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라 그런걸까. 습기를 덜어낸 땡볕에선 잘 말라가는 풀 냄새가 난다. 뽀송뽀송하면서도 부서지진 않을 적당한 까실거림이 이 느낌과 비슷할까. 간혹 부는 바람이 전하는 가을의 냄새가 스치듯 잠시 머물렀다 간다.

잔뜩 습기를 품었지만 같은 느낌을 받았던 산행에서 만난 나무다. 남덕유산 정상 못미처 가파른 오르막 길에서 잠시 나무에 기대어 그 나무가 품은 습기로 지친 몸을 다독였다. 거제수나무, 자작나무과이니 자작나무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기에 남쪽에서는 보기 어려운 자작나무를 대신해 손으로 쓰다듬고 안아보기도 하면서 깊은 인사를 나눴다. 산을 넘어온 바람이 전하는 시원함이 혹 그 나무가 전하는 안부는 아닌가 싶어 앨범을 찾아보고 그 날의 만남을 떠올린다. 다시 찾을날 있어 그 나무아래 쉴 수 있길 바래본다.

어떤 나무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에 온기가 스며듬이 있어 은근히 이를 즐겁게 누린다. 지금 이순간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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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여름꽃
지리산 노고단 인근의 여름꽃은 익숙한 기다림으로 만난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때를 놓치지 않고 피어난 꽃과의 만남이 주는 순간의 눈맞춤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원추리, 병조희풀, 송이풀, 둥근이질풀, 흰이질풀, 꽃며느리밥풀, 산오이풀, 오이풀, 긴산꼬리풀, 짚신나물, 도라지모시대, 층층잔대, 동자꽃, 돌양지, 곰취, 참취, 바디나물, 뻐꾹나리, 술패랭이, 톱풀, 기린초, 마타리, 좀고추나물, 여로, 지리산터리풀, 함박꽃, 물봉선, 노랑물봉선, 미처 이름 불러주지 못한 꽃까지ᆢ.


마음에 다소 여유가 있었다. 꽃을 보고싶은 욕심이 과해지면 억지를 부리게 되는데 언제부턴가 그게 탐탁치않아서 서두르지 않기로 한 까닭이다. 마음에 조급함이 있어 꽃을 보고자 했던 첫마음에서 멀어져간 스스로를 돌아보고자 한다.


꽃과 숲, 그 사이를 거닐며 오롯이 자신과 함께한 시간이 좋다.


병조희풀

도라지모시대

층층잔대

둥근이질풀

돌양지꽃

곰취

산오이풀

산긴꼬리풀

지리터리풀

송이풀


흰이질풀

술패랭이

톱풀

함박꽃나무

뻐꾹나리

노랑물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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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17-08-12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이름의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이름 자체는 꽃처럼 이쁘네요!

무진無盡 2017-08-13 21:29   좋아요 0 | URL
꽃이름 같지 않은 엉뚱한 이를들도 많더라구요~
 

담장 안에 심고 자라기를 기다리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계절이 한번 순환하는 동안 담장 높이로 키를 키우더니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계절이 두번 바뀌자 속내를 보이는 것이 어찌나 이쁘던지 식물을 심고 가꾸는 일이주는 신비로움을 만끽했다. 다시 계절이 세번째 바뀐 올 여름엔 더디오나 싶었는데 어김없이 담장 너머로 주황색 불을 밝혔다.

대문 모퉁이에 화분을 놓거나 담장위에 꽃을 심고 담을 넘을 수 있는 식물을 가꾸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들고나는 모든이들에게 꽃이 전하는 마음을 나누고 싶다.

능소화는 기어이 담장을 넘었다. 비로소 꽃으로 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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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체꽃'
높은 산마루에 한바탕 구름이 몰려왔다가 물러간 자리에 보랏빛 꽃송이 하나가 우뚝 솟았다. 고고한 자태로 멀리 내다보는 것이 꼭 산아래 두고온 그리움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비의 날개처럼 살포시 밑으로 처진듯 늘어져 있는 바깥쪽 꽃잎에 호응하듯 자잘한 꽃잎이 안쪽에 또 있다. 솟아난 꽃술과 어울려 꽃 속에 또 다른 꽃이 들어 있는 것처럼 보여 그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가느다란 꽃대에 의지해 비교적 큰 꽃을 피워 위태롭게 보이지만 들꽃의 강인함이 그대로 담겨있다. 솔체꽃과 비슷한 구름체꽃이 있는데 둘의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비슷하여 구분하기 무척이나 어렵다.


양치기 소년과 소년을 좋아했던 요정 사이에 슬픈 사랑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이 마음을 담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붙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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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고 - 우리가 버린 제국의 역사
유득공 지음, 김종성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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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에서 발해의 의미는 무엇일까

유사역사학이라는 용어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임명에 맞추어 저간의 화제의 중심에 섰다강단사학과 유사역사학이라는 용어의 갈림길에 고대사에 대한 입장차이가 그러한 구분의 한 이유일 것이다역사학의 본질은 해석의 다양성을 보장하는데 있다고 한다면 다양한 해석은 역사를 풍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충분한 근거를 제시하며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면 활발한 논의를 통해 재정립이 가능한 것이 역사가 아닐까 싶다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한국 역사에서 고대사는 뜨거운 감자일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본다하지만 다양한 문제가 중첩되면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처럼 보인다.

 

유득공의 발해고를 다시 손에 들었다이번 책은 유득공이 최후까지 수정한 '발해고 4권본'의 국내 최초 번역본이다유득공(1748~1807) 조선시대 후기를 살았고정조에 의해 박제가이덕무서이수와 함께 규장각 검서관에 임명되었다발해고이십일도회고시사군지 등 문학과 역사지리풍속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저술을 남겼다.

 

발해고渤海考는 1784년에 지은 한국 최초의 발해사이다유득공은 발해의 땅은 부여·고구려로 이어진 우리의 영토였으며대조영이 고구려인이었음을 강조하면서 통일신라시대는 남북국시대이며고려는 마땅히 남북국사를 편찬해야 했는데 한반도지역에만 집착해 북쪽 지역을 방기했다며 발해고를 지었다고 밝혔다.미완의 원고라는 뜻의 를 붙였다.

 

김동성의 번역으로 위즈덤하우스에서 발간된 이번 책의 근간이 되는 것은 발해고 4권본으로 발해고 4권본본문 구성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또한 550여 개의 번역자 주를 통해 1권본과 4권본의 세세한 차이와 생소한 어휘에 담긴 역사적 의미 등을 설명함으로써 발해고 4권본을 좀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원문도 함께 있어 한자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1784년 발간된 발해고는 당시 청나라가 중화질서의 중심으로 등장한 뒤 소중화주의와 북벌론에 안주하고 있던 조선 사회에 발해를 우리 역사 안으로 끌어 들어 삼국시대 이후에도 신라와 발해가 병립했다는 남북국시대론을 주장했다는 점이 큰 의미를 갖는다이러한 제기로 인해 후대의 역사 인식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역사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그 연구는 미진한 측면이 있으며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이이 접하기에도 쉽지 않은 내용이다유득공이 미완의 원고라는 뜻의 를 붙인 의미를 바로 알고 후대 역사학자들의 발해 역사의 객관적실증적 연구를 통해 보다 진일보한 발해사渤海史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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