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중 낮이 가장 긴 날, 하지夏至다.
어제 잠깐 내린 비로 맑아진 하늘에서 사나운 햇볕이 쏟아진다. 옅은 안개는 한낮의 더위를 미리 알려주려는듯 꼼짝도 없이 버티고 있다. 

하지夏至, 낮이 가장 길며,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일사 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이라고 한다. 가뭄에 하지 전날 비가 내렸으니 기우제를 지낸듯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에 캔다는 하지감자를 소금간하여 쪄서 따뜻할 때 먹으면 좋겠다.

밭을 갈아놓은 농부의 마음이 정갈하다. 비 내렸으니 아마도 콩을 심지 않을까 싶다. 그 곁을 지키며 함께 시간을 채워갈 꼬까신을 이고 있는 느티나무가 그늘을 넓혔다.

느티나무 그늘같은 그대를 미소로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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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
짙은 녹음으로 물든 숲이 한순간 환해지는가 싶더니 여기저기 나비가 날아간다. 바람결따라 나풀거리던 나비는 어느 사이 꽃과 하나되어 다시 꽃으로 핀다. 그 꽃을 보기 위함이 초여름 숲을 찾는 이유다.


혼자 피어도 그 고고한 기품은 살아있고 무리지어 피어도 그 가치를 나누지 않고 더해간다. 그 꽃무리 속에 서면 나도 한마리 나비가 되는듯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가뭄에 꽃들도 몸살을 앓고 있다 숲을 찾는 마음이 무겁지만 산수국 그 환한 마음으로 달래본다.


수국 닮은 꽃이 산에서 핀다고 산수국이다. 주변에 양성화가 달리는 탐라산수국, 꽃받침에 톱니가 있는 꽃산수국, 잎이 특히 두꺼운 떡잎산수국 등이 있다는데 산수국으로 통합되었다고 한다.


토양의 상태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것과, 헛꽃이 진짜꽃보다 화려하여 매개체를 유혹하는 것으로부터 연유한 것인지 '변하기 쉬운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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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다.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일부러 확인 시켜주려는지 더위가 사납도록 성질을 부린다. 여름이 제 이름 값을 하는 거라고 어여삐 봐줄 거라곤 여름꽃 시즌이 시작되었다는 것 뿐이다.

따갑도록 강렬한 햇볕을 피해 큰 나무 그늘로 숨어들어서도 햇볕이 그리운건 어쩔 수 없나보다. 나무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산수국과 눈맞춤 한다. 이토록 눈부신 꽃도 여름날의 폭염이 있어 가능하다. 그러니 이른 더위를 피할 이유가 따로 없다.

숲에 들어 숨쉴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 여름이다. 숲은 마음 머무는 어디에도 있다. 숲향기 나는 그대라는 숲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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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골무꽃'
곧추선 꽃이 단연코 돋보인다. 삐쭉거리듯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에선 호기심 천국을 연상하게 만든다. 우뚝선 이마, 무언가를 외치는듯 입 벌린 모습에 날렵한 잎까지 특이한 꽃이다. 큰 키에 꽃마져 높이 솟았으니 풀 숲에서도 확실히 눈맞춤할 수 있다.


광릉골무꽃이다. 골무는 어린시절 할머니가 바느질할 때 손가락 끝에 끼우는 바느질 도구로 눈에 익은 물건이다. 꽃받침이 이 골무와 닮았다고 골무꽃이라고 불리다. 광릉골무꽃은 광릉에서 처음 발견된 골무꽃이라서 광릉이라는 지역명이 붙여졌다.


골무꽃, 호골무꽃, 산골무꽃, 참골무꽃, 왜골무꽃, 애기골무꽃 등 종류도 다양하다. 분류의 기본이되는 몇가지를 알더라도 구분이 쉽지가 않다.


호기심 많은 개구장이들이 고개를 내밀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듯 숲속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래서 일까. 골무꽃 무리들이 핀 숲에 들면 볼거리들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마음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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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오후 4시 30분의 햇살이다. 틈을 뚫고 넘어왔고 또다른 틈에 뿌리내린 생명이 햇살 가득안고 빛난다. 햇살도 하루를 여유롭게 건너오는 동안 그 사나움이 조금씩 수그러들 때가 지금이다. 그 햇볕을 가득담은 꽃들이 활발한 생기를 발하는 환하게 웃는다. 강함 속에 깃든 부드러움을 드러내어 뭇 생명을 품는 지금의 햇살이 좋다.


햇살이 온기에 생명이 피어나듯 그대에게 메마른 담장에 깃든 생명의 기운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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