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갓길에 차를 세운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해지는 서쪽을 향한 눈맞춤이다. 무엇이고 눈에 들어와 잠시 머물게 되는 순간이 오면 이렇게 속도를 멈춘다. 오래된 버릇이라 자연스럽다. 그 버릇으로 인해 참으로 귀한 순간들과 많이도 눈맞춤 했다.

다음에 하지, 또 기회가 있겠지 하는 알수 없는 내일을 담보로 오늘의 귀한 때를 놓치는 일이 빈번한 일상에서 이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긴 하루를 위로하는 짧은 눈맞춤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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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취'
궂은 날씨에도 높은 산에 오르며 눈은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언듯 스치는 익숙치 않은 다른색에도 지나치는 법이 없이 살피다보면 이름을 알고 모르고는 상관없이 의외의 식물을 만나게 된다. 남덕유산 높은 철사다리 밑에서 막 피어나는 곰취를 만났다.


높은 산에서 자난다는 특성으로 쉽게 만나지 못하지만 나물로 인기있어 이름은 친숙하다. 곰취라는 이름은 곰이 좋아하는 나물이라는 뜻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노란색의 꽃은 꽃대 끝에 모여달린다. 꽃보다는 잎에 주목했다. 곰취의 뿌리잎은 땅속줄기에서 뭉쳐나고 심장 모양이며 길이가 85cm에 달하는 큰 것도 있다고 한다.


어린잎을 봄철에 날것으로 또는 데쳐서 나물로 먹으며 말려서 묵나물로 만들기도 하는데 향기와 맛이 좋다. 이렇게 다양한 식재료로 사용했던 것에서 유래한 것인지 '여인의 슬기'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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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다. 여름이니 덥다지만 한계에 다다른 건가. 올 여름은 무지막지하게 덥다. 오전과 오후 번갈아가며 쏟아낸 땀으로 기진맥진 허기진다.

이슬비와 함께 올랐던 산의 정상에 이르러 보석처럼 빛나는 물방울에 발걸음을 붙잡혔다. 힘겹게 올랐던 그 피곤함이 사그라드는 시간이다. 여리디여린 것이 그보다 더 여린 대상을 만나 서로가 서로를 더욱 더 빛나게 한다. 쉽지 않은 일이기에 더 귀한 모습으로 본다. 하루를 길게 보낸 시간 앞에 지친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

힘들여 오르고 나서 마주하는 지극히 짧은 순간의 환희가 주는 맛을 잊지못해 다시 찾는다. 이것으로 긴 하루가 주는 묵직함이 덜어내는 틈으로 삼는다.

참바위취에 보는이의 마음이 알알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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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수국'
꽃색이 전하는 맑음과 모양에서 풍기는 단아함이 으뜸이다. 한장한장 겹으로 쌓여 깊이와 무게를 더했다. 화려한 색의 수국의 화려함을 넘어서는 맛으로 넉넉함까지 전해준다. 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번지는 아름다움이다.


수국, 산수국, 꽃산수국, 나무수국, 바위수국, 울릉도 수국 등 이런 수국 종류의 꽃에서는 화려하면서도 넉넉함을 본다. 헛꽃의 넖음이 주는 것으로 화려하고 다양한 색상까지도 그 넉넉함에 한몫 더한다.


'나무수국'은 수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러 종류들 중에서 늦게 꽃을 피운다. 꽃은 가지 끝에 꽃자루를 만들어 달리며, 흰색이고 붉은빛을 띠기도 한다. 꽃받침잎은 타원형 또는 원형이며 꽃잎처럼 생겼다.


내 뜰에 들어와 두번째 꽃을 피웠다. 어느 봄날 거센 우박의 피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건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연두색에서 하얀색으로 변하면서 피는모습에서 유래한 것인지는 모르나 '변심', '냉정', '거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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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난리를 피우듯 요란한 팔월의 시작이다. 분주함 만큼은 덥지 않은 것이 산을 넘어온 구름이 힘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맑은 볕이 뜨거울 한낮을 예고한다.

꼬인듯 하지만 가지런한 모습에서 다가올 내일의 갈길을 미리본다. 갈등葛藤은 칡과 등의 엇갈린 꼬임에서 온 말이지만 그것 역시 질서 속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둘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형성되지 못하는 꼬임인 것이다. 꼬임에 주목하다 보니 그 속의 질서는 간과한 것은 아닐까.

움츠려 때를 기다리는 모습에 여유로움이 담겼다. 지금 꼬인 그것은 멀리가기 위한 잠시의 틈이고 쉼이기에 그 움츠림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뜨거운 햇볕 아래 꽃이 더 붉어지듯 팔월의 맑은 볕을 누려도 좋으리라. 입추立秋가 코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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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7 15: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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