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춘삼월暮春三月
봄이 저물어 가는 음력 삼월을 일컫는 말이다.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삼짇날도 지났으니 이젠 그 춘삼월의 품으로 들어간 것이다. 봄앓이 하느라 서툰 봄맞이가 무르익어간다는 말이기도 하니 들어서는 봄 보다는 여문 봄에 방점을 찍는다.

하루걸러 내리는 봄비에 사방은 푸른기운으로 넘치지만 뭔지 모를 아련함이 머무는 가슴 한구석이다. 흐린 하늘이 잠깐 틈을 보여준 허공에 버들강아지 피어 날고 있다.

만화방창萬化方暢 여물어가는 봄, 
그대, 봄 한가운데에서 우뚝 선 꽃으로 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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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나무를 심는 마음은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고 한다. 더디고 오랜시간이 걸려야 비로소 주어진 사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손바닥만한 뜰에ㅈ다양한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유독 그 다음을 생각하며 심은 나무가 이 살구나무다. 딱히 간식으노 먹을것도 없었던 어린시절 보리타작할 즈음에 노랗게 노랗게 익어 떨어진 살구를 주워다가 아껴가며 먹었던 기억이 다음 누군가에게도 그런 추억을 남길 수도 있을 것이기에 묘목을 고르고골라 심었다.


묘목을 심고 2년이 지났는데 제법 키를 키우더니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꽃으로 보면 앵두나무, 자두나무와 차이를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비슷비슷하지만 살구나무 만의 특성을 발견하려면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나무의 수형이 갖춰지면서 더 빛나는 나무로 기억된다.


"청명 날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길 가는 행인 너무 힘들어/목동을 붙잡고 술집이 어디냐고 물어보았더니/손들어 멀리 살구꽃 핀 마을(행화촌)을 가리키네"


당나라 시인 두보가 읊은 시에 등장하는 살구나무다. 살구나무는 이렇듯 오래전부터 사람들과 함께 살아왔다. 어린시절 나고자란 시골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듯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닌 것이 아득하다.


살구꽃 피면 봄이 무르익어 간다는 신호다. 무렵 잎보다 먼저 연분홍색으로 피고 동그스름한 잎을 펼친다. 초여름에 들면 다른 과일보다 훨씬 먼저 붉은 기가 살짝 들어간 노란 열매가 열린다. 시큼함이 입안에 멤도는 살구다.


내가 이사 온 마을 한구퉁이 집 담벼락에 오래된 살구나무 한그루 서 있다. 오며가며 언제 꽃이 피나 살피는데 더디기만 하다. 담장 넘어 누군가 훔쳐보고 있는 것을 아는 것이리라. '처녀의 부끄러움', '의혹'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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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독토독ᆢ속삭인다. 하늘의 마음이 땅에 닿아 초록이 익어가는 소리와 닮았다. 긴 겨울 가뭄을 건너온 대지는 여전히 목이 마를가 보다. 봄비가 단비고 약비라고는 하지만 잦은 비가 꼭 약비일지는 모르겠다.

긴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타는 목마름의 사람들 가슴에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으로 봄날을 맞이한다. 잦은 비도 오늘 아침만큼은 토독토독ᆢ. 스스로를 다독여줄 약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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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호색'
세상엔 같은 게 하나도 없다. 꽃을 보는 동안 생김새가 오묘한 것 뿐아니라 색깔 역시 천차만별 임을 늘 확인하며 놀란다. 같은 종류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한 범주안에 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꽃쟁이들 사이에서는 멸치 또는 종달새라는 애칭을 가진 현호색이다. 연하늘색에서 농담을 달리하며 간혹 하얀색도 보인다. 어찌 이런 모양을 가지게 되었을까. 알 수 없는 식물의 신비로운 세계다.


현호색은 양지 혹은 반그늘의 물 빠짐이 좋고 토양이 비옥한 숲에서 자란다. 군락을 형성하여 피기 때문에 무리를 만나면 장관을 이룬 모습 앞에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현호색玄胡索이란 이름은 씨앗이 검은 데에서 유래한다. 작고 가녀린 꽃대에 비해 제법 큰 꽃을 피운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작은 물고기가 유영하는듯 보이기도 한다.


찬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 숲에서 신비로운 모습으로 피어 이를 봄 소식을 전해주는 현호색은 '보물주머니', '비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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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 차이가 만들어 놓은 풍경이다. 봄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섰음을 확인시켜주러 안개는 아침마다 우리 곁으로 밀려와 잠시 머물다 사라진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 처럼
적당한 간격에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류시화의 시 '안개 속에 숨다'의 일부다. 숨고 싶어 숨을 수 있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다. 갇힌 벽으로 보이지만 나무 뒤에 숨는 것과는 다르다. 하여, 안개는 얼마나 고마운가. 적당한 틈과 시간을 벌어주어 쉼을 주지만 고정된 갇힘이 아니라서 삶의 보호막과도 같다.

봄의 또다른 선물같은 안개 속으로 급할 것 없는 걸음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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