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거친 바람으로 사방이 시끄럽다. 볕좋은 양달에 매달린 감에 볕의 기운이 가득 채워지는 듯 단맛이 보인다. 바람의 차가움과 볕의 따뜻함이 반복적으로 만나 질적 변화를 꿈꾼다.


심술궂은 바람을 피해 볕드는 양지에 북으로 등을 대고 따뜻한 볕바라기를 한다. 넘치는 가을볕의 온기가 품으로 파고들어 머리까지 노곤해지는 늦가을 오후다.


일상에서는 언제나 비켜가고 싶었던 쓴맛이 시간이 지나고 훗날 그로 인해 얻게된 가슴 뿌듯한 순간을 맞이 한다. 문득 오래전 힘들었던 그 쓴맛이 이제는 누리고 싶은 삶의 단맛으로 변했음을 아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단지, 떫은 감을 깎아 처마 밑에 매달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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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나무'
꽃보다 열매다. 꽃이 있어야 열매로 맺지만 꽃에 주목하지 못하는 것은 아주 작아 잘 보이지 않거나 주목할 만한 특별한 특성 보이지 않아서 간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듯 독특하고 강렬한 색의 열매를 남긴다.


붉은 열매가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 온다. 만져보고 싶은 질감까지 갖췄으니 열매에게 주어진 사명 중 주목받아야 한다는 것에는 적절한듯 보인다.


화살나무는 나뭇가지에 화살 깃털을 닮은 회갈색의 코르크 날개를 달고 있다. 이 특별한 모양새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화살나무의 이른 봄에 나는 새싹은 보드랍고 약간 쌉쌀한 맛이 나 나물로도 식용한다. 이런 조건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몸집을 부풀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화살나무와 비슷한 나무로 여러 종류가 있다. 회잎나무, 참회나무, 회나무, 나래회나무, 참빗살나무 등이 있으며 열매, 코르크 등이 비슷비슷하여 구분이 쉽지는 않다. 이름과 함께 연상해보면 이해가되는 '위험하 장난'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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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건너기
윤성택 지음 / 가쎄(GASSE)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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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속에 갇힌 시간

시인 윤성택의 산문집 '마음을 건네다'의 문장과 문장 사이를 건너기가 무척이나 버거웠다그 이유를 확인도 하고 시인의 사유의 세계 속으로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그의 다른 책을 찾았다.

 

이 새벽에

깨어 있는 것을 위하여

여행이 길을 멈추고

사랑이 나를 지난다

이 편지가 나를 읽고 끝내

나를 잊을지라도 우리가

적었던 어제는 오늘이 분명하길

 

어쩌면 다시더 깊은 늪에 빠질 것만 같은 이 불안함은 뭘까가을앓이가 시원찮다 싶더니 여기서 덜미를 잡힐 줄은 몰랐다시인 윤성택의 시집을 건너뛰고 다시 그의 산문집을 골랐다정제된 시적 언어 보다는 다소 풀어진 마음자리가 궁금했기 때문이다이래저래 위험을 자초한 일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사진이 있는 에세이를 엮은 책이기에 글과 사진이 주는 이미지를 통해 한발 더 시인의 생각과 생각 사이의 문장 건너기가 수월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시는 단어와 단어 사이의 간극에 절박함을 데려와 문장으로 일생을 살게 한다그러나 종종 활자들이 와르르 무너져 폐허가 되는 내면도 있다나는 늘 그 부실이 두렵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극은 어떤가진실함과 절박함이 오래 마주하다 진실이 떠나고 나면절박은 저 혼자 사람과 사람 사이 귀신이 된다스스로 정체성을 잃은 채이기와도 욕망과도 내통하며 사람을 홀린다진실이 있지 않은 절박은 더 이상 사람이 될 수 없다시가 될 수 없다그러니 나의 이 절박은 무엇인가.”

 

시인이 세상과 만나 자신만의 사유의 창에서 얻는 마음자리를 시적 언어로 담았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듯도 싶다독백처럼 토해내는 문장을 헤아리기에는 내 사유의 부족을 탓하기도 하지만 문장을 건너가는 버거움은 어쩌면 태생을 알 수 없는 시인의 사유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음을 건네다에서 버거웠던 문장 그리고 문장과 문장 사이를 건너가는 것의 근원이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시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부질없는 일이 따로 없는 이유는 시인이 세상 사람들과 다른 언어를 구사하기 때문이다같은 세상을 바라보면서 시인은 본능적으로 매 순간 은유한다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 시어를 빌어 다시 태어날 때 그곳은 이미 여기와는 다른 세상이다이해하지 말고 느껴야 하는 그 세계가 우리 곁에 있지만 가깝고도 참 낯설다.”

 

이 말처럼 더 이상 시인의 문장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말을 찾기는 어렵다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직관이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로 표현된 문장을 독자 역시 자신만의 직관적 감성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그 범위를 넘어선 이해는 나중으로 미뤄두어도 좋을 것이라 스스로를 위안 삼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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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밑 풍경이 불러 뜰에 내려섰다.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기다린 비가 오는듯 싶었는데 이내 그치고 만다. 급하게 비를 몰아가 버린 바람은 무엇이 더 남았는지 애꿎은 풍경만 흔들어대고 있다.


마른 가을날 덕분에 추수도 일찍 끝난 들판엔 먼지만 풀풀 날린다. 가을걷이 끝난 밭엔 찌꺼기를 태운 연기만 폴폴 마을을 점령이라도 할듯 기세등등하다. 상추, 시금치 씨앗 뿌려놓은 텃밭엔 새싹은 없고 새들이 놀다간 흔적만 남았다. 발목까지 내려온 단풍은 더이상 깊은 가을로 익지 못하고 바삭거리는 소리로만 남았다. 비를 기다린 이유들이다.


비 내린 후에야 발목잡힌 가을은 계절을 넘을 수 있다. 비를 기다린 진짜 이유다. 멀리가지 못하는 풍경소리만 귓전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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夕佳軒


저녁이 아름다운 집


사람은 저녁이 아름다워야 한다.
젊은 날의 명성을 뒤로하고 늙어 추한 그 모습은 
보는 이를 민망하게 한다.


*명나라 때 사람 장호張灝의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의 내용을 담은 정민의 '돌 위에 새긴 생각'에 나오는 전각과 그에 관한 풀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꾼다. 그 저녁의 중심엔 온전한 내가 나로 만나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의 안식도 저녁을 채워가는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다. 나 역시 어느덧 저녁을 향해 질주하는 어느 지점에 와 있음을 안다. 삶 또한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가꾸고 누리는 그 중심에 스스로가 오롯이 설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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