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내려온 안개가 마을을 삼키듯 기세가 등등하다. 얼굴에 닿는 안개의 무게가 무겁고 둔탁하다. 빨래를 비틀어 짜듯 한움쿰 손에 쥐고 비틀면 한바가지는 금세 넘칠만큼 물기를 흠뻑 머금고 있는 안개를 반기는 것은 채마밭 배추모종과 이를 바라보는 여전히 이방인인 나뿐이다.

새벽에 잠깨면
잠시 그대의 창문을 열어보라.
혹시 그때까지 안개의 자취가 남아 있다면
당신을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이 지금
안개가 되어 그대의 창문가에
서성거리고 있겠거니 생각하라.

떠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이여,
머리풀고 흐느끼는 내 영혼의 새여,
당신을 나의 이름으로 
지명수배한다.

*이정하의 시 '새벽안개'다. 칠망七望의 달 때문에 밤을 뒤척인 것은 어쩌면 새벽안개를 맞이하기 위한 예비의식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적당한 거리에 틈을 메꾸는 안개는 벽을 세워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 아니다. 닫힌듯 열린 공간에 서로를 향한 마음 더욱 간절함이 이렇다는 것을 그대가 문득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이 서성이는 것이다.

시나브로 안겨오는 안개의 세상으로 아침이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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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풀'
가을 숲길을 걷다보면 풀 속에 줄기가 우뚝 솟아 올라 대롱대롱 앙증맞은 꽃방망이를 하나씩 달고 있어 슬쩍 쓰다듬어 본다. 그렇게 인사 나누기를 수없이 반복하고서야 비로소 담았다.


밋밋한 줄기를 높이도 올렸다. 그 끝에 맺힌 봉우리에서 하나씩 터지듯 피는 꽃이 붉어서 더 애틋한 마음이다. 바라보는 이의 마음이 그렇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꽃은 진한 붉은색이며 드물게 흰색도 핀다. 하나의 긴 꽃대 주위로 꽃자루가 없는 것들이 많이 달린다.


잎을 뜯어 비비면서 냄새를 맡으면 오이 냄새가 난다고 해서 오이풀이라고 한다. 수박냄새가 난다고 하여 수박풀로도 불린다. 지우초, 수박풀, 외순나물, 지우라고도 오이풀은 '존경', '당신을 사랑 합니다'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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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그림과 마음의 앙상블 - 시인 유종인과 함께하는 나남신서 1919
유종인 지음 / 나남출판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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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언어로 만난 조선의 그림

같은 사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얻게 되는 감흥이 다르듯 그림도 마찬가지다조선시대의 그림을 만나며 여러분들의 눈을 전전하다 오주석 선생의 눈에서 제법 자리를 잡았다그후 이종수허균손태호고연희손영옥 등에서 조선의 그림에 대한 마음을 이어가다 최근까지 손철주에 와서 멈칫하였다그림 읽어주는 책도 흐름을 타는 것인지 요사이는 뜸하더니 다시 특유의 눈을 찾아간다.

 

'시인의 언어로 만난 조선의 그림'이라는 말에 우선 붙잡혔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싶다처음 들어보는 시인이니 시인도 모르고 더욱 시인의 시도 모른다동시에 여러 가지를 알아갈 기회다유종인은 문예중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조선일보신춘문예에 미술평론으로 당선시인으로 미술평론가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시인이 조선의 그림을 보는 눈의 창으로 삼은 것이 독특한 분류를 보인다신윤복김홍도강세황이인문최북이명옥이정심사정김득신이재관조희룡김정희 등 조선의 화가들의 다양한 이유로 익숙한 그림을 풍속모임의 정경풍류산수문인에 이어 죽음과 삶의 응시에 이르기까지 15가지 시선으로 분류하여 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조선의 그림에 담긴 사의寫意를 찾고자 한다이는 그동안 그림을 이야기할 때마다 등장하는 어렵고 딱딱한 이론을 지양하고 그림에 담긴 화가의 마음을 때론 감성적으로때론 아름답게그러나 쉽게 이야기” 하고자는 의미라 읽힌다공감하는 바가 많아 좋은 시각으로 우선 환영한다그렇다면 시인은 어떻게 그림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종요롭다버성기다옥생각하다듬쑥하다던적스럽다도도록하다옥말려들다머드러기조리차하다>

 

독특한 언어가 빈번하게 등장한다단어가 품고 있는 뜻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흐름을 끊어버리는 작용도 한다이는 그림과 관련된 전문 용어나 사조기법 등에서 어려움을 느낀 기존의 그림이야기를 벗어나 화가의 품은 뜻을 읽어가는 저자가 사용하는 독특한 언어들이다순우리말의 사용이나 오롯하게 그림을 그렸던 화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자하는 접근방법도 공감한다.

 

어렵게 읽혀 더디다그림의 사의를 파악하기에 다소 생소한 언어의 사용이 이를 가로막기도 한다때론 화론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오히려 난해하기까지 한다그렇게 들여다본 그림을 통해 공감을 불러오는 것은 결국 그림을 읽어주는 저자와 이를 읽는 독자의 공감을 통한 소통이라고 본다면 저자의 의도가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렇더라도 저자의 15가지 시선에 공감하며 김명국의 인하독서도은사도유숙의 오수삼매 등과 같이 자주 볼 수 없었던 그림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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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밤 칠망七望의 달이 밝다.
칠망七望이란 음력 열이렛날에 달의 반구半球가 태양의 빛으로 밝게 빛나는 현상을 말한다. 보름닭과 열엿샛날 기망의 달도 보지 못한 아쉬움을 이렇게 다독여주나 보다.


청아한 풀벌레 소리에 다소 쌀쌀한 기온이 손바닥만한 뜰을 서성이며 달구경하기에 적당하다. 더디게 떠오른 달이기에 늦은 시간까지 함께할 것이다. 적당한 기다림에 느긋한 때를 골라 눈맞춤할 수 있는 보름을 넘어서 떠오르는 달의 그 너그러움이 좋다.


함께 밝힐 달이 있어 좋은 가을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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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덩굴'
바람타고 날아온 씨앗이 움터 저절로 나고, 기르고 싶은 마음에 수고로움으로 구하고, 때론 나눔의 고운마음이 들어와 꽃을 피운다. 내 뜰에 꽃이 피는 식물들의 경로가 이렇다.


흰색의 여리디여린 꽃이 소박하게도 핀다. 덩굴따라 제법 많은 꽃을 피우지만 매우 작기에 주목받지 못하다가 열매를 맺으면 그 특유의 모양으로 관심 받기도 한다.


꽃보다 몇배의 크기로 부풀린 꽈리를 만들어 씨앗을 저장한다. 각 실에 흑색 종자가 들어 있으며 한쪽에 심장모양의 백색 점이 있어 열매만큼 특이하다.


풍선덩굴이라는 이름은 덩굴성의 가는 줄기에 풍선 모양의 열매가 달린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귀화식물로 아메리카 대륙의 아열대·열대 지역이 원산지다.


풍선초라고도 부르는 풍선덩굴은 꽈리모양의 그 열매에 주목하여 '어린 시절의 추억', '당신과 날아 가고파'라는 꽃말이 생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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