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밭고랑에 앉아 무언가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 궁금했던지 지나가는 할머니가 옆에와서 앉아 뭐하냐고 묻는다. 꽃이 이쁘다고 웃으니 살며시 웃고는 일어서 가던 길 가신다.


샛노랗다. 이 강렬함에도 불구하고 거부감이 생기지 않은 까닭은 주변과 어우러짐이라는 자연의 섭리 때문일 것이다. 이 강렬함이 고소함으로 담겼는지도 모르겠다. 진한 녹색으로 좁고 어두운 밭이랑이 땅콩꽃으로 인해 환하다.


꽃은 잎이 나오는 잎겨드랑이에서 금빛이 도는 노란색으로 피고 길이가 4㎝에 이르는 가느다란 꽃받침이 마치 꽃자루처럼 보인다.


이덕무李德懋의 '앙엽기盎葉記'에 "낙화생의 모양은 누에와 비슷하다."라고 하여 땅콩에 관한 기록이 처음으로 등장한단다. 이로미루어 우리나라에는 1780년(정조 4)을 전후하여 중국으로부터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지상에서 핀꽃이 지고난 후 땅속으로 들어가 꼬투리를 만들어 열매를 여물게 하는 것에서 미루어 땅 속에 대한 마음을 '그리움'이라는 꽃말에 담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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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전 시집 - 윤동주 100주년 기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지음 / 스타북스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이름, 윤동주

윤동주그 이름만으로도 닿을 수 없는 아득함이다가장 친숙한 이름 중 하나이면서도 범접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오는 사람이자 시인이다시인이 살았던 시대와 그 시대를 넘고자 했던 마음이 오롯히 담겨진 시를 통해 알게 된 배경이 이름만 떠올려도 아득함으로 다가오는 정서에 한몫을 하는 것이리라.

 

윤동주(1917년 12월 30일 - 1945년 2월 16탄생 100주년 기념하여 윤동주 100년 포럼에서 윤동주의 전체 작품 124편과 윤동주를 기렸던 글을 모아 한권으로 담았다여기에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의 초판증보판과 마지막 증보판으로 발간된 정음사 최종판에서 더 찾아낸 작품을 망라한 것으로 윤동주 전 시집으로 발간된 것이다.

 

이제 나는 곧 종시를 바꿔애 한다하나 내 차에도 신경행북경행남경행을 달고 싶다세계일주행이라고 달고 싶다아니 그보다도 진정한 내 고향이 있다면 고향행을 달겠다도착 하여야 할 시대의 정거장이 있다면 더 좋다.”

 

윤동주의 종시(終始)’라는 산문 마지막 문장이다이국땅에서 태어나 조국의 품을 그리워하며 이곳저곳으로 떠돌던 자신의 속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면서도 이내 시대를 온몸으로 건너고자 하는 의지까지 읽을 수 있는 구절이 아닌가 싶다이는 익히 잘 알려진 여려 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점이지만 속내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산문 속에서 만나니 더 진솔함으로 다가온다.

 

동주는 외미내미(外美內美)의 인간이다그의 시가 아름답듯이 그의 인간도 아름답고그의 용모가 단정우미(端正優美)하듯이 그의 마음도 지극히 아름답다.”

 

장덕순의 인간 윤동주라는 글에서 윤동주를 언급한 묘사다이처럼 백철박두진문익환장덕순 등의 글을 통해 그동안 어쩌면 민족시인이라는 한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만나왔던 윤동주의 삶과 문학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게 되었다.

 

윤동주를 만나는 특별한 기회다. ‘윤동주 전 시집은 그가 남긴 시 뿐만 아니라 산문을 비롯하여 윤동주의 작품 전체를 한 권에 담았다는 것과 더불어 윤동주를 위해 쓰여진 서문과 후기와 발문 등도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특히 동시대를 살았으며 지금 시대의 사람들에게 친숙한 문익환 목사나 장덕순과 같은 사람들에 의해 이야기되는 윤동주의 삶에 대한 전언은 윤동주를 먼 역사 속의 사람으로만 가두어 두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 더욱 더 특별한 만남이 된다고 할 수 있다.한발 나아가 이념대립이라는 저간의 상황 속에서 타의에 의해 우리들의 기억 속에 잊혀졌던 정지용유영,강처중 등과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윤동주를 매개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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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다. 장대비는 소리로부터 온다. 먼 산엔 밝은 햇살이 눈 앞에 쏟아지는 빗줄기로 눈도 귀도 청량감에 소나기의 맛과 멋을 만끽한다.

'장대비'

오래된 쇠못의 붉은 옷이 얼룩진다
시든 꽃대의 목덜미에 생채기를 내며
긴 손톱이 지나가는 자국
아픈 몸마다 팅팅 내리꽂히는
녹슨 쇠못들
떨어지는 소리

*조용미의 시 '장대비' 일부다. 문득, 녹슨 양철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에 눈맞춤 한다.

빗소리 들리면 저절로 눈이 가는 지붕 모서리다. 내리는 정도와 모습엔 아랑곳 없이 몸에 닿는 모든 비를 모아 출구를 열었다. 내리는 비의 양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지만 그 어떤 모습일지라도 주목하게 만드는 곳이다. 하늘 끝 그 시선이 멈춘 곳과 가로수길이 시작되는 첫 메타세꽈이어와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절묘한 조합이 주는 매력에 참으로 좋다.

점점이 방울지다 흘러내리고 다시 방울로 끝을 맺는다. 사람 사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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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
본격적인 여름꽃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밭작물의 꽃에 주목한다. 오이, 고추, 가지, 참깨, 토마토, 땅콩 등 꽃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녹색의 잎과 하얀색의 꽃 그 속 어디에 고소함이 담겨 있을까. 털복숭이 꽃을 보고 또 보면서도 늘 궁금하다. 많은 깨를 맺기 위해 깊숙히 벌을 유인하기 위해 길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참깨'는 인도 또는 아프리카 열대 지방이 원산지인 한해살이풀이다. 꽃은 7∼8월에 피고 백색 바탕에 연한 자줏빛이 돌며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열매는 길이 2∼3cm의 원기둥 모양이며 약 80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종자는 흰색·노란색·검은색 등이 있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 나오는 동굴 속 보물을 기대하며 외치는 주문 "열려라, 참깨"의 그 참깨일까? '기대한다'라는 꽃말을 가진 것과 무관하지 않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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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벽에 걸린 부채에 쓰여진 글 귀를 보다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속내를 들킨 것 같기도 하고 속으로 웃는 자신이 웃기기도 해서 글 귀를 찾아 보았다.

시인 본색(本色)

누가 듣기 좋은 말을 한답시고 저런 학 같은 시인하고 살면 사는 게 다 시가 아니겠냐고 이 말 듣고 속이 불편해진 마누라가 그 자리에서 내색은 못하고 집에 돌아와 혼자 구시렁거리는데 학 좋아하네 지가 살아봤냐고 학은 무슨 학 닭이다 닭 중에도 오골계(烏骨鷄)!

*정희성의 시 '시인 본색' 전문이다. 굳이 시인이 아니어도 또 공감하는 속내가 다를지라도 슬그머니 미소짓는 사람들 참으로 많겠구나 싶다.

"학 좋아하네 지가 살아봤냐고" 
아니면
"한 달만 같이 살아봐라 그런 말이 나오나"
그것도 아니면
"그러는 댁이 함께 살아보던지"

비슷비슷한 말을 들어본 경험이 있는 나로선 내놓고 웃지도 못하며 속으로만 웃을듯말듯 덜떨어진 표정을 짓게 된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선택한 이도 절반의 책임은 있는 것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벽에 걸린 부채를 바라보며 웃음이 나는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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