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0일


시간이 겹으로 쌓이는 동안 수 백년을 한 자리에 살았다. 곁을 내 주었던 그들이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버거웠지만 여전히 대를 이어오는 그들이 있어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음을 안다.

정월 대보름 어떤이가 두손 모아 합장하고 간절한 소망을 담은 꼬까신을 올려 놓았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한해를 살아가는 동안 이 순간만큼 떨리는 가슴일 때가 없다. 그 꼬까신 위에 살포시 상서로운 봄 눈이 내렸다. 하늘의 마음이 꼬까신을 놓아둔 이의 마음에 응답하는 일이라 믿는다.

3월 10일 출근길 그 나무 앞에 멈추어 꼬까신에 오랫동안 눈맞춤 하며 간절함을 담았다.

1980. 5.18, 1987. 6.10, 2017. 3. 10 
내 눈으로 지켜본 역사의 그날이다. 살아 생전 오늘과 같은 날이 또 올까 싶을 정도로 의미가 크고 깊고 넓다. 고비마다 내딛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서로 닿아 만들어낸 일이기에 오늘을 기억한다.

이제 다른 출발이기에 지금까지 왔듯 그렇게 다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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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녁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가득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연두빛 고운 숲속으로
어리고 단비 마시러 봄 맞으러 가야지
풀 무덤에 새까만 앙금 모두 묻고
마음엔 한껏 꽃 피워 봄 맞으러 가야지
봄바람 부는 흰 꽃 들녁에 시름을 벗고
다정한 당신을 가만히 안으면
마음엔 온통 봄이 봄이 흐드러지고
들녁은 활짝 피어나네
봄이 오면 봄바람 부는 연못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노저으러 가야지
나룻배에 가는 겨울 오는 봄 싣고
노래하는 당신과 나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봄이 오면 우~
봄이 오면 봄이 오면 음~
봄이 오면.. "


*김윤아의 '봄이오면'이라는 노래다. 이 노래가 입 속에서 흥얼거려지는 것이 분명 영락없이 봄이 온 것임을 안다. 봄은 기다림과는 상관없이 제 속도로 제 때에 저절로 오듯이 이 노래 또한 봄이오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오고가는 냇가에 누가 심었는지도 모를 매화나무 한그루 꽃을 피웠다. 기어이 차를 세우고서 향기를 맡고 눈맞춤까지 하고서야 가던 길을 간다. 봄이 내게 시키는 일이다. 누가 보든말든 망설임도 없이 늘상 하는 행동이다. 봄은 이렇게 거리낌없이 사람들을 자연의 품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봄 만큼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때가 없다.


긴 겨울을 건너온 봄이 자연의 곁을 겉돌기만하는 사람들을 위해 베푸는 뜨거운 마음이다.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녁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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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모든 꽃은 활짝 피어 제 사명을 다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그저 보는 맛에 저 혼자 좋아하는 사람에겐 어떤 꽃은 다 피지 않아서 주목받을 때가 있다.


봄 볕이 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며 늘상 눈여겨 보는 것이 이 나무의 개화 정도다. 갑옷 같은 껍질에 쌓여 속내를 보여주기 전부터 눈 눈에 아른거리는 색감으로 마음은 이미 봄맞이 길을 성큼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으로 어떻게 이 샛노오란 색을 표현할 수 있을지 난감할 뿐이라서 고이 마음 속에 담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떠올려 보게 된다. 자연이 주는 강렬하지만 거부감 없는 느낌을 온전히 담아둔다. 이 경이로움은 여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다. 늦가을부터 한겨울까지 붉디붉은 색의 열매 또한 색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리산 상위마을, 경북 의성 사곡마을, 경기 이천 백사마을 등으로 만개한 산수유 꽃그늘 아래서의 나들이를 즐기러 많은 사람들이 발품을 팔지만 내게 산수유는 그렇게 색으로 만난다. '지속', '불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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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眼目'
-유홍준, 눌와

'안목眼目', 사물의 좋고 나쁨 또는 진위나 가치를 분별하는 능력을 말한다. 무엇을 두고 필요한 안목일까?

유홍준의 안목에서는 선조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문화재를 중심으로 대상과 그것을 알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건축·백자·청자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높은 안목의 소유자들은 어떻게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파악했는지를 알아보고, 뛰어난 안목으로 미술품을 수집하고 미담을 남겨 우리 문화사에도 기여한 역대 수장가들의 이야기로 안목의 중요함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더불어 우리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회고전에 유홍준 교수의 순례기, 현대미술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넓고 깊은 시각에서 바라본 작가론과 평론을 만나볼 기회이기도 하다.

저자와 저자가 주목하는 대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제법 묵직한 책의 첫장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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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끝자락이고 한달을 마무리 하는 날이다. 전쟁을 치루듯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짧은 2월이 긴 겨울을 마무리 하기엔 버거운듯 몰아치는 하루가 더디기만 하다. 몸이 버거웠던 털옷을 벗고 오늘로 겨울을 마감한다.

봄볕이 참으로 좋다. 이미 익은 봄처럼 좋은 볕이 봄으로 가는 문턱을 이제 막 넘어섰다는 것을 확실히 알리고 있다. 가슴 펴고 볕이 전하는 봄의 기운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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