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꼬리'
불쑥 솟았다. 높은 산 풀숲에서 다른 풀들이 범접하지 못하도록 가느다란 꽃대를 쑤욱 올려 그 끝자락에 뭉쳐서 꽃을 피웠다. 상당해 보이는 꽃의 무게를 감당할 꽃대는 바람결에 부드럽게 흔들리며 스스로를 지킨다.


초여름에 연한 홍색 또는 백색의 꽃이 핀다. 작은 꽃이 뭉쳐피어 그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낸다. 범꼬리라는 이름은 원기둥처럼 생긴 꽃이삭의 모양이 범의 꼬리와 흡사하다는 데서 얻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범꼬리 종류로는 산에서 만나는 것은 대부분 그냥 범꼬리다. 가늘고 키 작은 가는범꼬리와 눈범꼬리, 깊은 숲에는 잎의 뒷면에 흰 털이 많아 은백색이 되는 흰범꼬리, 씨범꼬리와 호범꼬리 등도 아주 귀한 범꼬리들이라고 한다.


긴 꽃대에 꽃봉우리도 길쭉한 모습에서 연유된듯 '키다리'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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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 - 그의 죽음뒤로 음악이 흘렀다

-홍성담, 에세이스트

1980년 중반 대학시절 걸개그림으로 이름을 익힌 홍성담이다. 광주 오월 민중항쟁 연작판화 '새벽', 환경생태 연작그림 '나무물고기', 동아시아의 국가주의에 관한 연작그림 '야스쿠니의 미망', 제주도의 신화 연작그림 '신들의 섬', 국가폭력에 관한 연작그림 '유신의 초상', 세월호 연작그림 '들숨 날숨'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난장'은 소설小說이 아니라 반역의 아들 홍성담의 시대를 향해 포효하는 큰썰大說이다. 일찍이 미술을 통해 동아시아의 미학적 아키타이프를 전취했던 작가가 오늘은 문장과 글을 들고 나타나 이 시대의 비극을 샤먼리얼리즘의 주술적이고 마술적인 양식으로 해체하고 치유한다."

"놀되 그냥 놀지 말고, 죽은 자와 산 자, 생물과 무생물, 꿈과 현실, 과거와 미래, 추와 미, 사랑과 증오를 모두 한자리에 불러내 우리함께 제대로 한판 놀자는 것"

홍성담 특유의 시각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맛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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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악산 건네다보며 용주사 부처님을 감싸고 있는 그 바위에 올랐다. 제법 오랜만에 앉아 보는 바위다. 하루가 저물어 가는 시간 는개와 함께 잠시 누리는 호사다. 우산도 없는데도 떨어지는 빗방울이 걱정되지 않으니 올라 앉은 자리가 좋은가 보다.

'저물녘의 노래'

저물녘에 우리는 가장 다정해진다.
저물녘에 나뭇잎들은 가장 따뜻해지고
저물녘에 물 위의 집들은 가장 따뜻한 불을 켜기 시작한다.
저물녘을 걷고 있는 이들이여
저물녘에는 그대의 어머니가 그대를 기다리리라.
저물녘에 그대는 가장 따뜻한 편지 한 장을 들고
저물녘에 그대는 그 편지를 물의 우체국에서 부치리라.
저물녘에는 그림자도 접고
가장 따뜻한 물의 이불을 펴리라.
모든 밤을 끌고
어머니 곁에서

*강은교의 시 '저물녘의 노래' 전문이다.

굵어지는 빗방울이지만 느긋하게 자리를 뜬다. 어떤 여름날의 하루를 건너는 저물녘이 여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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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8 00: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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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8 20: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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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9 0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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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9 19: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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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말나리'
붉디붉은 속내를 드러내고서도 당당하게 하늘을 본다. 어쩌면 그런 마음이 부끄러워 더 붉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늘 그렇게 얼굴 붉어지는 것임을 말해주 듯하다. 그 부끄러움 알기에 깊게 갈라진 붉은 꽃잎에 살포시 점하나 찍어두었다.


한여름에 피는 꽃은 황적색으로 원줄기 끝과 바로 그 옆의 곁가지 끝에서 1~3송이씩 하늘을 향해 달려 핀다. '말나리'와 다르게 꽃은 하늘을 향하고 꽃잎에 자주색 반점이 있다. 크게 돌려나는 잎과 어긋나는 잎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식물도감에 의하면 '나리'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 중에서 '하늘'이 붙은 것은 꽃이 하늘을 향해 피어나고, '땅'은 꽃이 땅을 향해 핀다는 뜻이다. 그리고 '말나리'가 붙은 것은 동그랗게 돌려나는 잎이 있다는 뜻이다.


이를 종합하여 보면 하늘을 향해 꽃이 피는 돌려나는 잎을 가진 나리가 '하늘말나리'다. '순진', '순결', '변함없는 귀여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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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시간이다. 하늘 가득 옅은 안개가 흐름을 멈췄다. 햇볕이 숨죽이는 시간임에도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느린 바람결에 더운 습기의 기운이 닿는다. 아침부터 마주하는 여름날의 긴 하루가 더디다.

숲길, 볕이 스며드는 길이며 바람의 길목이기도 하다. 그 틈을 안개와 함께 나눈다. 숲길에 짬을 내 함께하는 공존의 시간이다.

묶인 일상이라지만 잠시 얻은 틈 속에 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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