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꽃나무'
곱다.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할까. 자잘한 가지가 많은 크지않은 나무에 곱디고운 꽃들이 무리지어 피었다. 멀리서 보아도 금방 알아볼 수밖에 없는 그 고운색에 과하지 않은 향기까지 은은하게 번진다.


연한 자주색으로 피는 꽃은 꽃받침이 통처럼 생기고 겉에 잔털이 있으며 끝이 4개로 갈라져서 꽃받침은 타원형 또는 달걀꼴의 꽃잎처럼 된다.


팥꽃나무란 이름은 꽃이 피어날 때의 빛깔이 팥알 색깔과 비슷하다 하여 ‘팥 빛을 가진 꽃나무’란 뜻으로 붙여진 것으로 본다. 팥죽이나 팥빙수를 만들기 위해 팥을 삶을 때 우러난 물색이 이와 닮은듯도 하다.


해안가의 산기슭이나 숲 가장자리의 척박한 곳에서 자라며 더위에 약하고 추위에 강하다고 한다. 꽃과 향이 좋은만큼 정원수로 가꾸어도 좋겠다.


곱디고운 꽃색깔과 함께 은은한 향기에서 비롯된 것일까. '꿈속의(달콤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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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삼독書三讀'
책은 반드시 세번 읽어야 합니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다음으로 그 필자를 읽고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그것을 읽고 있는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합니다.


모든 필자는 당대의 사회역사적 토대에
발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를 읽어야 합니다.
독자 자신을 읽어야하는 까닭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서는 새로운 탄생입니다.
필자의 죽음과 독자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끊임없는 탈주脫走입니다.
진정한 독서는 삼독입니다.


*신영복의 '만남' 필사노트 한 부분이다. 손글씨로 한자 한자 따라쓰라는 필사노트지만 휴대폰 다판에 모음과 자음의 조합으로 써 본다.


다양한 이유로 한번 읽기도 버거운 것이 책읽기지만 어디 삼독해야하는 것이 책뿐이겠는가. 꽃을 보는 것도 자라서 꽃피고 열매 맺고 지는 과정을 봐야 꽃의 일생을 알아 제대로 이름 불러줄 수 있고, 사람 역시 최소한 사시사철 변하는 계절을 어떻게 보는가를 겪어봐야 미약하게나마 심사를 짐작할 여지라도 있게 된다.


이렇게 시간이 필요한 것,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 가만히 지켜봐야하는 것 등 수고로움을 더하여 대상을 읽어가는 것 속에 자신을 성찰하는 바가 함께 하리라 본다.

세상에 스승 아닌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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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목나무'
가까이 두고도 때가 어긋나면 보지 못한다. 산목련 보려고 또 두릅을 따느라고 다녔던 길목에서 문득 낯선 모습으로 눈맞춤 했다. 봤을텐데 처음 보는듯 낯선 모습이 어디 식물 뿐일까.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노래를 잘하지 못하는 나에게도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배웠던 익숙한 가사와 멜로디로 다가오는 가곡 '비목'의 노랫말 속 그 나무다. 노랫말에 등장하는 비목은 죽은 이의 신원 따위를 새겨 무덤 앞에 세우는, 나무로 만든 비碑를 말하는 것일텐데 이 노래에 이 나무가 생각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비목나무의 꽃은 연한 노란빛으로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작은 우산모양으로 뭉쳐서 달린다. 열매는 작은 콩알 크기 정도로 초록색이었다가 붉은빛으로 익는다. 황색으로 차츰 물들어 가는 비목나무의 단풍과 함께 가을 숲의 정취를 돋운다고 하니 늦가을 찾아 그 멋에 공감하고 싶다.


지는 햇살에 반짝이듯 빛나는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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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아래 빛나는 모든 것들이 꿈을 꾸는 봄이다. 크고 작은 크기와는 상관없이 푸른 하늘 속으로 깊고 넓게 펼쳐질 꿈이기에 봄은 꿈이다. 

멀고 가까운 산을 일렁이는 가슴안고 하염없이 바라보곤 한다. 낙엽지는 활엽수의 연초록 새잎과 상시 푸른 칩엽수의 묵은 잎이 어우려져 만들어 내는 산의 빛과 색의 향연에 초대받은 자가 치르는 의식과도 같이 경건함으로 충만한 마음이다.

그러나, 청보리밭이나 물잡아둔 논들이 펼쳐진 드넓은 벌판, 초록의 어우려짐으로 이미 황홀한 산의 봄도 좋지만, 내게는 이제 막 새잎을 내어 한껏 햇볕을 품고 있는 깊은숲이 내가 살아 숨쉬고 있음을 명확하게 확인시켜 주기에 더 적합한 곳이다. 큰키나무들이 새잎을 내어 하늘을 점령하기 전에 주어진 사명을 완수해야하는 작은키나무와 풀들의 숨가쁘게 분주한 숲의 시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뛰는 가슴으로 그 숲과 마주한다. 

사월의 숲, 그 생명의 숨자리에 기대어 새로운 나의 봄도 여물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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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진달래의 빛이 푸르름으로 바뀌며 4월은 진다. 더디 가는듯 싶다가도 늘 저만치 한발 앞서가는 계절이라 따라가기 버겁기도 하지만, 숲으로 들고 나는 것을 반복하는 동안 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계절과 나란히 걷고 있다. 

부침浮沈을 반복하지만 서로를 다독이며 늘 앞으로 나아가는 숲 특유의 리듬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잔인한 4월을 보내는 가슴 아픔, 그보다 더 격동의 5월을 맞이할 모든 이들이 숨의 본질인 숲의 리듬을 스스로 품을 수 있다면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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