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봄인 게다'
모든 생명의 그 본성은 붉다. 제 아무리 꽃들이 화려한 몸짓으로 봄을 불러온다지만 그것은 다 서막에 불과하다. 봄은 언땅을 뚫고 올리오는 새순의 붉음을 보아야 비로소 시작된다. 봄을 새로운 희망으로 보는 출발이 여기에 있다.

봄앓이가 서럽도록 아름다운 것은 붉은 생명의 속내가 꿈틀대기 때문이다. 붉은 생명의 기운이 생동하는 작약의 새순으로 내 봄을 맞이하는 근본을 삼아도 좋으리라.

내 속이 붉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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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홍매화'
큰 일 마치고 집에 온다는 딸아이 소식에 불쑥 길을 나섰다. 하늘도 흐리고 비소식까지 있어 날씨는 꽃구경 길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구비구비 산길을 넘는동안 눈에 들어온 구례의 산수유는 이미 노란빛을 잃어가고 있다.


산수유는 지나가는 길목에 눈요기꺼리고 목적은 화엄사 홍매화에 있다. 화엄사 홍매화는 '장육전丈六殿이 있던 자리에 조선 숙종 때 각황전覺皇殿을 중건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계파桂波선사께서 심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장육화丈六花라고도 하며, 다른 홍매화보다 꽃이 검붉어 흑매화黑梅花로 불리기도 한다.'


선암사 선암매, 백양사 고불매, 오죽헌의 율곡매와 더불어 화엄사 화엄매 등이 탐매객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외 여러 고매古梅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화엄사 화엄매는 아직 일러 만개한 화엄매를 보려면 조급한 마음을 잘 다독여야 될듯 싶다. 300번이 넘는 동안 봄날을 붉게 물들였던 매화가 피는 속도보다 그 붉은매화를 보고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급했나 보다. 고매에 핀 꽃보다 나무 곁을 서성이는 사람 숫자가 더 많다.


매화향기 음매할 틈도, 흑매라 부를만큼 검붉은 매화빛을 볼 짬도, 꽃그늘에 스며들어 하늘 한번 올려다볼 여유도 없이 크고 작은 카메라의 액정만 쳐다보기 바쁘다. 향기도 빛깔도 아니라면 여기에 무엇하러 왔을까?


모처럼 동행한 딸아이 마음에 붉은 매화향기 스며들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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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7-03-30 14: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년전 갔더랬습니다. 일러 보진 못하고 연륜에 그리움 더한 큰 망울만 보고 그보다 그걸 기다리는 초로의 카메라를 봤었죠. 그런 명사로 남은 홍매
봄마다 찾아오네요

무진無盡 2017-03-30 14:23   좋아요 0 | URL
많은 이들이 화엄매의 붉은빛을 담아 가더라구요. 모두의 마음에 그렇게 불이 켜지길 바래봅니다.
 

봄은 색으로 온다.
아직도 서리 내리는 아침의 알싸함이 있지만 한낮의 볕은 온기를 가득 담았다. 갈피를 못잡는 바람 끝에 차가움이 있고 하늘은 높아만 간다. 피부에 닿는 기온의 변화도 분명하게 달라지는 것으로 봄이 왔음도 알지만 무엇보다 갯버들 연녹색 꽃과 수양버들 물오른 가지끝에 초록으로 봄은 온다.

파아란 하늘에 물오른 나무가지 끝 초록이 좋은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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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부채'
꽃소식따라 몸이 움직이는 사람들에게도 머리 속에서만 존재하는 식물이 있다. 알지 못하는 것이라면 이야기 꺼리도 못되지만 먼 곳이거나 가까이 있어도 제 때를 놓치면 볼 수 없어 언젠가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리게 된다.


눈을 녹이면서도 생명의 열정을 보여주는 앉은부채도 그렇게 보고 싶은 식물에 속했다. 지난 겨울에서야 멀지 않은 곳에 자생지가 있다는 것을 접하고 두 번째 발품을 팔아 눈맞춤 했다. 조금 늦은 때라 새 잎이 올라온 것까지 볼 수 있어 이제는 잎을 보고도 알아볼 수 있겠다.


'앉은부채'라는 이름은 가부좌를 틀고 앉은 부처님과 닮아서 '앉은부처'라고 부르던 것이 바뀐 것이라고 하고, 잎이 땅에 붙어 있고 부채처럼 넓게 펼쳐진 모양 때문에 앉은부채라는 이름이 생겼다고도 한다.


꽃은 3~5월에 피며 타원형의 꽃덮개佛焰苞에 싸여있다. 꽃을 자세히 살피면 꼭 도깨비방망이 끝 부분같이 보이기도 하고 스님 머리모양을 닮기도 했다.


앉은부채는 꽃을 피울 때 스스로 열을 내고 온도를 조절하는 신비한 식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눈을 녹이면서 꽃을 피울 수 있나 보다.


우엉취·삿부채풀·삿부채잎이라고도 하는 앉은부채의 꽃말은 '그냥 내버려 두세요'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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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앵담 - 나른한 화요일을 깨우는 새콤달콤한 앵두 맛 이야기 요일들의 이야기 2
안영실 지음 / 헤르츠나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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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붉은 앵두 맛 같은 이야기들

지극히 짧은 이야기에서 긴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다많은 말을 한다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만한 나이가 되었다구구절절 풀어놓지 않아도 몇 마디 말로 전해지는 가슴 깊은 울림은 그 말이 담고 있는 감정과 의지를 충분히 공감할만한 준비가 되었을 때 가능해 진다말하기 보다는 듣기에 주목하고자신을 둘러싼 환경이나 조건의 변화와 같은 외부적 상황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심장의 반응에 주목할 수 있을 때 절제된 말이 가지는 참다운 의미를 알게 된다.

 

참으로 오랜만에 맛깔스러운 이야기를 만났다나른한 화요일을 깨우는 새콤달콤한 앵두 맛 이야기이라는 작가 안영실의 화요앵담은 지극히 짧지만 긴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 이야기들로 묶어진 소설집이다일상의 익숙한 이야기를 펼치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작품들이 한 바구니에 가득 담겨 있다.

 

아리도록 단단한 57편의 이야기가 네 가지 테마로 묶여 잘 포장되어 있다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세월의 무게감을 적당하게 감당할 수 있는 이의 자전적 에세이를 대하듯 친숙한 이야기들이다기억 저편에 가물거리듯 존재하면서 불쑥불쑥 현실로 드러나는 추억이거나감정 이입된 특정 대상을 통해 잊어지길 강요받았던 생의 어느 한 자락자신이 속한 다양한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온 시간과 같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무엇인가를 전달하고자 하는 강한 목적성을 내비치지 않고서도 절제된 이야기는 담고 싶은 감정의 깊이와 전하고 싶은 의지를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능숙하게 전달한다짧은 이야기를 짧게 읽지만 쉽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수 없는 긴 사색의 시간을 만들게 하고 있다글이 자체적인 힘을 가지는 경우가 바로 여기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등단 20년 차인 작가의 내공이 여실히 드러나는 글이라 여겨진다.

 

화요앵담’ 속 다양한 이야기는 새콤달콤한 맛에 취해 아무 생각 없이 앵두를 먹다 보면 꼭 단단한 씨앗을 씹게 된다는 작가의 표현 그대로 붉은 앵두 맛 그것과 꼭 닮아 있다새로운 희망으로 꿈을 꿔가는 봄,곁에 두고 틈틈이 펼쳐도 좋을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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