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고운 밤이다. 깊어가는 밤 기온도 이미 겨울 본연의 차가운 기운을 잃어가고 있다. 품을 줄여가는 달을 보며 뜰을 서성이는 것이 추위에 떨지 않고 즐길 수 있으며 은근한 달빛에 운치까지 더한다.

달이 높이 떴습니다 
나는 지금 
달 아래 가만히 서 있습니다 
달 아래 서니 
이 생각 저 생각이 다 지워지고 
이 사람 저 사람이 다 지워지고 
이런 일 저런 일 다 지워집니다 
이런 달 아래서는 나도 
깨끗하게 지워지고 
달만, 
둥근 달만 하늘 높이 떠 있습니다

*김용택의 시 '달'이다. '다 지워지고'마는 달 아래 서 있다. 

가득 차는가 싶더니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 간다. 스스로의 힘으로 빛나지 못하지만 그 빛이 도를 넘지 않기에 마주볼 수 있는 틈을 허락하는 달이다. 스스로의 품을 채우고 또 비우기를 반복하는 것이 마치 지기성찰의 과정에서 복잡한 심사를 비워내는 사람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스스로의 모습을 지워가는 달 아래서면 복답한 심사가 어느새 사라지고 오롯이 달과의 눈맞춤만 남는다. 하여, 달 아래서면 그 달과 닮아가는 자신을 본다. 깊어가는 밤 시간을 아끼며 달을 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달만, 
둥근 달만 하늘 높이 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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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개불알풀'
흔하게 볼 수 없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꽃을 보는 일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눈 속에 핀 매화나 설중 복수초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꽃이 어디 그것뿐이랴는 듯 양지바른 곳에 이른 봄꽃들이 피어 눈맞춤을 기다리고 있다.


이름도 아주 민망한 풀이 꽃을 피웠다. 그치만 꽃의 색깔도 모양도 이쁘기만 하다. 봄이 무르익을 무렵에 피는 꽃이 벌써 피었다. 밭이나 들, 집 앞 화단이나 공원의 산책로 주변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조그마한 크기의 예쁜 꽃이다.


이 식물의 이름은 꽃이 지고난 후 열리는 열매가 개의 불알을 닮은 것에서 유래한 것인데 사실은 일본어로 된 이름을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이렇게 붙여졌다. 일부에서는 '봄까치꽃'이라고 부르자고 하지만 같은 종의 다른 식물과의 문제로 이 또한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개불알이란 명칭이 붙은 꽃으로는 '개불알꽃'이 있는데, '개불알풀'과는 종류가 전혀 다른 종류다.


또 하나 특이한 별칭으로는 '큰지금'이라는 이름이다. 지금이란 한자로 '지금地錦', 즉 땅 위의 비단이라는 뜻이다. 봄날 이 꽃이 군락을 지어 피어 있는 모습이 비단을 쫙 깔아놓은 듯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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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담'
-박균호 저, 북바이북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특이한 인연이었다. 책읽기에 푹 빠져지내는 한사람으로 매번 이용하던 온라인 서점에서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접하고 구입후 언제나 처럼 후기를 올렸다. 얼마 후 낯선이로부터 메일이 왔고 그 책을 지은 저자였다. 자신의 첫번째 책을 읽고 처음으로 후기를 써준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자신이 수집한 책을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바로 헌책, 절판본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오래된 새 책'의 저자 박균호 KyoonHo Park 다.


박균호의 '오래된 새 책'를 통해 헌책이나 절판본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내가 가진 책 중에서도 그런 수집의 대상이 되는 책이 있음을 알았다. 그중 하나가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라는 책이다. 마냥 책만 읽던 내게 책장의 책을 다시 살피게 한 사람이기도 하다.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독서만담'도 책에 관한 저자의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담고 있어 책 좋아하는 이에게 흥미로운 분야임에 틀림없다.


여전히 사물과 사건을 대하는 톡톡튀는 시각과 학교 선생님의 꼰대기질(?)이 다분하게 보이는 글 맛까지 잘 어우러져 굳이 책읽기와 책수집에 열을 올리지 않은 사람이 읽어도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모처럼 웃음 지으며 책장을 넘긴다. 책 제목처럼 저자의 책에 얽힌 만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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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7-02-23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달빛 어루만지는 마을, 무월리撫月里 뜰에서 달을 맞이한다. 보름 하루 지난 밤 정월달이다. 눈을 품은 구름이 달을 가려 눈맞춤하지 못한 정월대보름달의 아쉬움을 이렇게 달랜다.


"처음엔 망설였어요
손톱만큼만 보여드릴까 해서요
하지만
내 마음 감출 수 없어
그리움 가득 담아
하늘 깊숙이 매달아 놓았어요

당신 가슴 한구석 어둠을 위해
보름사리 때까지"


*송문정의 시 '보름달'이다. 달에 담긴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내보이고야 만다. 그리움이야 내놓는다고 더 깊어질리야 없다. 무너지는 가슴 속 채워질리도 없다. 그리움 쌓이고 쌓여 그 무게로 주저앉을 날이 올때까지 달이 차오르기를 반복하듯 그렇게.


방심하다 나도 '보름달'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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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엽수'
잎떨군 큰키나무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다. 특히, 생활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가 아니라면 더 어렵다. 그래서 이름표 달고 있는 나무를 만나면 더 반갑게 만난다.


이 칠엽수라는 나무도 마찬가지다. 도로 중앙 인공섬이나 휴양림 등지에서나 겨우 볼 수 있는 나무다. 낙엽이 다 져버리고 긴 겨울동안 새싹을 내밀 준비를 하고 있다. 가지끝에 겨울눈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칠엽수라는 이름은 긴 잎자루 끝에는 손바닥을 펼쳐 놓은 것처럼 일곱 개의 잎이 달리므로 '칠엽수'라는 이름이 생겼다.


꽃은 5~6월에 가지 끝에 모여 달리며, 붉은빛을 띠는 흰색이다. 열매는 둥근모양이며, 3개로 갈라진다. 타닌을 제거한 열매는 식용한다.


한국에는 외국에서 들어온 서양칠엽수와 칠엽수를 공원수나 정원수로 심고 있는데, 서양칠엽수를 흔히 프랑스에서 부르던 이름 그대로 마로니에라고 부르기도 한다. 흔히 마로니에로 부르는 이 나무가 들어온 것은 20세기 초 네덜란드 공사가 고종에게 선물한 것을 덕수궁 뒤편에 심은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눈물속에 봄 비가 흘러 내리듯/임자 잃은 술잔에 어리는 그 얼굴/아 청춘도 사랑도 다 마셔 버렸네/그 길에 마로니에 잎이 지던 날..../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라는 노래로 친근한 나무는 서양칠엽수를 말한다. '사치스러움', '낭만', '정열'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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