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모초'
층층이 쌓아온 어미를 향한 마음이 극에 달하면 이처럼 굳어 화석으로 변하는 것일까? 한치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은 정갈한 마음자리다. 표리부동이 이런 것일까.


한여름 뚝방이나 논둑 숲언저리에서 자줏빛이 감도는 꽃에서 그리움의 본질은 저 짙은 자주색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꽃피는 때로부터 눈내리는 이 겨울까지 자주 찾는 곳에 그모습 그대로 여전히 서 있다.


익모초는 고려 때 이두어로 '목비야차目非也次', 조선시대에는 '암눈비얏'로 불렸고, 최근에는 익모초로 통용되는데, 익모益母란 부인에게 유익하여 눈을 밝게 해주고 정력을 더하여 준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꽃은 7∼8월에 엷은 홍자색 또는 분홍색 꽃이 줄기 위쪽의 잎겨드랑이에서 몇 송이씩 층층이 달려 핀다.


어린시절 어머니는 익모초를 고아 환으로 만들어 시집가는 고모에게 주었다. 어쩌다 맛을 보게된 그 강한 쓴맛이 지금도 기억난다. 이 쓴 맛을 참이야 몸에 이롭다고 한 것인지 '고생끝에 즐거움이 온다'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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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01-04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날 어머니들의 약이었지요... 그리움이 이는군요...ㅡ.ㅡ

무진無盡 2017-01-04 22:58   좋아요 0 | URL
어느덧 그렇게 그리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를 만나는 일'
부드럽다. 막 피어나는 꽃처럼 은근함이 베어난다. 무심하게 바라보는 표정이 애써 마음낸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듯 천진난만이다. 허나, 가슴에 박아둔 커다란 멍애는 무엇이란 말이냐.

대상에서 형상을 불러내 눈앞에 세우는 것, 이것은 바라보는 이의 마음자리가 드러나는 일이며, 자르고 깎고 다듬는 손길이 시간을 겹으로 쌓아온 나무의 그것과 눈맞춤하는 일이다.

돌을 앞에 둔 석공은 돌 속에 감춰진 마음을 깨워 형상으로 나타낸다고들 한다. 나무를 만지는 목수 또한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될법한 말인가. 다 제 마음 속 간절함을 돌이나 나무에 투영시켜 형상으로 다듬어 내는 것이지.

사람과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 마음 속 간절함을 상대에게서 찾고, 그렇게 찾은 그것을 깨워 함께 나누며 더 밝게 빛나도록 하는 것. 이것이 사람 관계의 근본일 것이다. 

저절로 피어나는 미소는 억지스러움을 넘어선 마음자리의 자연스러움이다. 간절함을 담아 나무를 다루었을 거친 손길과 서툰 마음이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화가는 그림으로 작가는 글로 음악가는 곡과 연주로 자신의 본래 마음자리와 만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으로 나를 마주할 것인가. 어슴푸레 나무조각의 번지는 미소를 통해 짐작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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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머위'
더딘 몸이 더 더딘 마음을 재촉해서 간 그곳의 온기는 생각보다 따스했다. 볏짚으로 새로 이엉을 얹고 새로 단장한 모습이 가족을 품에 안은 아버지의 그 마음처럼 포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날씨탓만은 아니었다. 집을 둘러싼 토담아래 다소곳이 모여 있다. 노란꽃이 피면 노란풍선과 잘 어울리겠다.


어느 겨울날 여수 향일함을 돌아서 내려선 바닷가에서 첫 눈맞춤했던 식물이다. 겨울 찬바람에도 두터운 잎이 살아 푸르디푸른 마음을 전해주었다.


털머위는 남해안 도서지방과 제주도, 울릉도 해안에서 나는 늘푸른 여러해살이풀이다. 가을에 노란색의 꽃이 피는데 녹색의 잎과 어울려 주목하게 된다.


털머위는 머위를 닮았으나 털이 많이 나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주로 바닷가 근처에서 자라므로 갯머위라고도 하며, 둥근 잎이 곰취를 닮아 말곰취라고도 한다.


'사람사는 세상'을 꿈꿨던 그분의 마음처럼 '한결같은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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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궁기'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꽃을 볼 수 없는 겨울철 꽃을 보고 싶은 마음의 한 표현이리라. 여전히 습관적으로 꽃을 찾던 버릇이 남아 어디를 가던지 두리번 거린다. 

휴대폰 갤러리 사진을 뒤적이고, 식물사전을 보며 눈공부도 하며, 햇살드는 언덕을 찾아가고, 그래도 채워지지 않은 꽃에 대한 갈증을 해결할 길이 없다. 하여, 꽃궁기에 허덕이는 이들끼리 그 마음을 다독이며 서로를 위로한다.

꽃이 없으니 꽃진자리를 서성인다. 열매를 보고 수피를 만지고 봄을 준비하는 꽃눈에 눈맞춤 한다. 그 사이 계절이 수상하여 서리꽃이나 눈꽃도 만나기 힘든 시기를 건너는 길을 묻는다.

눈길을 헤치고 탐매探梅의 길을 나선 옛 사람들의 마음을 알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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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간절함이 극에 달한 순간 뚝! 모가지채 떨구고도 못다한 마음이 땅에서 다시 꽃으로 피어난다. 푸르디 푸른 잎 사이로 수줍은듯 고개를 내밀지만 여전히 붉은 속내다.


'북망산천 꽃'


뾰족한 칼날 같은 글만 써보니
어여쁜 꽃 같은 글 안 뽑아지네.


겨울 바람 차기만 하고
봄 소식 꽁꽁 숨어버리고
동백꽃 모가지채 떨어지누나


숭숭 구멍 뚫린 것처럼
저기 저 높은 산마루 휑하니
저기다 마음꽃 심어나 볼까?


마음산에 마음밭 일구고
마음꽃 듬뿍 심어 노면 
언젠가 화려히 내 피었다 하겠지.
마음 따뜻해지지 하겠지.


나라는 삭풍처럼 검으스레하고
대다수 국민들 겨울 나라에 살며
휑한 마음으로 마음에만 꽃 피워야 하네.


*김대영의 시다. 어찌 동백만 꽃이기야 하겠는냐마는 동백을 빼놓고 꽃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하여 꽁꽁선 손 호호불며 그 서늘하기 그지없는 동백나무 품으로 파고 든다.


동백나무는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자생하는 나무다. 한국에서는 제주도 및 중부 이남의 바닷가에서만 볼 수 있는데 바닷가를 따라 서해안 어청도까지, 동쪽으로는 울릉도까지 올라와 자란다. 울산광역시 온산읍 방도리의 상록수림은 천연기념물 제65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서늘한 동백나무의 그늘을 서성이는 것은 그 누가 알던 모르던 동백의 그 붉음에 기대어 함께 붉어지고 싶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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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01-03 1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백은 집에서 키우지 않는다는 말도 있는데... 전 화분에 동백 많이 키웁니다. 각각 다른 동백... 얼마전엔 9년 전에 씨앗 띄운 동백이 첫 꽃을 피웠습니다. 얼마나 기쁘던지... 전 동백이 좋습니다...^^

무진無盡 2017-01-03 15:23   좋아요 0 | URL
얼마나 좋아하셨을지 짐작이됩니다. 저도 동백이 참으로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