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 가득 환하다. 간밤에 내린 눈이 아침햇살에 저절로 빛난다. 이곳에 멈추고자 몇분 앞서 나선 길이라 다소 긴 눈맞춤으로 느긋한 아침이다. 마음이 급한 출근길 저절로 멈추는 발길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설렘으로 시작한다.

겨울이 주는 선물을 만끽한다. 그대도 누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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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雨水다.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과 동면하던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경칩 사이에 절기라 봄 내음이 솔솔 풍기지만 동반하는 바람끝엔 차가움이 남아 있다. 하지만, '우수 뒤에 얼음같이' 이제 봄기운 스며들 날이 코 앞이다.


회문산 정상 큰지붕(837m) 위에 섰다. 어디가 어딘지 구분하지 못하는 발아래 연봉들이 줄지어 있다. 맑은 하늘과 눈부신 햇살에 빛나는 상고대는 겨울산이 만들어 놓은 보석이다. 알싸한 바람과 마주하는 겨울산의 매력이 좋다. 얼음장 밑으로 물흐르는 소리 맑다. 봄과 겨울이 공존하는 겨울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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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뜬 밤 눈이 내린다. 구름 사이를 유영하는 달빛 만으로도 환한데 눈빛이 더하니 겨울밤이 더욱 그윽하다. 결국, 달과 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여 기어코 밤마실 나오고 말았다.


"아아 더운 눈물처럼 눈이 내리면 
눈꽃은 다시 어둠에 실려
하늘에 별들로 다시 뜨리라"


*이효녕의 시 '눈이 내리고 별이뜬 밤'의 일부다. 오늘은 별보다 구름을 속을 빠르게도 흐르는 달이 빛난다.


정월 보름을 향하는 급하게 부풀어 오르는 사이 달의 벗은 구름이다. 꼭 숨바꼭질이라도 하는듯 앞서거니 뒷서거니 장난스럽게도 노닌다. 눈은 내려 밤빛이 환한데 달구경하는 맛이 참으로 좋다. '더운 눈물처럼 눈이 내리면' 그 눈의 온기로 겨울밤이 춥지만은 않다.


달보고 눈보느라 들랑날랑 하는 사이 문지방이 다 닳아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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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나물'
둥근잎이 층층으로 쌓인 그 끝에 고개를 삐쭉하게 내밀고 세상 구경나온 아이들처럼 두리번거린다. 모자를 치켜쓰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펼쳐진 입술을 가진 그들에게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보인다. 오히려 한없는 호기심 천국이다.


봄에 나는 새싹들은 모두 그 성질이 순하여 먹을 수 있다. 냉이나 달래와 같이 나물로 먹는다. 연한 잎을 데쳐서 무치거나 된장국을 끓여 먹는다. 꽃을 말려 차로 마시기도 한다.


왜 광대나물이라는 이름을 가졌을까? 이 꽃은 이른 봄에 마치 봄을 부르듯 피어나는데 꽃을 잘 보면 목 주변에 주름이 많은 광대들이 입는 옷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서 광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코딱지풀, 코딱지나물로도 불리는 광대나물은 '봄맞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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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도 모르면서
남덕현 지음 / 빨간소금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모르기에 살아갈 희망을 꿈꾼다

말이나 글이 힘을 얻으려면 그 말이나 글을 하거나 쓴 이의 마음과 듣거나 읽는 이의 마음이 만나 공감을 일으켰을 때다또한 말이나 글을 하거나 쓴 이의 일상에서 언행일차가 가져오는 힘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그런 의미에서 남덕현의 글은 힘이 쎄다.

 

저자 남덕현은 이미 산문집충청도의 힘과 슬픔을 권함으로 많은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불러왔으며 시집 유랑으로 저자 특유의 시선과 글맛을 보여주고 있다특히 SNS 상에서 만나는 저자는 시대의 문제에 빗겨가지 않는 정정당당한 모습으로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으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사람이다.

 

남덕현의 글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점에서 구체적이며 나와 내 이웃의 민낯을 보여주는 점에서 솔직하다.충청도라는 지역적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말과 글이지만 그 특별함이 일반화된 우리들의 자화상과도 일맥상통 한다아버지 시대와 우리가 겪었던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기에 현장감이 녹아 있어 설득력이 강하다한없이 허튼소리처럼 보이지만 어느 사이 가슴 깊은 곳을 울리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한다.모처럼 글이 가지는 맛과 멋이 여기에 있음을 확인하며 따스한 미소와 함께한다.

 

특히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할아버지할머니는 곧 우리의 아버지어머니이며 때론 현실을 살아가는 내 자신이다대부분 볼품없는 인생들이다가난한 소작농 출신이거나 첩의 자식이고노구를 이끌고 여전히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평생을 한 동네에서 벗어나보지 못한 노인들이다이들은 뭘 배워서 아는 출신들이 아니다그렇기에 그분들이 살아온 삶을 증언하는 것과도 같은 이야기는 매순간 수고로움으로 시간을 겹으로 쌓아온 이들만이 가지는 삶의 지혜와 해학이 담겨 있다그것이 바로 이 글이 가지는 힘의 원천으로 이해된다.

 

인생사 한 치 앞을 모르고 나서야 인간의 삶에 대한 가장 완전한 질문으로 이끄는 직관의 문이 열릴 것이다그러니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은 분명히 절망이겠으나어찌 그 절망의 황홀함을 한 치 앞을 내다보는 기쁨 따위에 비할 것인가나뭇잎 하나 지는 까닭을 모르고서도 가을이면 단풍이 황홀하듯 인생사 한 치 앞을 모르고서도 삶은 황홀하다.”

 

읽는 이는 '모르고서도'에 방점을 찍는다모르기에 가능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삶의 절망도 모르기에 겪게 되지만희망 또한 모르기에 가질 수 있는 것이다절망과 희망은 그 '모르고서도'를 어떤 마음가짐을 대하며 자신의 일상에 적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일이다. ‘웃픈 이야기라고 하지만 마냥 웃고 울 수도 없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삶의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한 치 앞도 모르면서는 지나온 시간보다 살아갈 날에 주목한다알 수 없기에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으며 그 가능성은 살아갈 미래의 근거가 된다는 것을 은연중에 비치고 있다여기서 삶의 희망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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