무는 크고 멋진 수형에 푸른 잎에서부터 노란단풍, 풍성한 열매까지 다양한 멋으로 사람과 함께 살아온 나무다.


싹이 튼 지 20년 이상이 지나야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데, 씨를 심어 손자를 볼 나이에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하여 공손수(公孫樹)라고도 부르는 은행나무는 '장수'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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