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고'
-유득공 저, 김동성 역, 위즈덤하우스

한국 역사에서 고대사는 뜨거운 감자일까. 유득공의 발해고를 다시 손에 들었다. 이번 책은 유득공이 최후까지 수정한 '발해고 4권본'의 국내 최초 번역본이다.

유득공(1748~1807) 조선시대 후기를 살았고, 정조에 의해 박제가ㆍ이덕무ㆍ서이수와 함께 규장각 검서관檢書官에 임명되었다. 발해고渤海考, 이십일도회고시二十一都懷古詩, 사군지四郡志 등 문학과 역사, 지리, 풍속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저술을 남겼다.

팔월의 시작을 유득공의 발해고와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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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온이 서늘타하고 좋아라 하였더니 한낮의 폭염으로 숨 쉬는 것 조차 버겁게 하려고 미리 예고하는 것임을 못알아 들었다. 가까운 대숲 죽녹원에라도 들어서 대나무 잎 서걱거리는 소리라도 들어야 될까 싶다.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해서 무엇하리"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다.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달까지 다섯 모두 어느 하나라도 빼 놓을 수 없는 좋은 친구다.


오늘은 대나무竹에 주목한다. 대나무를 떠올리면 추운 겨울 눈쌓인 대나무밭의 시리도록 푸른 모습이 으뜸이지만 이 여름에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여름날 대나무밭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바람결에 댓잎 부딪히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가 시켰으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오우가 중 대나무竹를 노래한 부분이다. 엄밀하게 구분하면 대는 나무가 아니라 풀이다. 풀이니 나무니 구분에 앞서 대의 무리群가 가지는 곧고 푸른 특성에 주목하여 벗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파아란 하늘에 뭉개구름 둥실 떠간다. 모습으로만 보면 가을 어느 한 날을 뚝 떼어다 옮겨놓은 듯 싶은데 내리쬐는 햇볕은 인정사정이 없다. 이런날은 대 숲에 들어 피리연주자 김경아의 '달의 눈물'을 무한 반복으로 듣고 싶다.


https://youtu.be/kHBUhH_sZw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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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장나무'
속눈썹 길게 빼고 한껏 멋을 부렸다. 혹여나 봐주지 않을까봐 노심초사한 흔적이 역역하다. 꽃 모양으로 봐선 누구든 다 봐주라는 몸짓이고 그에 못디않은 향기까지 있다. 누구를 향한 신호일까?


엷은 홍색으로 새 가지 끝에 달려 피는 꽃은 그 독특함으로 주목 받기에 충분하다. 유난히 튀어나온 수술이 그 중심에 있다. 꽃뿐만 아니라 붉은 꽃받침에 싸여 하늘색으로 익는 열매 또한 깅렬한 인상을 준다. 가을에 만나는 꽃받침과 열매가 꽃보다 더 곱다.


잎과 줄기 등 나무 전체에서 누린내가 나서 누리장나무라고 한다. 역시 코보다 눈이 더 먼저다. 다소 부담스러운 냄새를 누르고도 남을 멋진 모양이 돋보인다. 꽃이 필 때는 향긋한 백합 향을 풍긴다.


개똥나무, 누린내나무라고도 부르는 누리장나무는 꽃과 꽃향기 그리고 붉은 꽃받침에 쌓인 하늘색 열매까지 너무도 이쁜 나무다. '친애', '깨끗한 사랑'이라는 꽃말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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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넘는 어둠이 마을 어귀로 들어서는 시간, 버릇처럼 서쪽을 바라본다. 텃밭을 돌보다가, 뜰의 나무와 풀들 사이를 거닐다가도, 마당에 풀을 뽑다가,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길에 접어들어서도, 늦은 저녘을 먹다가도, 서재에 들어 책을 보다가도 그 시간만 되면 자동으로 몸을 일으킨다. 

"긴 치맛자락을 끌고 
해가 산을 넘어갈 때 

바람은 쉬고 
호수는 잠들고 

나무들 나란히 서서 
가는 해를 전송할 때 

이런 때가 저녁때랍니다 
이런 때가 저녁때랍니다"

*피천득의 시 '저녁때'의 전문이다. 시인의 저녁때와 나의 같은 시간은 무엇이 다를까.

수고로움으로 하루를 건너온 해가 수놓은 하늘빛을 보고자 함이다. 그 안에 투영된 나의 하루가 어떤지 돌아보는 시간이기에 되도록이면 느긋하게 바라다보는 지극히 짧은 시간이다.

오늘 하루가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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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나리'
한여름에 1507m 남덕유산을 오르며 속내는 따로 있었다. 한번도 보지 못한 꽃이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그 모든 꽃에 보고싶은 마음이 일어나 길을 나서게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일고 기회가 되어서 때를 만나야 볼 수 있다는 당연한 이치를 다시 생각한다. 남덕유산 정상에서 서봉에 이르고 다시 육십령으로 가는 길에 긴 첫만남을 한다.


크지 않은 키에 솔잎을 닮은 잎을 달고 연분홍으로 화사하지만 다소곳히 고개숙이고 방긋 웃는 모습이 이제 막 피어오르는 아씨의 부끄러움을 담았다.


꽃은 밑을 향해 달리고 꽃잎은 분홍색이지만 자주색 반점이 있어 돋보이며 뒤로 말린다. 길게 삐져나온 꽃술이 꽃색과 어우러져 화사함을 더해준다.


환경부에 의해 보호식물로 지정되었으며, 우리나라는 강원도 북부지역과 남쪽에선 덕유산과 가야산 등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다.


아름다움을 한껏 뽑내면서도 과하지 않음이 돋보인다. 그 이미지 그대로 가져와 '새아씨'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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