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마리'
볕좋은 봄날 이른 점심을 먹고 잔디밭을 서성인다. 이때 쯤이면 봄소식을 전하는 조그마한 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보고자 해야 겨우 눈맞춤할 수 있기는 하지만 눈에 익혀둔 것은 아무리 작다고 해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연한 하늘색의 꽃받침은 다섯 개로 갈라지고그 가운데 연노랑의 꽃이 곱다.꽃은 줄기나 가지의 끝 부분에 피는데, 태엽처럼 말려 있다가 펼쳐지면서 꽃이 피는 모습이 독특하다.


꽃이 필 때 꽃차례가 말려 있어 꽃마리라고 한다. 이 작은 꽃도 제 때를 알아 피고 지며 열매 맺고 뒤를 잇는다. 작은 꽃은 또 작은 꽃대로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꽃따지 또는 꽃말이, 잣냉이라고도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지만 하도 작아 풀들이 자라면 금새 묻히고 마는 처지에서 온 것인지 '나를 잊지 마세요', '나의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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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3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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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필요한 시대

내 이웃에는 특별한 사람이 있다나무를 깎아 집도 손수 짓고흙을 빗어 도자기도 굽고진공관에 관심일 가지고 스스로 수리도 하며각종 고철이나 쇠를 가공해 조형물도 만든다사물을 대하는 자심만의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있어 무슨 물건이든 허투루 보는 일이 없이 쓸 용도를 생각해 내 적재적소에 활용한다그가 사물을 보는 특별한 시각은 지금까지 살아온 그의 삶의 이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물의 좋고 나쁨 또는 진위나 가치를 분별하는 능력을 '안목眼目', 이라고 한다무엇을 어떻게 보는가를 말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대상이 가지는 독특한 쓰임새와 가치를 볼 수 있는 것을 말한다이런 안목은 어디에 또 왜 필요할까?

 

알면 사랑하게 되고사랑하면 보게 되고볼 줄 알면 모으게 되니이때 모으는 것은 그저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 "석농화원발문 중에서

 

위의 문구는 유홍준의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언급해 유명해진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구절의 원문이다어떤 대상에 대해 알고보고사랑하는 이 모든 과정이 바로 안목과 깊은 관련이 있다.

 

유홍준의 새 책 안목에서는 선조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문화재를 중심으로 대상과 그것을 알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건축·백자·청자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높은 안목의 소유자들은 어떻게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파악했는지를 알아보고뛰어난 안목으로 미술품을 수집하고 미담을 남겨 우리 문화사에도 기여한 역대 수장가들의 이야기로 안목의 중요함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여기에 등장하는 수장가들로는 안평대군 이용석농 김광국송은 이병직수정 박병래 소전 손재형간송 전형필 등으로 그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깊은 내막을 알 수 있다더불어 우리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변월룡이중섭박수근오윤신영복의 회고전에 유홍준 교수의 순례기현대미술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넓고 깊은 시각에서 바라본 수화 김환기’ 작가론과 평론 대가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기회이기도 하다.

 

유홍준의 이 책 '안목'에서 건축·백자·청자 등 유형문화재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유물에만 머물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그 유물을 보는 사람에 주목한다어쩌면 안목의 본질적인 부분이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확인시켜주는 과정과도 같다. ‘사물의 좋고 나쁨 또는 진위나 가치를 분별하는일이 어찌 문화재에 국한될 일이겠는가이런 과정을 통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것이 아닐까 싶다언급된 수장가들의 이야기들 속에 알 수 있듯 바라보는 대상 안에 담긴 작가의 마음을 오롯이 볼 수 있으려면 발품팔고 많이 보며 깊이 있는 사고와 이를 가능케하는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임을 다시금 확인하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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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으로 가는 숲에 들다.
조금 일찍 나서 햇살 번지기 시작한 숲으로 들어선다. 풍문으로 전해진 꽃소식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선두에 서고 게으른 몸이 뒤따른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에 익숙해지자 빛이 들어온다. 생명을 깨우며 숨을 불어넣는 빛의 스며듬이 좋다. 사람 발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니 한적하니 몸도 마음도 개운해 진다.


봄으로 들어선 숲은 한창 바쁘다. 그 품에 슬그머니 들었으니 나올 때도 뒤돌아보고 눈인사면 그만이다. 풍문으로 들리던 너도바람꽃도 봤고, 다른 꽃자리도 확인했으니 곧 다시 들어설 곳이기에 눈맞춤만 해두었다.


봄 볕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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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
작약, 그 붉음의 근본을 본다. 저토록 붉음을 감추었기에 춥고 더딘 긴 겨울을 견딜 수 있었으리라. 끝내는 터져나오고야말 생명의 붉은 힘이다.


이때쯤 숙인 허리를 더 숙여 땅을 보며 수줍게 피는 어린 꽃을 본다. 두리번거리는 눈 앞 그 선두에는 이 붉음이 있다. 붉은 꽃과 노오란 꽃술의 어울림으로 지극히 화려한 꽃도 눈여겨 보지만 이 붉은 새순에 더 주목한다.


아직은 겨울 끝자락이라 모든 식물들이 새봄을 준비하는 것이 눈에 잘 보이지 않은 때라 작약의 새순이 꽃보다 더 주목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크고 화려한 꽃과는 달리 '수즙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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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매探梅 7

꽃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테지만 이른 봄철 유독 사랑받는 꽃이 있다. 매화가 그 첫번째다. 옛 선비들의 매화를 향한 마음을 따라가기에는 멀었지만 현대인에게도 매화는 여전히 매력적인 꽃이다. 몸도 마음도 얼어 움츠리던 겨울 끝자락에서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주목받기에 충분한데 매화가 가진 느낌은 그것을 넘어선다. 하여, 모양에 향기를 넘어 정신에 이르기까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탐매探梅에 열을 올리곤 했다.

탐매探梅, 옛사람들은 찬바람 불고 아직 녹지 않은 눈길을 밟아 탐매의 길을 나섰다. 그렇게 찾아간 매화나무 아래에서 시를 짓고 읊으며 풍류와 아취를 즐겼다. 이 즐기는 것 속에는 풍류와 아취를 넘어 매화에 부여한 이미지를 통해 자기성찰의 길로 이어졌고 그것이 탐매의 길에선 선비의 정신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동은 천 년이 되어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질이 남아 있고
버드나무는 백 번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오네

*조선 사람 상촌 신흠의 시다.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네"라는 문장에 담긴 옛 선비들의 그 마음자리를 따라가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른 봄부터 전국 각지 유명한 매화나무가 있는 곳으로 촉각을 곤두세우며 꽃소식 오기만을 학수고대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른바 현대판 탐매문화로 불러도 될 듯싶다.

선암사의 선암매, 금둔사의 납월매, 오죽헌 율곡매, 화엄사 각황전의 홍매, 창덕궁의 만첩홍매, 단속사 정당매, 도산서원 매화, 산천재의 남명매, 하회마을 서애매, 통도사의 자장매, 산청의 도산매, 전남대학교 대명매, 백양사 고불매, 지실마을 계당매, 소록도 수양매, 무위사 만첩홍매, 김해 와룡매, 동계종택 백매, 곡전재 분홍매, 대원사 백매, 횡천리 야매

지역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니 먼 길 마다않고 찾아다니며 매화만 봐도 봄 한철 그냥 지나가겠다. 그렇게 찾아간 매화나무 아래서면 "윤이월 매화는 혼자 보기 아까워 없는 그대 불러 같이 보는 꽃"이라 노래한 서안나 시인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을런지..

남쪽부터 피기 시작한 매화 따라 해남 보해 농장, 광양 매실마을의 북적이는 매화도 좋지만 고즈넉한 산사에 홀로피어 더 빛을 발하는 매화를 찾아 매향에 취해 보는 것이 어떨까. 이른아침 산을 넘어온 매향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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