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가 있는 국경'
-김인자 저, 푸른영토 

'대관령에 오시려거든'으로 첫만남이 참으로 독특했던 저자의 새로운 책이다. 저자의 힘을 믿는다.

삶 자체가 여행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일상에 오늘에 환경과 조건에 묶여 마음도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서 다른이의 여행이 주는 맛으로나마 내 삶을 음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맛에 풍미를 더하여 내 삶의 맛으로 가져오는 것은 다 내 몫이기에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도 내 몫이다.

누구나 '날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삶'을 꿈꾼다지만,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이길 바라는 이의 마음에 무엇이 남을지 첫장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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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무렵, 지친 하루를 길게 건너온 마음을 위로하는 때를 놓치지 않았다.


긴 여름을 건너온 시간이 겹으로 쌓여 만들어 내는 빛의 향연이 깊다. 가을로 가는 길목임을 애써 부르지 않아도 성큼성큼 나보다 앞서서 손짓하는 것이 나와 같은 마음임을 짐작한다.


산을 넘어온 서늘한 바람이 더불어 다독이는 이 때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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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취'
꽃은 주목 받아야 한다. 피는 까닭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결실을 맺어 대를 이어야하는 사명에 충실한 꽃은 대부분 화려한 색이나 모양 그리고 향기를 가진다. 하지만 때론 그렇게 핀 꽃에 주목하지 못하고 제 이름을 갖는 경우가 제법 있다.


잎이 단풍나무의 잎을 닮았다고 해서 단풍취라는 이름을 얻었다. 대개 7갈래로 갈라지는 잎은 손바닥 모양으로 생겼다. 꽃의 입장에서 보면 서운할 일이지만 그래도 독특한 모양으로 피어 일부러 찾아보는 꽃이다. 하얀색의 꽃이 자그마한 실타래 풀어지듯 핀 모습도 이쁘기만 하다.


참취, 곰취와 같이 식물이름에 '취'가 붙으면 나물로도 이용된다는 의미다. 단풍취 역시 맞단가지다. 약간 매운맛이 난다고 하는데 확인해 보지는 못했다.


여름 숲에서 하얗게 핀 단풍취 군락을 만나면 우선 반갑다. '순진'이라는 꽃말은 어디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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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풍성해졌다. 떨구어낸 빈 자리가 있어 그만큼 더 채울 수 있었으리라. 늦게 피더니 지난해보다 더 넉넉한 모습이다. 대문을 들고나는 아침 저녁으로 보기에도 좋다.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 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이원규의 시 '능소화'의 일부다. 모든 꽃의 매 순간마다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를 외치더라도 주목되는 순간은 따로 있다. 그 순간을 가슴에 담는다.

오늘 아침 이 모습처럼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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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이풀'
습기 많은 여름산을 헉헉대며 올라 높은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상쾌함을 얻는다. 여름꽃이 만발한 산길을 걷는 동안 이리저리 눈맞춤하는 것으로 높은 산을 오르는 이유 중 하나다.


긴방망이를 닮은 꽃뭉치가 실타래에서 실이 풀리듯 한올한올 풀린다. 꽃술 하나하나가 성냥개비 붉이 붙여지듯 홍자색으로 피는 꽃이 풀어지는 모습이 특이하여 주목 받기에 충분하다.


잎에서 오이 향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박 향이 난다고 해서 수박풀이라고도 하고, 참외 향이 난다고 하여 외풀이라고도 한다.


식물이름 앞에 '산'이 붙는 것은 높은산 지역에서 자라는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꽃술 하나하나를 보면 '애교'라는 꽃말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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