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피막이'
제법 잘 닦여진 산림도로를 따라 늦은 오후 숲에 들었다. 길섶에 옹기종기 모여 자그마한 꽃대를 올려 그 끝에 꽃을 피웠다. 일부러 눈길 주지 않으면 알아보지 못할 크기의 식물이지만 그 독특한 모양이 금새 눈에 들어온다.


잎은 둥글며 가장자리가 얕게 갈라지고 낮고 둔한 톱니가 있다. 약간 습기가 있는 들이나 길가에서 자란다.


'피막이'라는 이름은 잎을 찧어 피나는 곳이 붙이멷 피를 멈추게한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비슷한 식물로 피막이, 큰잎피막이, 선피막이 : 제주피막이, 병풀 등이 있다.


지혈초, 피막이풀, 피마기풀이라고도 불리며 '정렬', '열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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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
홍성담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걸쭉한 씻김굿 한판을 펼친다

1980년 중반이었던 대학시절에 걸개그림으로 이름을 익힌 홍성담이다광주 오월 민중항쟁 연작판화 '새벽', 환경생태 연작그림 '나무물고기', 동아시아의 국가주의에 관한 연작그림 '야스쿠니의 미망', 제주도의 신화 연작그림 '신들의 섬', 국가폭력에 관한 연작그림 '유신의 초상', 세월호 연작그림 '들숨 날숨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그의 죽음 뒤로 음악이 흘렀다라는 부제를 단 난장은 한국 현대사에서 익숙했던 독재와 그 뒤를 이은 사회 변혁의 과정에서 겪었던 사상과 신체의 구속으로 등의 암울했던 사회상을 기반으로 4.16 세월호 사건에서 광화문 촛불현장까지 억울하게 죽었거나 권력의 피해를 당했던 사람들에 대한 영혼을 달래주는 한판 걸쭉한 씻김굿으로 읽힌다씻김굿이란 죽은 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기 위해서 전라도 지역에서 행하는 천도굿으로 경상도 지방의 오구굿경기 지방의 지노귀굿함경도 지방의 망묵이굿 등과 같은 성격의 굿이다.

 

"놀되 그냥 놀지 말고죽은 자와 산 자생물과 무생물꿈과 현실과거와 미래추와 미사랑과 증오를 모두 한자리에 불러내 우리함께 제대로 한판 놀자는 것"

 

이 말 그대로 난장은 홍성담 특유의 시각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맛이 그대로 담겨있다이야기는 검은손에 쫒기면서 그 검은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그리고 있다검은손은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대중을 지배하는 세력으로 그려지며 18대 대통령의 재임 중인 특정한 시대를 담고 있으며 그 권력아래 목숨을 빼앗겼던 사람들과 역사 속에서 억울하게 죽어야 했던 망자들이 하얀사람들로 등장한다죽음의 이유를 밝히기 위해 맹골수도에서 청와대로 향햐는 하얀사람들과 이를 막고 주동자급인 오현주를 중심으로 사라진 7시간의 흔적을 찾는다.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의 혼재가 가져오는 공간의 불일치를 비롯하여 죽은자와 산자의 소통과 다양한 사건이 기반을 이룬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그 과정에서 산대굿에서 펼쳐진 죽은자들의 한판 굿과이제 끝났다시작도 끝도 없고삶도 죽음도 사라진중심도 주변도 없는 곳에서영원도 찰나도 없는 시간에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은 지속도 단절도 없이 마냥 존재할 뿐이었다.” 라고 고하며 종을 선언 하는 것으로 절정에 이른다그리고 놓칠 수 없는 것으로 본문에 삽입된 저자 홍성담의 그림을 보는 특별한 맛이 더해진다.

 

그동안 권력에 의해 저질러졌던 다양한 사건으로 인해 사회구성원이 안고 있던 트라우마는 4.16 세월호 사건의 진실규명에 대한 은폐와 조작으로 극에 달했다고 보았다이런 사회 구성원들의 트라우마를 해소해줄 사회구조적 프로그램의 부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스스로가 자구책을 마련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이런 사회적 트라우마를 일정정도 해소해준 것이 광화문 광장을 비롯하여 전국의 거리에서 촛불을 밝혔던 그 트라우마의 당사자들이 이룬 촛불혁명 과정이었다고 보인다.

 

트라우마의 당사자들 스스로가 한바탕 씻김굿으로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그 첫발을 내딛었다이제 희망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도 그 힘으로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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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둑ᆢ툭툭툭. 담장 넘어 옥수수 넓은 잎에 빗방울 소리 묵직한 리듬을 전한다. 기어이 그 유혹을 참지 못하고 대문을 열고 그 앞에 섰다.


"이토록 맑아서 살갖마저 저려오는
한 때


그대 숨소리 잦아들어
어린 봉오리로 맺히는 순간을


떨리는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노라면


은하 멀리서 글썽이던
그리움"


*이정님의 시 '새벽 비' 일부다. 정신이 맑아지는 새벽 담장 넘어 옥수수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로 잠이 깨어 그 소리기 전하는 리듬에 갇혔다.


파초를 가꾸어 보고 싶었다. 어렵게 어렵게 구한 파초를 뜰에 심고 정성을 들였다. 소낙비 내리는 어느 여름날 파초의 넓은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파초는 나와 두해를 살고 먼길 떠났다.


하동 쌍계사 높은 담장 밑 키 큰 늙은 파초와 송광사 불일암 텃밭의 젊은 파초를 떠올려 본다. 아쉽게도 햇볕 내리쬐는 여름날이서 빗방울을 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떨리는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노라면' 괜시리 비에 젖은 옥수수 잎을 만지작거린다. 파초가 떠난 대문 옆에는 잎넓은 연蓮이 자란다. 옥수수 잎에 울리는 빗소리에 먼길 떠난 파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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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7-07-19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초라고 칭하기 전까지 낮고단단한 바나나 나무가 남녘에는 참 많구나, 라고 생각했었죠.
강한 해와 실한 줄기가 다시 그리워지고 있네요. 성큼 맞닥드린 여름 강녕하세요

무진無盡 2017-07-19 21:57   좋아요 0 | URL
외형은 매우 흡사하지요. 무더운 여름 더불어 무사히 건너가지요.^^
 

'노루오줌'
짙은 녹색으로 물든 계곡과 그 언저리에 연분홍 꽃대를 곧추 세우고 스스로를 뽑낸다. 오직 나만 보라는 듯하지만 주변과 어우러짐으로 더 빛난다.


꽃방망이를 연상케하는 봉우리를 가만히 만져보고픈 마음을 애써 누른다. 노루를 가까이 접하지 못했기에 냄새를 구분하는 코 보다는 색과 모양을 보는 눈이 먼저다.


'노루오줌'은 전국의 산지의 골짜기나 습지에서 자라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한여름에 피는 꽃은 홍자색으로 줄기 끝에 모여 많이 달려 피는데 짧은 털이 있다. 그늘에서는 흰색으로 변한다.


'노루오줌'이라는 이름은 뿌리에서 노루오줌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유래를 알고보면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을 여기서도 확인한다.


비슷한 종류로 '숙은노루오줌'이 있는데 노루오줌이 꽃차례가 곧추서고 갈색 털이 있으며 꽃은 홍자색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구분이 쉽지 않다.


큰노루오줌이라고도 부르는 노루오줌은 모양과는 달리 요상한 이름을 얻어서인지 '쑥스러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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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反映
문득 고인 물웅덩이에 시선이 고정된다. 물 위를 걷는 생명의 잔영도 함께여서 하늘을 향한 키다리나무의 떨림을 대신하는 것으로 읽힌다.

대상에게 영향을 미쳐 드러나게 하는 것이 반영이다. 늘 그 자리 그렇게 있다는 것을 잊었다. 어쩌다 틈을 보여주는 것으로 겨우 알아차리곤 이내 잊고 산다. 마치 그것이 삶의 본래 모습인양.

땅이 하늘을 향한 나무를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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