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아니온듯 숨죽여 내린비를 품은 안개가 미쳐 산을 넘지 못했다. 빗방울을 머리에 인 꽃들은 허리를 숙이고 무게를 덜어줄 바람을 기다리는 마음에도 빈틈은 있어 아침이 느긋하다. 손바닥만한 뜰을 거니는 동안 바짓가랑이를 적신 빗방울을 간밤의 불편한 속을 비우듯 털어낸다.


담장 위 유홍초는 으름덩굴을 딛고 하늘향해 꿈을 키워간다. 그 유홍초의 꿈을 겨우 눈으로만 따라가는 마음으로도 충분하다.


여전히 마을 어귀를 서성이는 안개의 품 속 포근함으로 가을날의 하루를 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어수리'
늘 이름을 까먹는 식물들이 있다. 비슷비슷하여 구분하여 기억하지 못한다는 핑개라도 댈만한데도 자꾸 미안해지니 어쩔도리 없이 보고 또 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 중에서 이런 모습들을 한 산형과 꽃들이 애를 먹이는 종류 중 하나다.


서로 다른 크기의 흰색의 꽃이 가지 끝에 자잘한 모여 피었다. 바깥쪽의 꽃잎이 안쪽 꽃잎보다 큰 것이 이를 구분하는 특징 중 하나다. 흥미로운 것은 처음에는 뭉쳐 있던 꽃이 피면서 꽃잎이 부메랑을 닮은 멋진 모습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뿌리는 약재로 쓰고 어린순은 식용하는데, 곰취 향과 비슷하면서도 아주 맛이 있어서 나물밥으로도 해 먹는다고 한다. 채소 작물로 재배도 한다는데 나에겐 낯선 이야기다.


개독활이라고도 한다. '구세주'라는 꽃말은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 딱히 그 이유가 연상되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인 유종인과 함께하는
'조선의 그림과 마음의 앙상블'
-유종인, 나남

같은 사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얻게되는 감흥이 다르듯 그림도 마찬가지다. 여러분들의 눈을 전전하다 오주석 선생의 눈에서 제법 자리를 잡았던 조선의 그림에 대한 마음이 최근까지 손철주에 와서 멈칫하다 다시 특유의 눈을 찾아간다.

'시인의 언어로 만난 조선의 그림'이라는 말에 우선 붙잡혔다고 보는 것이 맞을듯 싶다. 처음 들어보는 시인이니 시인도 모르고 더욱 시인의 시도 모른다. 동시에 여러가지를 알아갈 기회다.

시인이 조선의 그림을 보는 눈의 창으로 삼은 것이 독특한 분류를 보인다. 다양한 이유로 익숙한 그림을 풍속, 모임의 정경, 풍류, 산수, 문인 등 죽음과 삶의 응시에 이르기까지 15가지 시선으로 분류하여 보고 있다.

'시인의 언어로 만난 조선의 그림' 시인은 어떤 세상을 보여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긴 시간 돌이온 듯 벚나무 아래가 많이도 변했다. 한여름 더위를 피하다가 흐름을 놓치니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오랜만에 찾아왔다고 환영이라도 하듯 익모초, 돌콩에 여우팥, 달맞이까지 꽃을 피웠다.

거친 귀라서 섬세한 소리는 구분이 어렵고, 세겨듣지 못하니 흉내내는 일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 애써보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그래도 다시 시작한 마음의 무게가 한결 가볍다.

물끄러미 꽃 보듯 너를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돌콩'
빛나는 보석이 풀 속에 숨어 있다. 그렇다고 아주 숨지는 않았다. 빛나는 것을 가졌으니 보여야 하는 것이지만 내놓고 자랑하면 부정탈까봐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색감도 눈에 띄지만 그것보다는 아주작은 것이 모양도 앙증맞게 귀염을 떨고 있다.


콩이기에 어김없이 콩꽃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았다. 보랏빛 기운이 감도는 분홍빛으로 핀다. 잎겨드랑이로부터 나온 짤막한 꽃대 끝에 나비 닮은 생김새로 뭉쳐서 피어난다. 꽃의 크기가 6mm 정도이니 유심히 봐야 겨우 볼 수 있다.


이 돌콩은 우리가 흔하게 보는 콩의 모태로 보기도 한다. 꽃의 크기와 모양. 색 모두가 콩꽃과 거의 흡사하다. 씨앗은 콩과 마찬가지로 쓸 수 있으며 식용·약용으로 이용된다고 한다.


조그마한 것이 제 모양과 빛을 수줍은듯 하지만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다. '자신감'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