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스럽다. 맑은 소리의 경쾌함이 눈으로도 보이는 양 그 맑음이 보는 이의 마음으로 전해져 소나기를 닮아가나 보다. 발치엔 빗방울 소리가 머물고 먼산엔 구름이 가볍게 산허리를 감싸고 돈다. 저 들판 어디 나무그늘엔 소나기를 피해 잠시 숨을 고르는 생명이 있을 것이다.

https://youtu.be/NlxSniYfqWY

오늘은 숲길이 아니어도 좋다. 벼이삭 패는 남도땅 허허벌판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음악과 함께한다. 빗소리와도 저절로 어우러지는 거문고 가락에 고인 빗물을 밟는 발걸음에도 가락이 스며들었다.

번개에 천둥으로 요란스럽게 점점 굵어지며 정도를 더해가지만 이내 그칠 것을 아는 소나기라 마냥 바라보는 마음에 여유가 있다. 머리에 쓴 우산을 가만히 내려도 좋을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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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장구채'

"화암사, 내 사랑/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라며 안도현 시인이 노래한 화암사를 찾아가는 숲길에서 첫 눈맞춤을 했다. 이후 안개 자욱한 남덕유산 서봉 가는 길에서 다시 본다. 처음으로 만나는 꽃은 장소와 함께 기억된다.


유난히 가는 줄기에 그만큼 가는 꽃대를 올리고 하얀색의 여린 꽃을 피웠다. 작은 물방울에도 스스로를 의지하는데 버거워보이지만 거칠것 없다는 듯 당당하다. 다섯 갈래인 꽃잎은 가운데가 약간 갈라져 귀여운 맛을 더해준다.


장구채는 꽃자루가 가늘고 길어서 얻은 이름으로 워낙 가늘어서 약한 바람에도 쉴새없이 흔들린다. 장구채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더욱 가늘게 자라는 것이 바로 가는장구채이다.


여리고 작지만 환하게 웃는듯한 모습이어서 더 이쁜 모습이다. '동자의 웃음'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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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꽃이 피었다. 말복이 지나면 올라온다던 벼이삭에 올해도 어김없이 꽃이 핀 것이다. 벼꽃을 부르는 말로 도화稻花, 인秵, 자마구라고도 한다지만 '벼꽃'이 주는 어감만큼 정다운 것이 없는듯 싶다.


벼꽃 피면 푸르기만하던 들판이 조금씩 색의 변화를 가져오는 때다. 벼이삭이 여물어 고개를 숙일때쯤 벼잎도 누렇게 말라 황금들판으로 풍성한 가을의 진면목을 보여 줄 것이다.


벼꽃


지은 죄 없으면서
잎 뒤에 숨어
눈곱처럼 초라하게 피어나
하늘 점점 높아지고 바람 살랑대면
서로 꽃술 비비다 지는 꽃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
떨어진 자리
만백성 먹여 살릴 벼이삭 달리더니
흙냄새 땀 냄새 이슬로 씻고
여물어 갈 때
온 들판 가득 퍼지는
천 년을 맡아도 물리지 않을 구수한 냄새
아하, 이제야 알겠네
벼꽃은 숭늉냄새를 남겨놓고
떨어지는 것을


*정낙추 시인의 시 '벼꽃' 전문이다.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이라는 문장에 공감할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마는 그러건말건 '숭늉냄새' 품고 벼꽃은 피었다.


배꼽 아래 쯤 벼꽃 피었으니 이제 무논 논두렁 풀섭에 필 여리디여린 벗풀, 수염가래, 물달개비를 보기위해 논둑 서성이며 몇번이고 허리를 숙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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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꽃'
꽃을 볼 때마다 정채봉의 오세암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스님과 동자 그리고 암자라는 소재가 주는 동일성이 결말이 다른 이야기와 겹쳐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황색 꽃이 줄기 끝과 잎 사이에서 핀다. 다섯장의 꽃잎이 가운데가 갈라져 심장 모양으로 보인다. 어린아이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연상해 본다.


동자꽃이라는 이름은 먹을 것을 구하러간 스님을 기다리다 얼어죽은 동자를 묻은 곳에서 피어났다는 전설로 부터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종류로는 동자꽃, 털동자꽃, 제비동자꽃, 가는동자꽃 등 4종이 있고 한다.


동자승의 슬픈 전설이 서려 있어 '기다림', '동자의 눈물'이라는 꽃말에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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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하다. 높지 않음에도 막히지 않으니 그 사이에 확보된 공간의 품이 더 크게 보일 수 있다. 멀리보기 위해 높이 오를 수 없다면 대상과 나 사이에 만들어진 벽을 없애는 방법도 있다. 

가로막은 벽에 틈을 내는 일이 그 벽을 피해 높이 오르는 일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틈이 난 벽에 두려움을 갖지 않고 담담하게 시간과 의지에 기대어 주고 받는 일을 만들어 가자.

어쩌면 나는 수고로움으로 낸 그 틈을 일부러 메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구름 사이로 난 틈으로 하루를 건너온 햇살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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