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간다는 주목에게도 봄이 왔다. 천 년, 백 년도 못사는 인간의 수명으로 짐작할 수 있는 시간의 범위를 벗어난 개념이다. 하지만 그 긴 시간도 이렇게 봄마다 새 움을 틔우기에 가능한 일임을 안다. 새 잎을 내지 못하면 천년의 시간도 멈출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사람의 몸과 마음에서 펄떡이며 살아 숨쉬는 생명의 고귀함을 느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생의 주기가 다르다는 것뿐만 아니라 제 몸의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는 감성 탓도 있으리라고 본다. 그런점에서 생명의 탄생과 시시각각 변하는 경이로움을 눈으로 보고 느끼기에 봄 만큼 좋은 때가 없다.

봄 봄ᆢ. 쌓인 눈이 채 녹기도 전부터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고 되뇌이며 봄을 기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스로가 살아 있음의 다른 표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간절함에서 비롯된 지극히 정상적이고 간절한 감정과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하여, 오늘도 나는 그 봄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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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담초'
내 뜰에 들어와 함께 사는 나무와 풀들은 애써서 구했거나 마음에 나무를 키우는 고운이들이 나눔으로 들어온 것들이 태반이지만 때론 그 출처를 알 수 없는 녀석들도 있다. 담장 안 감나무 밑을 높여 화단을 만들었는데 감나무 아래서 자라 꽃을 피운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색감이 참 좋다. 볼때마다 손자 사랑이 유별났던 할머니의 외씨버선을 떠올린다. 오이씨처럼 볼이 조붓하고 갸름하여 맵시가 있는 버선을 외씨버선이라하니 이 녀석과 꼭 닮았다. 담장 밑에 여린 가지에 이 버선닮은 수많은 꽃을 달고 환하게 불 밝힌다.


골담초骨擔草란 글자 그대로 뼈를 책임지는 풀이란 뜻이다. 나무의 쓰임새를 알고 붙여진 이름이다. 어린시절 기억 속 흙담장 아래서 키를 키우던 모습이 아련하다.


나비 모양의 꽃잎이 잎겨드랑이에서 노란색으로 하나씩 핀다. 뒷부분은 약간 붉은색이 많으며, 시간이 지나면 노란색 꽃이 붉게 변한다. 줄기에 가시가 있어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태세다.


담장 아래서 다소곳이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에서 비롯된 것일까. '겸손', '청초'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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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다. 메마른 담장에 생명의 움이 트더니 어느 사이 새잎이 열렸다. 생명줄 놓치지 않고 질기고 모진 겨울을 건너온 덕분이다. 다시 부지런히 메마른 담을 타고 멀리 뻗어나갈 꿈을 키를 키운다. 초록의 잎으로 우거질 여름을 향한 출발이다.

봄이 생명의 근본인 숨을 여는 시간임을 눈으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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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꽃나무'
어떤 식물이든 그냥 오지 않았다. 특별한 계기는 아닐지라도 늘 주변에 있지만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거나 사계절 중 어느 때에 한 모습이 기억되 다시 찾아보게 하는 것과 같이 느끼고 공감하는 무엇인가 있기 마련이다.


몇번의 눈맞춤 모두 낙엽 다 지고 까만 씨앗이 맺힌 모습으로 만났다. 꽃은 언제 무슨 색으로 피고 잎은 또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하다 때를 놓치기 일쑤였다. 하여 올해는 마음 먹고 보러간 길이다.


굵지않은 가지에 골이진 푸른 잎 사이로 제법 큰 크기로 하얀색의 꽃이 지는 햇살에 눈부시다. 가지 끝에 하나씩 달려 많지 않은 꽃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꽃잎 넉 장이 넉넉하게 벌어지면서 바람에 한들거리는 모습이 연약한 병아리가 봄에 마을을 나온 듯한 느낌을 준다. 병아리꽃나무라는 이름은 여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죽도화, 자마꽃, 개함박꽃나무, 대대추나무 등으로도 불리는 병아리꽃나무는 한국특산식물이다.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동해면 발산리에 있는 모감주나무와 병아리꽃나무의 군락이 있는데 천연기념물 제371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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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시작하더니 내리는 폼이 멈출 기미가 없다. 봄비치곤 제법 많은 양이라서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마냥 비라서 좋다. 더욱 봄비이니 더 할 말이 없다.

사계절 다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지만 봄만 것도 없고, 봄 중에서도 새잎나서 푸르러가는 이 시기가 으뜸이다. 산벚꽃 하얀꽃과 초록의 어울림이 시시각각 변해가는 산허리를 보자면 신록의 예찬에 말이 필요없는 감탄이 저절로 터진다.

이미 물오른 감나무에 새싹이 돋아나 그 연하디 연한 잎에 물을 가득 품었다. 이제 막 시작된 봄 햇살에 비친 연초록의 향연을 과하다 싶은 비로 인해 못보는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그대, 잠시 눈을 들어 새잎이 전하는 봄기운 품으시길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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