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노루발'
닮은듯 다른 존재가 한없는 궁금증을 불러왔다. 이곳 어디에도 분명 있을텐데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만 더하다가 다른 꽃 보러가는 길에 우연히 눈맞춤 했다. 몇개체 한곳에서 피고 지고 했을 그 자리가 온전히 지켜지길 바래본다.


하얀꽃이 아쉬움 가득하게 달렸다. 꽃대 하나에 하나씩 피는 것이 못내 아쉽다. 일찍 맺힌 꽃망울이 피기까지는 한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꽃보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일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모습으로 피는 노루발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꽃이 매화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매화'가 붙여진 이라고 한다. 고고한 매화의 매력을 여기서도 찾아 누리려는 옛사람들의 그 마음을 알 것도 같다. 꽃을 찾고 꽃과 함께 일상을 누리는 마음이 곱다.


숲 속의 나무 그늘에서 좀처럼 들지않은 햇볕을 기다리듯 오랜 기다림 끝에 피는 꽃이어서 그런걸까. '소녀의 기도'라는 꽃말에서 먼 미래를 그리는 아련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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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시간이다. 산을 내려온 안개가 마을을 품는다. 이곳에 터전을 마련하고부터 친숙해진 안개가 이제는 포근함으로 나를 감싼다.

안개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한다

*류시화의 시 '안개 속에 숨다'의 일부다. 나무나 벽으로 단절된 숨어듬이 아니라 시간이 허락하는 짧은 동안만의 안위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안개속에서는/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단절이 아닌 소통을 전재로한 숨어듬으로 이해되기에 허락된 시간을 충분히 누릴 마음의 여유가 함께 한다.

아침, 안개 속으로 숨어들어 나를 격리시키기 보다는 그 안개 속에서 주인공인 대상들과 나란히 서고자 한다. 안개가 유지해주는 물리적 거리보다 마음과 마음 그 사이의 벽을 넘고자 하기 때문이다.

숨어 들어서 벽을 허무는 안개의 시간을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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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발'
여름으로 질주하는 숲 가장자리에 다소곳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킨다. 고개숙인 단정함에서 오히려 이목을 끄는 매력이 있다. 홀로라도 혹은 무리지어 핀 모습이 한없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긴 줄기 끝에 방울방울 달려있는 꽃도 운치를 더한다.


불쑥 솟아오른 꽃대에 손톱만큼 크기의 꽃을 방울방울 달았다. 고개 숙인 꽃에선 꽃술이 살며시 비집고 나온다. 하얀 꽃을 받치고 있는 꽃받침이 꽃처럼 아름답다.


노루발풀은 노루의 발굽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노루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들은 노루가 자주 다니는 길목에 분포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겨울에도 초록색 잎이 달려 있고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다. '소녀의 기도'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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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지 못한 피렌체 - 욕망으로 피어난 도시
성제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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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출발은 내재된 욕망으로부터

대상을 보는 시각이 바뀌면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이는 형체를 가진 유형의 대상이나 형체가 없는 무형의 대상이나 마찬가지다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배경을 살펴 대상의 본질로 접근해 가는 것이 이런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이처럼 시각을 달리해서 대상을 살펴본다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내용을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낯설게 보기가 가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여기에 있다.

 

특히현실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지혜를 얻고자 역사를 살피는 시각의 변화로 인해 도출되는 결론은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특정된 대상을 무엇을 중심으로 살피느냐에 따라 결론을 도출해가는 과정과 그 과정으로부터 도출된 결론은 시각을 달리한 이전의 그것과 많은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그런 맥락에서 성제환의 당신이 보지 못한 피렌체는 의미를 갖는다고 보여 진다.

 

당신이 보지 못한 피렌체'는 문예부흥의 시대라고 하는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졌던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기존의 익숙한 시각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를 시도하고 있다그 출발점으로 “10세기 후반 인구가 채 1만여 명이 넘지 않는보잘 것 없는 촌락에 지나지 않았던 피렌체가 어떻게 새로운 르네상스 문명의 발원지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는 점이다.

 

저자의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의 중심에는 인간의 욕망이 있고그 욕망의 핵심인 (경제)과 권력(정치)”을 키워드로 헤서 르네상스와 그 중심 도시 피렌체를 살펴보는 것이다이는 기독교 교리를 바탕으로 운영된 사회에서 경제활동의 내용과 그 주체들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변화된 사회를 운영하는 핵심들의 사고방식과 사회운영의 페러다임의 변화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교황과 주교의 대립 그리고 그 사이에서 경제적 이익을 챙기며 사회 지배세력으로 성장했던 신흥상인 세력 상호간의 욕망이 가져오는 사회와 정치지형의 변화가 어떻게 문예부흥의 구체적인 문제와 결합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런 맥락으로 이 책 당신이 보지 못한 피렌체는 르네상스 문명의 중심지였고 그 문명의 광채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피렌체의 대표적인 르네상스 건축물과 예술품을 7일간의 일정으로 연대순으로 찾아가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중세 말기부터 르네상스의 황혼기까지 그 역사의 주역이라 할 성직자토착귀족신흥상인시민인문학자공화주의자 등 이들의 이상과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피어난 피렌체 르네상스의 본질로 접근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뛰어난 예술품의 향연장인 피렌체의 역사적 배경을 낯선 시각으로 살펴 그 이면의 새로운 모습을 통해 보다 본질적인 피렌체의 모습을 만나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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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었을까. 벽오동을 심어 구만리장천九萬里長天을 날아가는 봉황새를 기다린다.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잦드니
어이타 봉황은 꿈이였다 안오시뇨


*김도향의 '벽오동 심은 뜻은'이라는 노래의 첫머리다. 노랫말에도 노래를 부르는 음색에도 애절함이 가득하다.


자유로운 몸짓으로 하늘을 날았다. 날개없는 탓만으로는 다독일 수 없는 간절한 소망이었다. 아득히 높고 먼 하늘을 날아야 비로소 스스로를 가둔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꿈마져 커진 것이다. 꿈이 꿈을 만들어가고 그 꿈 너머의 희망을 부른다.


하늘이 그 간절함에 감응한 것이리라. 이제 오색 비단을 두른 봉황을 타고 구만리장천九萬里長天을 날아 가자. 날자 한번만이라도 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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