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급하게 저물고 있다.
위쪽엔 눈이 온다고 반기는 분위기로 일색이지만 남쪽엔 볕 좋은 마알간 하늘에 흰구름 몇개 떠간다. 남으로 향해 벽을 등지고 볕바리기 하기에 딱 좋은 늦가을 오후다.

관방제림 한 쪽에 대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둥지가 놓여있다. 여름날이야 푸조나무 그늘에 들어 있으니 굳이 볕을 피한다는 명분도 필요없을테고, 더욱이 찬바람 부는 늦가을엔 볕드는 남쪽을 등지고 북으로 향하는 둥지는 더욱 쓸모가 없어 보인다.

세상에 무엇하나 쓸모없이 태어난 것이 하나라도 있을까마는 저 뎅그런이 놓인 둥지에 들고픈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늦가을 낙엽진 관방제림을 반백의 머리를 날리며 홀로 걷는 객의 마음도 다독이지 못하니 그 쓸모를 더욱 의심케하기에는 충분하다.

지나온 길 돌아가 슬그머니 둥지 속을 엿보는 심사는 또 뭘까. 무르익은 가을이 급하게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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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잎'
된서리 내리고 풀들이 기운을 잃어 매말라가는 때에도 피어나 눈길을 사로 잡는다. 주로 봄이 피는 꽃들 중에 이렇게 철 모르고 눈이 오고 난 후에도 이처럼 풀밭이나 논둑, 논둑을 어슬렁거리는 발길을 멈추게 하는 식물이 제법 있다.


활짝 펼친 꽃잎이 밋밋했는지 노랑 점을 찍었다. 여기에 나 있다는 신호를 확실하게 보내야하는 모양이다. 통꽃이면서 꽃부리가 위 아래로 넓게 벌어지고 아랫쪽은 앞쪽을 향해 넓게 펼쳐진다.


주름잎이라는 이름은 잎에 주름살이 지는 특색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비슷한 종류로 '누운주름잎', '선주름잎'이 있는데 구분이 쉽지 않다.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 '희망'. '생명력' 등의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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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의 삶'
-최준영, 푸른영토

"긴 시간 책과 함께 살았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달뜨던 시절에도, 실의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때에도 변치 않는 습관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책읽기와 글쓰기는 저의 살아있음의 유일한 증거였지요. 책을 읽으면 반드시 그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저자 최준영의 삶 속에 책이 차지하는 가치를 대변하는 말로 이해한다. 거리의 인문학자로 출발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최준영의 신간이다.

동사動詞는 '사람이나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품사'를 말한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단연코 '동작이나 작용'의 의미와 역할일 것이다. 평소 관심있는 분야이기에 흥미롭게 첫장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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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日殘花昨日開


오늘 시든 꽃
어제 피어난 것.


어제 핀 꽃이 오늘 진창에 떨어진다.
한나절 뽐내자고 그 오랜 시간을 기다렸을까?
인간의 부귀공명이 저 꽃과 같다.


*명나라 때 사람 장호張灝의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의 내용을 담은 정민의 '돌 위에 새긴 생각'에 나오는 전각과 그에 관한 풀이다.


*백일 붉은 꽃 없다고 한다. 근화일조몽槿花一朝夢이라고도 한다. 모두 인간의 덧없는 영화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꽃이 아무리 화려하더라도 이내 지고 말듯 사람의 부귀영화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오늘 시드는 꽃일지도 모를 현실적 탐욕에 끄달려 삶의 소중한 것을 놓치고도 스스로 어떤 처지에 있는지를 모르는 현실을 산다. 또한, 알 수 없는 내일에 담보 잡혀 오늘을 헛되이 보내버리기도 한다.


수고로움으로 갈고 닦아 내 속에 쌓아 놓은 것이 차고 넘쳐 저절로 드러나는 빛남이 아니라면 그 무엇도 내세울 만한 것도 아니며 내 것이라 욕심낼 일도 아니다. 허망하게 지는 꽃은 향기라도 남지만 탐욕만을 부리다 무너지는 것에는 악취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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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바늘'
미끈한 몸통 끝에 갈고리를 달았다. 그것도 네개로 갈라진 갈고리에 한번 붙으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안전장치까지 갖추었다. 생존의 본능이 발휘된 것이리라.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즈음 노랗게 피는 꽃이 지고난 후 봉우리같은 열매가 익어가면서 활짝 펼쳐진다. 움직이는 대상에 더 쉽게 달라붙기 위한 자구책일 것이다.


눈둑이나 수풀 속을 걷다보면 언제 옷에 달라붙었는지 몰라 도깨비처럼 달라붙었다고 해서 도깨비바늘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옷에 붙은 열매를 털어내다보면 잘 떨어지지 않아 괜시리 화를 내기도 한다. 꽃말은 '흥분'이라는 것을 쉽게 납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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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7-12-0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음이 절로나는 풀이 여기선 꽃으로 다가옵니다.