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이슬'
밤사이 살포시 내린 눈이 겨울숲의 색조를 특별하게 한다. 이 특유의 빛으로 겨울을 기억하는 한 함께 떠오를 이미지다. 눈과 적당한 그늘과 숲의 서늘함까지 고스란히 담는다.


꽃이 진 후 열매로 만났으니 이제 때를 놓치지 않고 꽃을 볼 수 있어야 열매의 특별한 이유를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수많은 다리로 살아야하는 생명을 보듯 경외감으로 다가온다. 동물들의 털에 붙어 서식지를 넓혀야 하는 생존의 문제가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털이슬'은 이슬처럼 매달린 열매에 털이 잔뜩 난 모습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꽃은 8월에 흰색으로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여러 개씩 달린다. 꽃받침 잎은 녹색으로 2개이고, 흰색의 꽃잎도 2개이며 끝이 2갈래로 갈라진다.


그늘진 숲에서 새싹을 돋아 꽃피고 열매 맺기까지 작고 작은 생명이 겪어야 하는 과정은 기다림의 연속이 아니었을까. '기다림'이라는 꽃말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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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위의 두 남자 - 인생의 이정표를 찾아 모래 위로 떠난 사람들
배영호 지음, 제이리미디어 사진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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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나침판을 찾아서

사막과 같은 막막함이 삶의 본질이라는 것에 전부를 동의하지는 않지만때론 사막보다 더 막막함이 삶의 어느 순간에 온다는 것은 안다지금의 삶이 사막과도 같다 하더라도 그 한가운데 있는 한 사막이 주는 막막함을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그 속에 묻히면 전후좌우를 살펴 방향을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자신이 지금 처한 현실을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여행은 가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절반을 돌 즈음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인생의 사막으로 떨어졌던 사람이 진짜 사막으로 떠나 그곳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는 사람이 있다인생의 하이라이트를 보내고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두 남자가 20여 년 만에 진짜 사막으로 여행을 떠나 인생의 이정표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여행기가 이 책 사막 위의 두 남자.

 

사막 위의 두 남자는 KBS 사람과 사람들-사막 위의 두 남자 편으로 방송되면서 비슷한 연령층이거나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다큐멘터리에서 두 주인공 중 저자 배영호의 내면의 이야기를 담은 여행기다저자 배영호는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최대 기업에서 승승장구했으며중소기업 대표까지 역임했지만 인생의 절반을 돌 즈음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인생의 사막으로 떨어졌다.그 뒤 우연한 기회에 사막 다큐멘터리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지금은 방송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저자 배영호는 이 책에서 사막으로 여행을 떠나는 준비과정에서부터 타르 사막에서 맞이하는 하루하루가 지난 인생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었으며 사막이라는 특수 환경이 주는 이미지 속에서 앞으로 살아갈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자기 성찰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끊임없이 펼쳐진 모래사막에서 맞이하는 해돋이와 쏟아질 듯 빛나는 밤하늘의 은하수생명이 살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모래사막에서 마주하는 생명들과 같이 사막은 그 자체가 가지는 막막함뿐 아니라 생명과 그 생명들의 삶이 포함된 사막으로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마치 사막보다 더 막막한 인생을 나침판 없이 가는 것처럼.

 

두 남자로 대표되는 절망의 순간에 마주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담겼다정도의 차이와 구체적인 모습이 다를 뿐이다굳이 사막을 떠올리거나 그 사막으로 떠날 수조차 없는 현실에 갇힌 사람들에게 삶에서 무엇을 놓치지 말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담담하게 그려간다.

 

인생을 사막으로 비유한다면 나침판도 없이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은 그 막막함 견디고 이겨내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나락으로 떨어진 자신의 조건을 인정하고 그런 자기 자신과 솔직한 만남으로부터 그 힘을 출발한다고 본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자신의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나보자그 여행에서 만난 자기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통해 사막을 건너는 나침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진정한 용기는 바로 이렇게 사막을 여행하듯 민낯의 자신을 만난 것에 있다고 사막을 건너온 주인공들은 온 몸으로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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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매探梅' 4
촉촉하게 비가 내린다. 입춘 지났으니 봄비라 우겨도 될 것이지만 차가움은 여전하다. 언 땅 녹이며 파고들고 나무 가지마다 물 오르는 소리 들리는 듯도 하다.

춘우春雨

春雨細不滴춘우세부적
夜中微有聲야중미유성
雪盡南溪漲설진남계창
草芽多小生초아다소생

봄비 가늘게 내려 방울지지 않더니
밤 되니 희미한 빗소리 들리네
눈 녹아 남쪽 시냇물이 불어나니
봄풀의 싹이 얼마나 많이 돋아 났을까

*고려 사람 정몽주의 시 '춘우春雨'다. 봄비는 약비라 했다. 잠자던 모든 생명을 깨우고 힘차게 펼쳐질 봄날의 향연을 준비하는 봄비다.

뜰 가운데 꽃망울 머금은 매화가지에 물오른듯 생기가 돈다. 봄 기운 전하는 빗방울 품고 더 짙어질 향기를 건낼 꽃피는 그날을 기다린다.

비가 전하는 생명의 뜻을 품은 땅의 기운이 마음에 꽃으로 피어날 그때가 봄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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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나무'
굵은 가시로 무장하고서도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 하여 빨리 키을 키워 높이 올라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억센가시와 연녹색의 새순으로 기억되는 나무다. 유독 빨리 자란다. 억센 가시로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한다. 자구지책이지만 새순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다.


이른봄 넓고 푸른 잎이 주는 알싸한 맛에 봄이면 나무 곁을 서성이며 틈을 노리다가 어느순간 툭 꺾인다. 특유의 맛과 향으로 식도락가들이 아니라도 좋아한다. 음나무는 올해도 키을 키우기는 틀렸나 보다.


험상궂은 가시가 돋아 있는 음나무 가지는 시각적으로 귀신이 싫어한다고 생각한 옛사람들은 음나무를 대문 옆에 심어두거나, 가시 많은 가지를 특별히 골라 문설주나 대문 위에 가로로 걸쳐 두어 잡귀를 쫓아내고자 했다.


꽃은 더운 여름날 가지 끝마다 모여 연노랑 꽃이 무리를 이루어 핀다. 가을 단풍이 드는 커다란 잎도 볼만하다. 경상남도 창원시 동읍 신방리 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64호,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의 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06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가시가 엄嚴하게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엄나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국가식물표준목록에는 음나무로 등록되어 있어 음나무로 불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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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곳에 갔다. 뽀송뽀송한 솜털을 세우고 세상구경 나올 그 녀석을 보기 위함이다.


계곡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길마가지 나무는 여전히 피고지기를 반복하며 반긴다. 어제밤 흩날리던 눈이 그대로 쌓여있고 그 흔한 동물발자국 하나 보이지 않는다. 목적지에 당도하여 앉아 가만히 눈이 겨울숲에 익숙하도록 기다리며 반가운 녀석이 보일까 두리번거리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는듯 하나도 볼 수가 없다. 노루귀하고 숨바꼭질하는 것이 이번이 여섯번째다.


잔설이 남아 겨울 숲의 운치를 더한다. 요즘 보여주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임을 여실히 체험하는 때라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숲을 나오는 길 그래도 허전함은 숨길 수 없다. 보여줄 때까지 다시 오면 되지 뭐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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