仰面問天天亦苦

고개들어 하늘에게 묻노니
하늘 또한 괴롭다 하네.


혼자 끙끙 앓다가 세상일 어찌 이리 불공평하냐고 따져 물었다.
하늘이 대답했다.
"나도 괴로워 죽겠다. 이 녀석아!
내게 따져 묻지 마라.
너 혼자 삭여야지 내게 물어 어쩌자는 게냐."


*명나라 때 사람 장호張灝의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의 내용을 담은 정민의 '돌 위에 새긴 생각'에 나오는 전각과 그에 관한 풀이다. 삼라만상이 내는 모든 시름 다 듣고도 아무말 못하는 하늘도 힘들겠지만 '하늘'이라는 이름값 해야하니 어쩔 수 없다. 다 듣고 또 들어줘야하는 것이 하늘의 운명인 게다.


*창호지 문살로 스며드는 햇살에 의해 눈 뜨면서부터 해질무렵 산 그리메에 붉음 속내를 털어놓는 노을까지 수시로 보는 것이 하늘이다. 하늘을 보는 창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보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때론 나무도 달도 해도 구름도 어쩌다 날아가는 비행기도 데려다 놓고 그 하늘 품에 기대어 시름을 놓는다.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에 무얼 소망하는 바를 담지는 않는다. 그냥 무심히 바라볼 때의 그 하늘이 주는 위안을 알기 때문이다. 단 한번도 같은 모습이 아니었던 하늘의 표정은 어쩌면 뭇생명이 하늘을 보며 쏟아냈던 시름의 다른 모습은 아니었을까. 하늘은 빛과 색의 농담濃淡으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토로吐露할 수 있을때 주저없이 하고 들어줄 수 있는 때는 말없이 품어줄 수 있어야 한다. 하늘이 제 이름 값을 하는 그것 처럼. 내가 하늘인 때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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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이대나물'
노랑국화가 핀 복숭아나무 아래 철 지나서 핀 꽃이 기억을 불러온다. 때를 놓치고 눈맞춤하지 못한 아쉬움을 다독이기에는 더없이 좋으나 제 때른 비켜나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많아지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다.


꽃대를 올리고 그 끝에 무리지어 붉은 색의 꽃을 피웠다. 곤봉처럼 생긴 꽃자루에 다섯장의 꽃잎이 활짝 폈다. 유럽에서 들어온 귀화식물로 도로가나 정원에 많이 심고 가꾼다.


끈끈이대나물이라는 이름은 줄기 윗부분의 마디 밑에 끈끈한 점액이 분비되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 개미 등의 벌레들이 붙어 있다. 이 때문에 끈끈이대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끈끈이대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까닭으로부터 생겨난 꽃말일까. '청춘의 사랑', '함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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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먹구름을 넘는 아침햇살이 파아란 하늘로 스민다. 해를 마주보는 서쪽 하늘엔 반으로 품을 줄여 고개숙인 달이 멀쩡하게 웃는다. 한차례 반가운 가을비 내려 깊고 마른 가을 품에 촉촉함을 전해줘도 좋을텐데 잔뜩 폼만 잡고 올 생각이 없어 보이는 비는 오늘도 급하게 온다는 소식만 전하고 말지도 모르겠다.


텅 비워내고 다시 채워갈 들판의 가을 끝이 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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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크래커 2017-11-13 2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늘이 세상을 포근히 감싸안은듯 느낌이 좋습니다.

무진無盡 2017-11-13 22:26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뚱딴지'
길가에 두고서 오며가며 보다가 꽃 다 지는 것을 보고서야 차를 멈춘다. 익히 알아 친근함이 이유리지만 언제나 그곳에 있기에 마음 한구석으로 밀쳐놓았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 출근길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급한 마음으로 담았다.


해바라기를 닮은 듯한 노랑색 꽃이 늦여름부터 시작하여 늦가을까지 핀다. 꽃보다는 뿌리에 주목하는 식물이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처음에는 덩이줄기를 식용으로 하기위해 심었으나 지금은 약용, 사료작물로 심기도 한다.


뚱딴지라는 이름은 꽃이 주는 이미지와는 달리 길쭉한 것에서 울퉁불퉁한 것까지 모양이 매우 다양하고 크기와 무게도 다양해 '뚱딴지'라고 불렀다고 한다. 뚱딴지라는 낱말의 뜻을 생각하면 그럴듯 하다.


'돼지감자'라고도 불리는 것은 사료용으로 쓰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알뿌리가 주는 다양한 쓰임새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미덕', '음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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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크래커 2017-11-13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쁘네요. 출근길 지각 안하셨나요? 덕분에 퇴근길 제 눈이 호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무진無盡 2017-11-14 19:36   좋아요 0 | URL
지각은 안했답니다. 익숙한 일이라서요~ ^^

치즈크래커 2017-11-14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행입니다. 편안한 시간 되십시오~

무진無盡 2017-11-15 19: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사람 건너기'
-윤성택 글, 김남지 사진, 가쎄


윤성택 시인의 산문집 '마음을 건네다'의 문장과 문장 사이를 건너기가 무척이나 버거웠다. 그 이유를 확인도 하고 스스로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그의 다른 책을 찾았다.


"이 새벽에
깨어 있는 것을 위하여
여행이 길을 멈추고
사랑이 나를 지난다"


어쩌면 다시, 더 깊은 늪에 빠질 것만 같은 이 불안함은 뭘까. 가을앓이가 시원찮다 싶더니 여기서 덜미를 잡힐줄은 몰랐다. 시인 윤성택의 시집을 건너뛰고 다시 그의 산문집을 골랐다. 정제된 시적 언어 보다는 다소 풀어진 마음자리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위험을 자초한 일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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