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높아진 하늘에 마알간 볕이 가득하다. 가을 햇살의 속살거림으로 봄부터 긴 여름을 건너온 수고로움이 영글어갈 것이고 끝내 못다한 아쉬움은 다가올 시간에 기대어 다음을 기약할 것이다.


가을로 가는 숲의 개운함이 이 햇살 덕분임을 아는 것은 떨어지는 도토리를 기다리는 다람쥐만은 아니다. 속으로만 붉어져왔던 단풍나무의 하늘거리는 잎이 먼저 알고서 마지막 몸부림을 하고 있다. 그 붉디붉은 속내가 단장을 마무리하는 날 가을은 그 빛으로 무르익는다.


밤마다 한층 더 깊어지며 늘 새로운 아침을 맞게하는 하루하루가 참으로 고마운 시절을 산다. 덥고 춥고의 경계가 이웃하여 어느쪽으로도 넘치지 않고 낮과 밤이 서로를 부둥켜안아도 그리 부끄럽지도 낯설지 않다.


지나온 발자국 위에 마알간 볕이 쌓여 뒤돌아보지 않고도 나아갈 길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이 때 비추는 너그러운 햇살 때문이다. 그 볕으로 인해 무엇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시간, 가을 속으로 한발을 내밀었다.


지금이 딱 좋은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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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산을 내려온 안개가 아침을 맞아 파아란 하늘의 그 넉넉한 품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차이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세상 이제부터 익숙해질 아침 풍경이다.

목이 잘린 나무는 경이롭게 새 싹을 키웠다. 높은 하늘을 닮은 꿈을 키웠던 나무는 이제는 뭉툭한 잘린 모습으로 새로운 꿈을 꾸는 중이다. 나무의 새로운 꿈처럼 '어제 같은 오늘과 오늘 같은 내일'을 이어가고자 새로운 계절에 꿈을 꾼다. 

오늘, 비로소 가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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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경림'
-이경자, 사람이야기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 시인의 시 '갈대'다. 계절도 내 삶의 시간도 가을의 문턱 즈음에서 '산다는 것'에 주목하는 때에 오롯이 '시인 신경림'을 만나는 의식을 치루듯 찾아 본 시가 이 '갈대'라는 작품이다.

'농무'로 기억되는 신경림 시인은 그 시를 알지도 못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서로를 연결지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학교교육의 혜택(?)이다.

이 책은 작가 이경자의 눈으로 본 시인 신경림에 대한 이야기다. 둘다 잘 알지 못하니 이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글을 통해 주목하는 대상과 글쓴이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리라.

빠르게 첫장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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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립국악원관현악단 호남교류공연


천년의 울림 락樂


2017. 9. 1(금) 오후 7:30
광주광역시문화예술회관 대극장


*프로그램
ㆍ국악관현악 '봄을 그리다' 작곡 김백찬
ㆍ태평소 협주곡 '서용석류 태평소 시나위' -편곡 계성원, 태평소 김상연
ㆍ창과 관현악 '흥보가 중 흥보 박타는 대목'-편곡 김선, 판소리 장문희
ㆍ아쟁 협주곡 '김일구류 아쟁 산조' -편곡 박범훈, 아쟁 서영호
ㆍ타악협주곡 무취타-구성 한승석, 편곡 김선재, 타악 바라지


*전라도를 구성하는 세 자치단체인 '광주광역시ㆍ전라남도ㆍ전라북도'의 국악 단체간 교류공연의 일환으로 마련된 자리에서 귀한 공연을 만났다.


다양하게 준비된 프로그램을 통해 자치단체간의 국악공연의 교류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는 기회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다른 지역단체의 공연을 만날 수 있고 일부러 찾아가야만 했던 공연을 가까운 곳에서 만나니 개인적으로도 그 의미를 더한다.


단연 돋보이는 서영호 아쟁연주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와 이번 공연의 백미였고 바라지의 열정 넘치는 무대는 단독 무대를 상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판소리의 소리가 반주에 묻히고 협주하는 악기가 서로의 소리를 튕겨내는 속에서도 국악이 가지는 특유의 리듬에 젖어드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반을 넘어선 달이 중천에 올라온 밤 국악관현악 선율에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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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가을의 경계가 이토록 위태로울까. 가을의 시작이지만 그게 그리 쉬울리 없다. 곱던 햇살이 여름의 강렬함을 담은 햇볕으로 만물을 달구어 간다.


보이지도 않은 거미줄에 툭 떨어진 꽃이 걸렸다. 그것도 두개의 꽃이 마주보고 있다. 미세한 바람도 치명적일 허공의 멈춤은 언제까지 유지될지 짐작도 못한다. 다만, 지금 이 순간에 주목할 뿐이다. 이렇게 허공에 매달린 시간을 사는지도 모르지만 다시금 아직 당도하지 않은 내일인 가을을 불러내느라 마음만 분주하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것을 마음으로 확정하는 날, 살랑거리는 바람 사이로 초가을 넉넉한 햇살이 포근하게 파고든다.


가을을 불러온다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러고 싶을뿐 시간에는 경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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