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덩굴'
봄날 연노랑의 순한 꽃을 피우더니 늦은 가을 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한 열매 맺었다. 꽃에 주목해주지 않은 눈길에 시위라도 하듯 햇살에 독특한 빛을 낸다.


칡덩굴처럼 나무에 기대어 살지만 무지막지한 칡덩굴에 비하 그리 억세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인지 별로 주목하지도 않다가 열매 맺히고서야 눈맞춤 한다. 줄기로 바구니를 만들기도 했다니 일상에서 친근한 식물이었음은 확실하다.


"항우도 댕댕이덩굴에 넘어진다"는 옛말은 작고 보잘것없다고 해서 깔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리킨다. 이처럼 사소한 것이 때론 결정적인 작용을 하기에 무엇하나 가볍게만 볼 일이 아닌 것이다.


댕강덩굴이라고도 하는 댕댕이덩굴은 '적선'이라는 꽃말은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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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글, 뜻
권상호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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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에 담긴 뜻을 따라서

말은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소리로그 소리에는 뜻이 담겨 있어야 하며상대방과 소통의 수단이다소리가 가진 뜻을 형식을 갖춰 담아내는 것이 글이며말과 글은 생각이 전재가 되어야 한다생각을 담아 전하는 말에 담긴 뜻을 표현하는 것으로 글자가 있다이런 글자 중에 한자와 같은 표의문자가 있다표의문자는 글자 하나가 의미의 단위인 형태소(대개는 단어하나씩을더 정확히 말하면 그 형태소(및 단어)의 의미를 대표하는 문자체계라고 한다.

 

저자 권상호의 책 ''은 이런 문제체계에 주목하여 생각을 담은 글자의 본래적 의미를 찾아보고 그 글자 안에 담긴 뜻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여 깊이 있는 사고에 도달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다는 의미로 읽힌다현대인이 다양한 이유로 잃어가는 생각에 주목하여 일상에서 사용되는 말과 글 속에 담긴 뜻을 생각해 보자고 한다.

 

오래전 창문을 뜻하는 한자 창窓 의 의미를 파자풀이해보면 마음애 구멍을 뚫어 들어오고 나감의 공간을 만든다는 해석을 만난 이후 한자가 가지는 이런 의미에 주목해 왔다이 책 ''은 바로 그렇게 한자를 파자풀이하면서 본래적인 뜻과 파생되는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기쁠 희는 북 고의 생략형인 악기 이름 주壴 밑에 입 구가 붙어 있는 글자다북을 치면서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모습이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성낼 노는 종 노奴 마음 심으로 이루어졌다슬플 애는 슬픔을 못 이겨 입을 벌리고 우니 옷이 다 젖는 모습이다.”

 

이처럼 본문에 수없이 등장하는 한자를 하나 둘 따라가다 보면 뜻밖에 생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본래 한자가 가지는 의미가 그런 것으로부터 유래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집중하여 읽어가는 도중에 저절로 이해되는 글자와 글자의 조합인 단어까지 이해가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여기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학문적 접근이 아니기에 친근하고 익숙하다단지 한자의 파자풀이로 다가오기 보다는 일상 속에서 익숙한 글자를 통해 우리의 일상을 한층 더 깊게 들여다보는 기회가 된다이 모든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특정한 틀 없이 이어지지만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특히 마지막 굽이치지 않고 흐르는 강물이 어디 있으며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에 포함된 글은 저자의 깊은 사색의 결과가 어떤 생각으로 펼쳐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어 흥미롭다.

 

뜻을 잃어버린 말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생각과 느낌을 담아 전하는 말과 글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볼 소중한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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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霜降의 날, 밤이 깊었다.
상강은 낮엔 맑고 밤에는 기온이 매우 낮아 수증기가 엉겨 서리가 내리는 때를 말한다. 늦가을로 접어들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남보다 일찍 맞이하던 계절의 변화를 올 가을은 유독 더디게 알아차린다. 서리라도 내려야 가을 온 줄 알 수 있으려나 싶었지만 여전히 늦다.


서리 내리면 급격한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늦게까지 피어있던 꽃은 금방 시들고 단풍들어가던 나뭇잎은 더욱 선명한 색으로 변하며 이내 땅으로 떨어진다.


상강이 지나면 빛이 더욱 귀하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으로 옷깃을 여미게 될 때이므로 허한 속내를 다독여도 눈치 보지 않아도 좋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더욱 가까워져야 함을 강제하는 때라서 그 핑개삼아 서로의 마음끼리 의지하기도 좋다.


모든 꽃을 시들게 했으니 그 값이라도 치르듯 스스로 꽃으로 피어난다. 이제 지상에는 향기없는 꽃으로 물들어 갈 것이다. 서리꽃이 그것이다. 맞이하는 새벽 서리꽃 필까?


가슴에 서릿발 내리기 전에 마음깃 잘 여며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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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나팔꽃'
비가 내려도 하늘을 향하여 좁은 속내를 기꺼이 드러낸다. 더이상 감출 것도 없다는 뜻이겠지만 지극한 마음의 반영이리라. 그렇더라도 속내를 드러내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듯이 더이상 붉어지지도 못한 자주색의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애기나팔꽃보다야 크지만 보통의 나팔꽃보다는 작다. 또한 나팔꽃의 가녀린 느낌보다는 훨씬 강한 이미지라 굳건하게도 보인다. 작아서 더 단아한 느낌으로 눈맞춤 한다.


'별나팔꽃'은 열대 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분홍색 또는 붉은색으로 피며 꽃부리는 깔때기 모양으로 가운데 색이 보다 짙다. 애기나팔꽃의 흰색과는 달리 붉은 느낌의 꽃잎이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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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하늘이 산으로 들로 나오라는 듯 마냥 헤집는 손짓에 부질없이 마음만 설렌다. 설악산 단풍은 이미 진다는데 남으로 내려오는 가을의 걸음걸이는 어찌이리 더디기만 하는지.


하늘 높은줄 모르는 메타세콰이어도 술지마을의 천연기념물 은행나무도 여전히 푸르기만 하다. 어쩌다 만나는 억새는 그나마 막 피어나고 쑥부쟁이만 겨우 보라빛을 떨궈내고 있다. 가을이 어정쩡하다.


볼따구가 터질듯 부풀어 오른 장두감에 가을볕이 앉았다. 더운 한낮과 차가운 밤을 연거퍼 맞이하고 된서리도 맞아야 속내가 붉어져 비로소 맛이 들 것이다. 푸르기마한 감잎에 단풍들 날을 감도 나도 기다린다


계절이나 사람이나 매 한가지. 때맞춰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와야 한다. 괜히 서성거리다가는 된서리 맞는다.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 그 아래 단풍잎은 반쯤만 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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