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 - 간서치 이덕무와 그의 벗들이 들려주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내면 풍경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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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간서치를 넘어 문장가이자 실학자로

조선의 역사에서 18세기는위대한 백년이라 일컬어지는 시기다이는 영조와 정조의 치세에 해당되는 기간으로 조선 후기의 시대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말로 여겨진다성리학의 틀에 갇혀있던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변혁을 시도했던 시기로 이 위대한 백년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로 북학파의 실학자들이 중심에 있다고 본다.

 

홍대용박지원박제가 등 일련의 북학파 실학자들은 비교적 널리 알려진 반면 이덕무는 책만 읽는 바보(간서치)’로 한정된 측면에서만 알려진 경향이 크다이덕무는 책에 대한 지독한 벽을 지닌 탐서가의 면모 말고도 끊임없는 탐구 정신을 바탕으로 수많은 글을 남긴 조선의 대표 지식인이다이러한 면모는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아 무척이나 아쉬움이 큰 사람이다이덕무(李德懋, 1741~1793)는 조선 후기 영조 정조 때 활약한 문장가이자 대표적인 북학파 실학자로 호는 청장관형암아정간서치 외 다수가 있으며,규장각 검서관을 지냈다유고집으로 아정유고가 전집으로 청장관전서가 있다.

 

역사 평론가 겸 고전 연구가인 한정주는 바로 이덕무를 바라보는 이런 한계를 넘어선 다양한 측면에서 그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이 책 조선 최고의 문장이덕무를 읽다는 저자 한정주가 이덕무가 남긴 시와 산문문예비평백과사전적 연구서 등을 크게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며 여덟 가지 테마로 재구성해 이덕무의 삶과 철학을 광범위한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덕무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은 치열하게 읽고 기록하다와 끊임없는 호기심과 탐구 정신이 그것이다먼저 치열하게 읽고 기록하다는 이덕무가 일생동안 추구했던 삶과 글쓰기의 바탕이 되는 정신에 대한 분석을 시작으로 서얼출신의 가난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를 갈고 닦았던 독서가문장가,비평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두 번째, ‘끊임없는 호기심과 탐구 정신에서는 조선의 풍속과 문화에 대한 지적 탐구의 여정과 애정 어린 시선을 담은 민속학자이자 박물학자북학 사상가의 면모를 만날 수 있다.

 

북학파 실학자의 일원으로 백탑파의 중심적인 인물로 규장각 초대 검서관으로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았지만 동시에 같은 흐름선상에서 활동했던 의산문답의 홍대용, ‘열하일기의 박지원, ‘북학의의 박제가, ‘발해고의 유득공과 달리 대중적으로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던 현실에서 이덕무의 평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의 발간이 가지는 의미는 사뭇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이덕무를 중심으로 18세기 조선 역사의 한 흐름을 형성했던 당대 지식인들의 문장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특히 홍대용박지원박제가이서구유득공서이수 등과 주고받았던 척독이나 편지문장을 통해 그들이 추구했던 내면세계도 함께 살펴봄으로써 위대한 백년이라는 18세기 조선의 지성사의 면면을 살필 수 있게 한다한 자리에서 조선의 명문장들을 만나는 흔치않은 기회다.

 

청장(靑莊)은 해오라기의 별명이다이 새는 강이나 호수에 사는데먹이를 뒤쫓지 않고 제 앞을 지나가는 물고기만 쪼아 먹는다그래서 신천옹(信天翁)이라고도 한다이덕무가 청장을 자신의 호로 삼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 글은 박지원이 남긴 형암행장의 일부다이덕무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가장 적절한 예가 아닐까 싶다사람에 대한 온전한 이해는 한 사람이 살아온 삶의 과정에서 추구했던 정신과 그가 남긴 흔적을 종합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또한 그를 둘러싼 시대적 환경과 교류했던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사회적 가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온전한 청장관 이덕무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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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7-01-23 1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척독이란 널판지의 편지와 간서치 게다가 해오라기
이덕무의 키워드를 되새깁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무진無盡 2017-01-23 18:45   좋아요 0 | URL
공감할 키워드가 있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온밤 내 욕설처럼 눈이 내린다"

류근은 그의 시 '폭설'에서 떠난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버리라고 욕설처럼 눈이 내린다고 하지만 그게 다 떠나보낼 수 없는 그대를 향한 간절함이란걸 안다. 이와는 반대로 나는 내게 와야할 이에 대한 기다림으로 읽는다.

밤사이 눈이 더디게 왔다. 더딘 눈에도 그보다 더 더디고 더딘 그대 걸음걸이에 지나온 발자국 이미 지워져 버렸다. 그대는 그대의 걸음걸이로 오는데 기다림에 지친이의 마음 탓이다. 

기다림의 조급함과는 상관없이 내게 온 더딘 그대의 발자국이 선명하다. 이것으로 다 된 것이다. 마지막 발자국 눈 속에 묻히기 전에 내게 닿아서 지워진 발자국 다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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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리기라도 하듯 오라가락 내리던 아쉬운 눈이 흔적을 남겼다. 알싸한 아침공기를 한가득 가슴 깊숙히 마시며 겨울 찬기운이 주는 개운함으로 채운다. 몸은 민낯의 대지가 품어내는 기운으로 생기를 찾는다.

비로소 숨 쉰다.
들판 모서리에 눈사람 마냥 한참동안 솟아오르는 해와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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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쌓였고 여전히 내리는 눈이 아까워 길을 나섰다. 눈이 오는 맞바람을 안고 걷는게 고역이긴 하지만 때를 놓치면 눈에게 미안한 일이다. 기분은 어느 때보다 상쾌하니 좋다.


사계절 내게 들꽃의 향연을 펼쳐주는 보물같은 뒷산 깊숙히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을 더딘 걸음으로 내딛는다. 마을길을 벗어나면 만나는 저수지도 꽁꽁 얼었고, 밤나무 잘려나간 산등성이에 쌓인 눈이 햇살에 눈부시다. 계곡을 건너 산길로 접어들자 사람 발자국 드문드문 이미 다녀간 사람 흔적이 반갑다. 제법 많은 눈이 왔지만 햇볕 좋은 날이 이어져 나무가지에 쌓인 눈은 이미 거의 녹고 없다. 하여, 다시 내리는 눈도 그 눈을 맞이하는 숲도 부담이 없다는듯 가벼워 보인다.


겨울 속엔 이미 봄이 자라고 있다. 부지런히 때를 준비하는 숲의 생명들에게 포근하게 내리는 눈은 잠시 쉬어가라는 하늘의 선물은 아닐까. 그 틈에 기대어 나도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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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하던 눈이 그치고 잠시 평화로움이 깃든 시간이다. 까만 밤하늘을 유영하는 달은 자신을 둘러싼 구름과는 무관하다는 듯 태연자약하고, 납월臘月의 밤 대지를 환하게 밝히는 쌓인눈이 아까운 이의 밤마실에 달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걷는다. 

달과 눈, 그 사이를 오가는 이의 얼굴에 겨울 찬바람과는 상관없이 따스한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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