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
이방원은 알았을까. 칡덩굴처럼 서로 얼켜서 살아보자고 '하여가'를 지어 정몽주를 설득했던 이방원은 칡의 생리를 알고 한 말이었을까. 어쩌면 칡의 생리를 너무도 잘알아 서로 얼켜지내다가 결국엔 초토화시켜버릴 심사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칡은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혀서 사이좋게 살지 않는다. 어느 곳이든 일단 자리를 잡으면 대상을 구분하지 않고 감아 순식간에 점령해버린다. 결코 양보라는 것이 없다. 공생共生이라는 숲의 질서를 망가뜨리는 주범이 바로 칡이다. 하여, 이른바 '칡과의 전쟁' 중이다.


그렇더라도 칡은 사람들의 일상에 고마운 식물이었다. 뿌리, 줄기, 잎, 꽃 모두 요긴하게 쓰였다. 갈근葛根이라 불리는 칡뿌리는 흉년에 부족한 전분을 공급하는 대용식이었으며, 질긴 껍질을 가진 칡 줄기는 삼태기를 비롯한 생활용구로 널리 이용되었고, 크게는 다리와 배를 만들고 성을 쌓은 데도 활용되기도 했다.


꽃은 7~9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자루에 홍자색 꽃이 많이 달려 피는데 큰 꽃잎의 가운데 부분은 황색이다. 꽃에서 칡뿌리의 향긋한 냄새가 난다.


일이나 인간관계가 까다롭게 뒤얽혀 풀기 어려운 상태를 가리키는 말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가 까다롭게 뒤엉켜 있는 상태에서 온 말이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관계가 어긋나기 마련이다. 까다롭게 뒤얽혀 대상을 힘들게하는 모습에서 연유한 듯 '사랑의 한숨'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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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서재 책장을 둘러보는 사람들 중 조심스럽게 책을 빌려보기를 청하는 경우가 있다. 기꺼이 응하지만 돌아오리란 기대는 크지 않다. 그렇게 책을 빌려간 분이 책을 돌려주며 책 사이에 담아온 물건이다.

잘 다듬어진 나무의 결이 살아있다. 얇고 매끄럽고 단단하다. 가볍고 부드러워 손에 착 감겨든다.

하여, 책을 읽는 동안 손에서 떠나지 않은 놀잇감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다양한 책갈피를 만나봤지만 이렇게 마음이 가는 책갈피를 만난적이 없다.

완물상지玩物喪志라고 했던가. 쓸 데 없는 물건을 가지고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소중한 자기의 의지를 잃는다는 뜻이다. 상지喪志하지는 말자.

썩 마음에 드는 완물玩物 하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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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호랑가시'
이곳에 왜 이 나무를 두었을까.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다 가신 님이 평평한 땅에 잠들어 있는 곳에 이 나무를 심은 이유가 못내 궁금하다. 지극히 외로운 시간을 맞이했을 그곳에 오르는 길가에 울타리를 둘렀다. 혹 가시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두터운 잎 끝에 밖을 향해 가시를 달았다.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일이기에 많이 달 필요는 없으리라. 하여, 다른 것과 구별되도록 딱 하나만 달았다.


완도호랑가시나무는 완도지방이 원산지로 변산반도 이남에서 자라는 늘푸른작은키나무다. 호랑가시나무와 감탕나무의 자연교잡종이라고 한다. 호랑가시나무와 닮았다. 열매도 잎도 비슷한데 다른 것은 잎 끝에 가시가 하나만 있다는 점이다.


호랑가시나무라는 이름은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 잎가장자리에 돋아난 가시로 등을 비벼 긁는다는 데에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한다.


관련된 풍습으로 음력 2월 4일 호랑가시나무의 가지를 꺾어다가 정어리의 머리를 꿔어 처마 끝에 매달아 놓았다고 한다. 정어리의 눈알로 귀신을 노려보고 호랑가시나무의 가시로 귀신의 눈을 찔러서 물리친다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난히 생트집과 견제를 당했던 생전의 모습에서 이제 봉하마을 그곳에 완도호랑가시를 심은 이유가 짐작이 된다. '보호'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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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손철주, 김영사

"통하면 어울리고, 어울리면 흥겹고, 흥겨우면 술술 풀린다!"

'우리 옛 그림과 소리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전통문화의 두 맥을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옛 사람들의 삶이 투영된 그림과 음악은 무엇이고, 그리기와 부르기의 미묘한 접점은 어디에 있는지, 그림들이 연주로, 가곡으로, 판소리로 어떻게 형용되었는지 세밀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 매우 흥미로운 조합이다.

손철주는 신문사에서 미술 담당 기자로 오랫동안 국내외 미술 현장을 취재했고, 사단법인 우리문화사랑의 운영위원이자 '학고재' 주간 및 미술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일부러 찾아보는 저자 중 한명이다. 그의 책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꽃피는 삶에 홀리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다, 그림이다' 등을 통해 그만의 글 맛을 안다.

우리 전통문화의 멋과 맛을 누릴 수 있는 색다른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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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이나면서부터 꽃 피워 절정으로 살다 질 때까지 수고로움이 담겼기에 꽃 지고 말라버린 후 불에 타면서도 향기와 함께 한다.

다양한 종류의 국화와 구절초, 작약, 꽃범의꼬리 등 꽃이 지고 난 흔적을 정리하고 텃밭에서 태우고 다시 생명을 키울 땅으로 돌려보낸다. 게으른 이가 조그마한 뜰을 가꾸며 한 해를 마무리해가는 일 중 하나다.

지고난 꽃 태우니 꽃향기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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